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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벗 Dec 18. 2022

‘부족의 시대’, 종합 커뮤니티는 가능할까

지식 서비스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부족의 시대다


‘부족’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모두가 주말에 옹기종기 TV 앞에 모여 앉아 ‘무한도전’을 보고선 출근해 ‘어제 그거 봤어?’하며 이야기나누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다. 아침 신문이나 9시 뉴스에서 전한 소식을 모두가 그 시간에 접하지도 않게 됐다. 어떤 ‘대중’, ‘공동체’ 비슷한 것이 있었다면, 이제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믿기는 조금 어려워졌다. 부족은 세계관, 문화, 취향, 관심사, 그리고 많은 경우에 인구통계학적인 특징을 공유하는 집단이다.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정했다면? 고기 먹는 사람들과 토론할 것이 아니라 채식주의자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된다. 정치적 입장, 취향이나 취미, 연령대, 지역 등, 사람들은 이제 매우 복잡한 ‘부족’의 네트워크로 개편되고 있다.


토론의 공간은 조금 다르다


‘민주주의’라는 단어에 아직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공론장’이라는 단어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부족의 시대’로의 개편을 긍정적으로만 보지는 못할 것이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반향실’과 ‘확증편향’에 대한 문제제기를 처음 듣는 것은 아니다. 특정 플랫폼에서 이미 동의하고 친숙한 세계관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만의 소통에 갇힌 사람은, 극단적인 입장을 가지기 쉽다. 정치적 양극화가 SNS의 발달과 함께 언급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부쉬는 이러한 디지털 공론장이 구현된 예시로 BBC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BBC 방송을 보는 영국인의 76%는 공동의 “공론장”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핵심은 시스템의 이념적, 이상적인 필요성이 아닐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개진하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에 대한 이상은 주장하기는 쉽지만 실현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단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만 나열해도 다음과 같다. 지배주체와 구조가 큰 문제다.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면, 돈은 어떻게 벌 것인가? 광고를 들인다면, 광고 모델 때문에 레거시 미디어가 겪었던 수많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유료구독 모델이라면, 한국의 사용자는 디지털 텍스트에 돈을 내는 경험이 없거나 희박하다는 점은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이념적 편향은 어떤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되는 사회에서 정말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좌우 양측이 서로 점잖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를 만들 수 있는가?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들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니즈가 있어야 하고, 고객의 페인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곧 페이 포인트(pay point), 즉 구매의사와 연관이 깊을 수 있다. 그러나 정보는 이제 어디에서나 흐르고, 레거시 미디어는 하루에도 수천개의 기사를 무료로 쏟아낸다. 정보만으로 유료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토의, 논쟁, 토론은 어떤가.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요즘에 뉴스를 좀 안보고 생각을 좀 안하고 살았군. 오늘은 꼭 내 지적 수준을 높여주는 서비스에 돈을 내야겠지’라고 말하는 사용자는 매우 적을 것이다. 게다가 토의, 논쟁, 토론에서 가장 의미있는 순간은 자신의 생각이 변화하는 지점일텐데, 내가 틀렸다는 걸 배우기 위해 돈을 내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O2O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디지털 공론장이 출현하기 어려운 다른 이유는, 바로 ‘디지털 피로감’일 수 있다. 클럽하우스의 흥망을 기억하는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인간의 목소리와 소통에 목말랐던 사람들이 한번씩 써보고, 서비스는 다시 기억의 저편으로 뒤쳐저버렸다. 여전히 한국 사용자가 가장 선호하는 콘텐츠 서비스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다.


소셜 서비스에는 ‘커뮤니티’라는 또 다른 핵심 기능이 있다. 광고와 콘텐츠의 피드를 무료로 매일 사용한 것 외에, 오프라인이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과 연결된다. 로컬을 강조하는 당근마켓의 경우, 지역 페스티벌이나 로컬 커뮤니티와 연관된 사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래 트레바리와 유사한 형태의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시작한 문토의 경우, 모임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온라인에서도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고, 오프라인 만남과 모임으로 이어지는 형태다.


O2O(Online to Offline)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되는 현상을 말한다. ‘디지털 피로감’이 이러한 변화에 한몫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험을 연결해서 제품화하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다. 같은 업종이라고 볼 수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에도 다양한 형태의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프로덕트가 하루가 다르게 생기고 있는 것 같다.


커뮤니티의 성패는 곧 ‘라이프스타일 제안’의 매력에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미디어는 커뮤니티로의 변화, 오프라인과의 통합의 흐름에 저항할 수 있을까? 토론을 큐레이션하고자 하는 플랫폼은 과연 위에 언급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이념적인 필요성은 힘이 없다. 연관된 시장과 고객의 페인 포인트와 페이 포인트를 찾아내야 한다.


콘텐츠와 커뮤니티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를 꼽자면, 나는 ‘라이프타일 제안’과 ‘욕망의 에듀케이션’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여기서 ‘라이프스타일’은 패션이나 식생활 같은 더 물질적인 것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소크라테스가 말한 ‘지성적인 삶(examined life)’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 뉴요커, 이코노미스트 같은 미디어를 매일 매주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플랫폼은 ‘지성적인 콘텐츠 습득과 토의’가 섹시하고 멋진 것으로 브랜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욕망은 어떤가. 인간은 다양한 욕망을 가지고 있고, 모든 욕망에 동일한 양의 양분을 줄 수는 없다. 지식욕에 매일 물을 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식욕에 매일 물을 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라 켄야는 디자이너의 미션은 어떤 욕망을 가르쳐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식 분야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는 이도 동일한 맥락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에 지식욕을 어떻게 매력적인 것으로 가르칠 것인가?


참고한 자료


머스크가 옳다. 우리에겐 디지털 공론장이 필요하다

https://alook.so/posts/potLwLp

가상 공간도 식민화를 피할 수 없다

https://alook.so/posts/2xtp6v3

트위터를 대신해 왕좌를 차지할 서비스는 누구?

https://alook.so/posts/q1tpeMJ

The Great Delusion Behind Twitter

https://www.nytimes.com/2022/12/11/opinion/what-twitter-can-learn-from-quakers.html?searchResultPosition=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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