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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돈의 신 01화

1. 돈, 필요인가? 욕망인가?

돈이란 무엇인가?

by 한자루





돈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은 두 가지 중 하나다.

돈이 너무 많아 잃을 걱정만 하는 부자이거나, 돈이 너무 없어서 포기해버린 사람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돈은 희망이자 동력이며, 때로는 한숨의 원천이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다고들 하지만, 적어도 로맨틱한 저녁 식사는 살 수 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들 하지만, 깨끗한 공기와 좋은 병원은 돈 없이 접근조차 어렵다. 결국, 돈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얽혀 있는 가장 강력한 교환 도구이자, 때로는 인생의 기준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돈은 참으로 모순적인 존재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땀 흘리며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몸과 마음을 혹사시킨다. 그러다 죽기 직전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정작 쌓아둔 돈은 무덤에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는 매일 돈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돈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머릿속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이 종이조각과 동그란 쇳덩이가 어떻게 우리 삶을 이렇게도 지배할 수 있을까?"

어릴 적, 돼지저금통을 흔들어 백 원짜리 동전을 몇 개 몰래 꺼내 들고 동네 슈퍼에서 사탕을 사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돈은 마법 그 자체였다.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면, 내가 원하는 게 눈앞에 뿅 하고 나타나는 그런 기적 말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니, 돈은 더 이상 마법이 아니라 끝없는 미궁처럼 느껴진다.

길을 찾으려 하면 갈림길이 나오고, 나오려 하면 더 깊이 빠져버린다.

오히려 돼지저금통의 돼지가 나보다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자, 그렇다면 돈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 보면, 우리는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그 본질에 조금은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본질에 다가가기 전에, 월급날이 얼마 남았는지 확인부터 해야겠지만.


돈을 물리적으로 보자면 그냥 종이쪼가리와 쇳덩이, 그리고 어쩌면 스마트폰 은행계좌 속에 찍힌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보자면, 돈은 전 세계인이 합심해 만든 가장 거대한 '거짓말'이다.

그렇다, 돈은 실체가 없는 허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거짓말을 아주 잘 믿는다.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지폐를 들고 "이건 그냥 종이야!"라고 말하며 불길에 던져 버릴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그 종이는 곧 치킨 한 마리, 아니면 택시 요금, 아니면 내일 점심 한 끼다.

이게 바로 돈의 마법 아닌가?

결국 돈은 우리가 믿는 '허구'로부터 엄청난 실체를 얻었다.

재미있는 건, 모두가 그 허구에 동의하기 때문에, 그 허구가 우리 삶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마치 연극에서 소품으로 쓰이는 왕관이 진짜 금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곧 돈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시간에겐 조금 억울할 수 있다.

시간은 잃어버리면 다시 못 찾지만, 돈은 잃어버려도 다시 벌 수 있다.

예를 들어, 택시에서 돈을 흘리면 운전기사님의 새 점심 메뉴가 되고 끝이다. 하지만 흘려보낸 시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시간을 팔아 돈을 벌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배고프니까.

문명이 시작되기 전, 우리는 사냥과 채집으로 생존했다.

"내가 고기 가져올게, 넌 열매 좀 따와"라는 단순한 교환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문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노동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시간을 돈으로 교환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는 종종 돈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되살릴 수 있다고 착각한다는 데 있다. 고급 카페에서 비싼 커피를 마시면 잃어버린 시간이 조금은 멋져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그건 내 잔고를 줄였을 뿐이다.


돈을 논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 있다. "돈은 필요인가, 욕망인가?"

예를 들어, 월세를 내고 전기세를 내는 데 쓰이는 돈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명품 가방, 신상 스마트폰, 그리고 해외여행을 위한 돈은 욕망이다.

재미있는 건, 우리는 종종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돈은 우리를 이기기 시작한다.

돈이 많아지면 욕망도 함께 커진다.

돈이 마치 에스컬레이터처럼 올라가면, 내가 원하는 것의 높이도 덩달아 올라간다. 멈출 줄을 모른다.
한 번 생각해 보자.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그럼 한 번 사본 사람만 얘기해 봐!"라는 농담이 있다.

사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돈이 없으면 최소한의 행복조차 유지하기 어렵다.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난 돈 없이도 행복해"라고 말할 사람은 없으니까.

결국, 돈은 행복을 보장하진 않지만, 적어도 불행을 조금 덜 불편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돈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행복은 더 이상 급격히 증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돈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돈은 빌 게이츠와 나를 동일한 시스템 속에 묶어주지만, 동시에 빌 게이츠와 나를 갈라놓는 가장 큰 벽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돈은 도구일 뿐인데, 우리는 그 도구에 휘둘려 살아간다.

이건 마치 도구 상자 안의 망치가 우리를 두들기고 있는 꼴이다.

돈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욕망과 필요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욕망은 끝이 없지만, 필요는 명확하다.

예를 들면 하루 세끼를 먹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요이다. 단출한 밥과 몇 가지 반찬이면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트러플 오일을 곁들이고, 디저트로 고급 와인을 추가하며,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배는 이미 부르지만, 우리는 '더 나은 것'을 원한다. 이것이 욕망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욕망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욕망을 실현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한 채, 무작정 욕망을 좇는 행동에 동의할 수 없을 뿐이다.

결국, 그런 행동이 우리를 돈의 노예로 만드는 길일지도 모른다.

돈을 우리의 종으로 부릴 것인가, 아니면 돈에게 지배당할 것인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우리의 인생을 결정한다.


돈은 인간이 만든 가장 강력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가 쓰는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돈은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할 수 없다.

돈은 도구일 뿐이다.

마법 같은 도구이긴 하지만, 그 도구의 방향은 우리가 정해야 한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철학적 고민도 월급날이면 잠시 잊히는 게 현실이다.

어차피 돈이 없어지면 다시 생각할 시간이 생길 테니까.

그러니 오늘은 그냥 돈과 적당히 친하게 지내며 살아보는 건 어떨까?

아, 그리고 혹시 모를 로또 당첨도 대비해둬야 하니, 인근에 명당 복권 판매점이라도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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