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무 냄새도 나지 않을까?
"돈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고대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그는 공중화장실에 세금을 부과한 후,
아들이 "화장실에서 나온 돈을 받는 게 부끄럽지 않아요?"라고 묻자,
동전 하나를 들어 냄새를 맡으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무 냄새 안 나는데?"
베스파시아누스는 냉철한 사람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 짧은 일화는 지금까지도 "돈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다."는 논리를 지지하는 데 종종 인용된다.
하지만 정말 돈에는 냄새가 나지 않을까?
베스파시아누스가 맡지 못한 냄새는 과연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시대를 초월한 어떤 다른 냄새가 나는 걸까?
물리적으로 돈에는 냄새가 없을지 몰라도, 그 출처와 사용 방식에 따라 상징적인 "냄새"가 덧붙여진다.
자, 여기서 지폐 신권에서 나오는 그윽한 돈 냄새를 떠올리며 따지고 싶어지는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가 말하는 냄새는 그런 물리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돈의 출처와 쓰임새에 따라 생겨나는 상징적 '냄새'다.
깨끗한 돈은 열심히 일한 대가로 얻어진다.
성실하게 일한 후 월급날 통장에 찍힌 숫자는 비록 화려하지 않더라도, 기분 좋은 땀 냄새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더러운 돈은 부패와 부정행위로 얻어진다. 이런 돈은 남몰래 킁킁거리며 확인하고 싶어질 정도로 찝찝한 냄새를 풍긴다.
결국, 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돈이 지나온 여정과 사람들이 돈에 부여하는 맥락이다.
우리가 "이 돈은 깨끗할까?"라고 묻는 건, 단순히 돈의 물리적 가치보다 그 돈이 만들어진 방식과 쓰이는 목적에 더 관심이 있다는 증거다.
흥미로운 점은 돈의 냄새를 판단하는 기준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크게 변한다는 것이다.
고대 사회에서는 돈을 버는 방식이 중요했다.
귀족들은 땅을 빌려주고 소작농에게 받아들이는 수입을 '고상한 돈'으로 여겼다.
반면, 상인들이 물건을 사고팔며 번 돈은 '천박하다'고 평가받았다.
"돈은 귀족적으로 벌어야 품격이 살아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돈에 대한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다.
창업과 상업 활동은 이제 성공의 상징이 되었고, '얼마나 우아하게 벌었느냐'보다는 '누가 더 많이 벌었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열심히 일하고 창의성을 발휘해 얻은 돈은 '맑고 깨끗하다'고 여겨지는 반면, 비리나 부정행위로 얻은 돈은 '찝찝한 냄새'를 풍긴다고 치부된다.
또한, 돈의 사용 방식은 돈에 새로운 냄새를 덧붙인다.
대개 사람들은 돈을 처음 손에 넣을 땐 '그 돈 어디서 났어?'라고 궁금해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돈이 쓰인 방식이 드러나면, '그 돈으로 뭘 했어?'라는 질문으로 관심이 옮겨간다.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느냐에 따라 새로운 냄새가 더해진다.
결국 돈의 냄새는 출처보다 그 돈이 남긴 흔적에서 비롯된다.
베스파시아누스의 "돈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동전이나 지폐 자체에는 냄새가 없지만, 그 돈이 지나온 여정과 만들어낸 이야기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깨끗한 돈과 더러운 돈이라는 개념도 결국 인간이 돈을 대하는 방식과 가치를 반영한 것이다.
다음번에 돈이 손에 들어올 때, 냄새를 맡아보기 전에 그 돈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이 돈은 어떤 여정을 지나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내 손에 들어왔을까? 그리고 나는 이 돈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가?"
돈은 우리 삶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삶의 이야기를 더 화려하게 꾸며주는 조연임에 분명하다.
물론, 이 조연이 없으면 우리는 대사 한 줄 못 하고 퇴장할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긴 어렵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