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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Sep 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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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THE OA'는 환각적인 드라마다.

드라마 속 ‘말로 할 수 없는 것은 말할 수 없다’ 던 대사가 떠오른다. 그래서 이야기는 내게 무엇을 전하려고 했던 걸까 고민한다. 죽음, 삶, 의지, 진실, 사실, 이야기, 거짓말, 시간 등등. 수많은 화두 속에서 이야기는 주제를 잃고 떠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사실 해석이라는 게 필요 없다. 따지고 봐야 한다는 건, 자기 확실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무엇을 읽고 보든지 간에 순간의 느낌에 충실하고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혹은 거부하거나. 어설픈 해석은 메시지를 저해하는 사고와 행위일 뿐이다.


여기까지 닿자 시뮬라크르가 떠올랐다. 시뮬라크르(simulacre)는 순간적으로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우주의 모든 사건 또는 자기 동일성이 없는 복제를 뜻하는 철학 개념이다. 플라톤은 이 세상은 모든 사물의 원인이자 본질인 이데아, 그 복제물인 현실, 그리고 현실의 복제물인 시뮬라크르라는 세 가지로 존재한다고 했다. 그래서 시뮬라크르는 가치가 없다고 했다. 


다른 의견으로,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는 원본 없는 시뮬라크르로 존재하고 있으며, 원본과 복제물, 복제물의 복제물이 모호해지면서, 원본 없는 시뮬라크르가 원본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보드리야르 쪽이다. 드라마 ‘The OA’는 내 삶의 시뮬라크르를 내게 던지고 끝났다. 현실 같은 무서운 드라마였다. 그러나 드라마와 같다면, 현실은 공포만 남지 않는다. (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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