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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연금술사 Jul 07. 2024

등불과 이야기

별스럽지 않지만 별같은 이야기들

#베트남에서 #호이안 #등불 #우리 이야기


#1.

어느 깊은 밤,
골목 끝자락에 불쑥 나타난 등불의 향연
붉고 푸르고 노랗고 초록빛 등불들이
하늘을 향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듯

작은 상점 속,
고단한 어머니의 시선을 따라
빛나는 이야기들이 태어난다.

옛 추억과 잊힌 이야기들.
각자의 소망이 담긴 빛나는 이야기들.
지나간 시절이 서러워 그저 나지막히 읇조리는 이야기들,
그렇게 하나하나 밤하늘 속으로 스며든다.

등불의 숲 속에서 나는 오래된 이야기들을 듣는다.
사람 사는 이야기, 아련한 그리움이 쌓여가는 이야기.

동네 노총각이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실연당했다는 이야기.
옆집 아저씨가 술에 취해 핸드폰을 변기에 빠뜨렸다는 이야기.
비바람에 가발이 날아가버린 김대리 이야기.

누구는 해외로 여행을 가고, 누구는 취직을 하고,
또 어떤 시인이 밤새도록 시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
이렇게 별스럽지도 않은 우리 사는 이야기.

등불의 온기 속에서
나는 나지막이 나의 이야기를 속삭인다.
작은 불빛같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삶을 비추고 그 속에 담긴 소박한 꿈들이
다시 세상을 밝히는 그런 이야기를.


















이전 21화 오후 3시는 회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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