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속에 대답
#1.
'소년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대지는 한 길로 이어진 발자국으로 답한다.
그대가 어디서 왔든
남겨진 걸음이 그대의 흔적이라고.
바람 속 온갖 세상 뉴스와,
소년의 설 익은 꿈 한 조각에도,
바람은 말없이 답한다.
그대의 시선이 머무든 곳이
그대가 어디로 가는지 보여주는 나침반이라고.
태산 같은 운명을
이겨내는 소의 묵묵한 걸음 속에
우주의 비밀이 담겨 있고,
세월을 호흡하는 들숨과 날숨마다
삶의 향기가 배어 있는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게 뭐 중요하겠냐고,
그저 질문 하나 가슴에 품고 길 위에 서면
그것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삶이라고.
소년은 말없이 허공에 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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