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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Sep 09. 2019

가난의 모양

손창섭의 ‘비 오는 날’ 은 도리 없는 가난을 말하는 단편소설이다.

비만큼이나 가난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건 없다. 비 맞은 가난은 옷이 젖었을 때 맨살의 찜찜함을 주고, 달라붙는 검은 먼지 덩이는 지렁이처럼 몸을 기어간다. 아무리 벗어내고 싶어도 벗을 수 없다. 그저 해 나오고 바람 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 없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비 맞는 가난이다.


들러붙어서 아무리 떼어 내도 떼어낼 수 없는 가난. 끝내 떼지 못해 긁어 벗기려다가 엄한 살만 상처만 내 피가 나고, 그 피는 손톱으로 스며 들어가 손톱에는 때인지 피인지 모를 검붉은 자국으로 남는다. 염상섭이 그리는 ‘비 오는 날’ 전후의 가난은 오랫동안 깎지 못해 4밀리 정도 빼나 온 손톱 아래 낀 때 같다. (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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