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chemion Dec 15. 2024

이 고양이 집사는 왜 늙지 않지?

죽음에 관한 소고 2




죽음에 관한 소고 두 번째 시작합니다. 모두들 경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노화와 죽음은 오직 육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것은 영이 삶을 향한 사랑을 잃어버렸을 때다. 삶을 향한 일말의 의지도 일으킬 수 없을 때, 우리들은 그 사람이 살아있는 육체를 가지고서 숨을 쉬더라도 그 사람은 죽었다고 받아들인다. 희망과 절망의 사이를 무수히 오고 가는 선택의 연속 안에서 삶의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지고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매 순간 마주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결과적으로 스스로와 모두에게 이득을 안겨주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 우리들은 영원한 순간으로 진입하는 출입문이 고양이가 삶을 대하는 자세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고양이는 항상 제 자기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가만히 있는다. 그 어떠한 불평도 없이 그저 삶의 이 순간 속에 빠져들 뿐이다. 물론 스스로가 그 현재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인간과 고양이를 결정적으로 가로 짓는 지성의 영역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고양이의 자세로부터 삶을 대하는 초연함을 배워갈 수 있다. '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동적이지 않고, 정적이다. 사건과 현상보다 그 배경에 주목함으로써 고양이는 정적인 순간이 가져다주는 행복함에 스스로를 내맡길 수 있다. 삶을 향유하고 그 안에 온전히 빠져드는 일은 언제나 삶의 동반자로서 죽음을 곁에 안배하는 지혜로부터 비롯된다. 고양이 집사들은 고양이 곁에 늘 머물면서 고양이를 닮아간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관조의 자세는 고양이 집사가 고양이로부터 배운 삶의 지혜다. 


 하루 온종일 잠만 자고, 게으름을 피우더라도 고양이는 집사에게 당당히 간식을 요구한다. 그 뻔뻔스러움에 당황할 때도 있지만, 양육의 타고난 권리에 대한 요구를 뻔뻔스럽게 건네는 몸짓과 울음은 피식 미소를 짓게 만든다. 현재 이 순간을 살아가는 고양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에 한 치의 망설임과 주저함이 없다. 영문도 모른채, 세상 속에 던져진 우리들 또한 삶 속에서 정정당당하게 먹고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면 된다. 고양이는 먹고살 걱정을 하지 않는다. 고양이 집사 또한 삶으로부터 당당하게 혹은 조금은 뻔뻔스럽게 의식주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고 이를 세상으로부터 천연덕스럽게 받아낸다. 고양이 집사의 마음은 고양이를 닮아 늙지 않는다. 죽음을 역행하는 고양이 집사의 마음은 삶의 순간순간을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격하게 끌어안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