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글에 함께 해준 작가님들께 감사를 전하며.
산책은 단순히 길을 걷는 일이 아니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만나는 거리의 소음과 사람들, 그 속에서 피어난 꽃과 길고양이, 오래된 골목과 새롭게 생긴 카페들까지 모든 것이 나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나는 길 위에서 나 자신과 대화했고, 때로는 무언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나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 산책은 그렇게 단순하면서도 깊은 일이다.
길거리에는 늘 이야기가 넘쳤다.
빵집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푸른 바람 속에서 흔들리는 나무의 잎사귀. 이런 사소한 것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작은 순간들을 놓치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소로가 말했듯이,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연의 작은 순간들 속에 있다.
내가 길 위에서 발견한 것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빛났다.
그 작은 기적들이 내 삶의 조각을 완성해 줬다.
오토바이 경적 소리, 도로 위의 복잡한 풍경, 시장에서 흥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그러나 그 소음 속에서도 나는 혼자였다.
이 고독이 나를 무겁게 만든 적도 있지만, 동시에 나를 자유롭게 했다.
사르트르가 말했듯, 고독은 우리의 존재를 다시금 자각하게 한다.
혼잡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나는 오히려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목소리가 나에게 묻는다.
"지금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나를 또 다른 사유의 길로 이끌었다.
호찌민의 산책은 나에게 하나의 훈련이 되었다. 무언가를 소유할 때마다 우리는 그것에 얽매이게 된다.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하고, 신경 써야 할 일도 늘어난다.
그래서 나는 '버리는 연습'을 시작했다. 물건을 줄이고, 욕심을 덜어내고, 생각도 가볍게 했다.
그 결과 내 걸음도 가벼워졌다. 불필요한 짐이 줄어들자, 산책길에서 내가 보는 풍경도 더 명확해졌다.
삶은 단순할수록 아름답다. 나를 무겁게 만드는 것들을 하나둘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도시는 언제나 시끄럽다. 하지만 그 소음 속에서도 우리의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하이데거가 경고한 대로 기술과 소음은 우리를 소외시킬 수 있다. 그러나 소외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생각할 힘을 가지고 있다.
소음은 나를 방해하기보다는 때로는 사유의 자극제가 되었다.
도시의 혼란 속에서 나는 오히려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소란스러움은 내 머릿속의 질문들을 던져주었고, 나는 그 질문들에 답을 찾기 위해 다시 걷는다.
호찌민의 공원은 내게 자연이 가진 치유의 힘을 일깨워 주었다. 공원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나는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슈바이처가 말한 생명에 대한 경외감은 이 순간 더욱 선명해졌다.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며, 우리는 그 자연 속에서 자신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자연은 내가 잃어버린 균형을 다시 찾아주는 곳이다.
그것이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내가 자연을 찾으려는 이유다.
산책은 길의 끝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끝에서 새로운 길이 열린다.
사르트르가 말했듯, 인간은 매 순간 새로운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산책이 나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끝은 곧 시작이다.
오늘 걸었던 길이 내일의 여정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나는 또 다른 길로 나아갈 수 있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 도시에서의 모든 산책은 나에게 삶의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길 위에서 나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고독과 자유를 느꼈으며, 가벼움을 통해 진정한 소유의 의미를 배웠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생각은 계속되었고, 자연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을 치유했다.
모든 산책이 그저 걸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산책을 마치며 나는 다짐한다. 앞으로의 길에서도 나는 소박함을 잊지 않을 것이다.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그 속에서 자유와 행복을 찾을 것이다.
호찌민에서의 모든 산책이 남긴 것들은 내가 앞으로 걸어갈 길의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길을, 잔디와 함께했던 걸음을 기억하며, 가볍고 자유롭게 걸어갈 것이다.
이렇게 산책과 사색에 대한 글에 작은 마침표를 찍는다.
그리고 나는 이 마침표를 쉼표라고 되뇌어본다.
글은 끝나지만 산책은 그 끝에서 다시 시작될 것이다.
정신없이 글을 써왔던 것 같다.
때로는 기쁨으로, 때로는 시간에 쫓기며, 또 어느 순간에는 길을 잃고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까지 왔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제 새로운 점 앞에서 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생각에 빠진다.
그게 뭐가 됐든, 또 재미가 있든 없든 쓰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기대에 차서 시작했던 첫 글과 점점 막막해지던 중간의 글들, 그리고 시원 섭섭한 마지막 글까지 모두 이 작은 점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믿는다.
그리고 이 점들이 이어져 어느 날 선이 될 날을 기대하며 또다시 산책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