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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초대형 진공청소기가 필요해.

미세 먼지에 대한 우리의 망상

by 한자루




요즘 뉴스에서 날씨 코너를 보면 미세먼지 리포트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은 미세먼지 ‘나쁨’입니다”라는 말이 마치 기온처럼 당연하게 느껴지는 날들.

그런 날엔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할 것 같아 답답해집니다.

마스크를 고쳐 쓰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내가 이 공기가 나를 천천히 죽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숨을 쉬고 있다니, 이거 참 아이러니한 일이네.”

미세먼지. 그냥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라고 하기엔 그 영향이 너무 큽니다.

보이지 않는 적은 우리의 폐를 조용히 잠식하고, 야외 활동을 위축시키며, 심지어 경제까지 흔들어 놓습니다.
뿌연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매일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런 삶,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미세먼지는 현대 문명의 진정한 '명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자동차, 공장, 화석 연료 같은 놀라운 발명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지구는 우리의 과학적 업적을 기록하는 거대한 전시회장이 되었죠.

하늘은 우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거대한 갤러리.

그런데 문제는, 이 '전시품'이 우리의 폐까지 전시를 확장한다는 거죠.

미세먼지란, 어쩌면 하늘과 인간이 서로 싸우다 나온 부산물이 아닐까 싶어지네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미세먼지가 '스테이터스 심볼'이라면?

"우리 동네는 오늘 미세먼지 150마이크로그램 찍었다!"
"훗, 그래? 우리 동네는 200이야. 부럽지?"

만약 이런 세상이 온다면,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최고 수준의 공기 청정기를 소유한 이들이겠죠.

그리고 그 공기 청정기 광고에는 이런 문구가 붙을 겁니다.
"이 청정기로 당신의 공기는 90% 더 깨끗해집니다. 단, 가격은 아파트 한 채와 맞먹습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미세먼지는 이미 우리 삶의 질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좋은 공기와 나쁜 공기, 이 간극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는 그 안에서 더 좁아지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미세먼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바람에 맡겨도 해결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한국을 뒤덮고, 다시 일본으로 넘어갑니다.

마치 이어 달리기를 하며 바통을 건내는 것 처럼 말이죠.

또 우리는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입니다.

자동차 타고 출근하면서 '이 공기 왜 이렇게 나빠?'라고 투덜대는 우리 모습, 웃기지 않나요?

이쯤 되면 하늘도 한마디 하고 싶을 겁니다.
"내가 이렇게 더러워진 건 너희 탓이야. 왜 자꾸 나한테 불만이야?"


그렇다면 우리가 미세먼지를 없애기 위해 뭘 할 수 있을까요?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너무 진지하게 생각할 것 까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의 모든 먼지를 빨아들이는 초대형 진공청소기를 만든다거나,

자동차 배기가스를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색깔로 바꿔보는거죠.


그렇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발상이 새로운 기술로 이어질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진짜로 중요한 건 작은 실천입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부터 시작할 수 있겠죠.


미세먼지가 성공의 상징이 되는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그 상상이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오늘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세요. 그리고 이렇게 속으로 말해보세요.
"이 뿌연 하늘은 내 잘못이기도 해. 하지만 더 맑게 만들 책임도 내게 있어."


네 맞습니다. 우리가 개인의 힘으로 미세먼지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미세먼지를 줄이고 더 나은 공기를 만들어갈 힘은 분명히 있습니다.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미세먼지 200마이크로그램의 럭셔리한 하루’를 즐기는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런 세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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