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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돈의 신 22화

24. 가난에 대한 공포는
왜 우릴 가난하게 만드나?

욕망이 아니라 공포가 삶을 조종할 때

by 한자루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일까?
과연 우리는 진심으로 ‘부’ 그 자체를 원하는 걸까?

사실은 이렇다.
우리는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가난해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 두 문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삶의 태도를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사람은 욕망보다 공포에 더 크게 반응하는 존재다.
"부자가 되면 좋겠다"는 말보다
"가난해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그래서 많은 선택이 꿈을 좇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안에서 도망치기 위한 반사신경에서 비롯된다.

결과적으로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덜 불안한 일을 택하고, 배움보다 스펙을 우선시하며, 성장보다 안정된 월급을 추구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내 삶은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내가 두려워한 것들이 만든 것이라는 걸.

우리가 말하는 가난은 종종 현실이 아니다.
그건 하나의 감정 구조, 혹은 정체성의 공포다.

가난이란 단순히 돈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정확하게는 비교에서 밀리는 감각, 선택할 수 없는 삶의 좁은 폭,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위축감이다.


이 감각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우리 안에 각인된다.
가난하게 살았던 기억이 없어도, 가난을 두려워하라는 교육은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

“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배고픈 거 한 번 겪어봐야 정신 차린다.”
“세상은 냉정하고, 돈 없으면 무시당한다.”

그래서 가난은 현실 이전에 관념으로서의 폭력이 된다.
그리고 그 관념이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는 선택의 자유를 상실한다.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크면 클수록,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지 못한다.

새로운 시도는 너무 위험해 보이고, 좋아하는 일은 돈이 안 될 것 같고, 배움은 실용적이지 않으며, 시간은 소비로 간주된다.


결국 우리는 가장 안전해 보이는 길, 즉 모두가 가는 길, 실패 확률이 낮은 길, ‘무난한’ 삶을 선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난한’ 길 위에는 진짜 부로 가는 문이 거의 없다.

그 공포는 우리를 ‘덜 가난한’ 곳으로는 데려다주지만, ‘더 나은 삶’으로는 인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두려움이 클수록, 우리는 가난하지 않는 삶을 위해 살다가 결국 아무것도 부유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이렇게 말한다.
“가난을 극복하라.”
하지만 진짜 필요한 건 ‘극복’이 아니다.

진짜 변화는 가난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서 시작된다.

가난은 실패가 아니다.
다만 아직까지의 선택들이 만든 상태일 뿐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재구성이 가능하다.

가난을 ‘피해야 할 저주’로 볼 것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설계하기 위한 임계점으로 보는 순간 우리는 두려움에서 가능성으로 시선을 옮길 수 있다.


우리는 자주 착각한다.
‘돈이 많아지면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돈이 많을수록 잃을까 두려워하고, 높은 위치에 설수록 떨어질까 불안해진다.

그러니까 돈이 두려움을 없애주는 게 아니라, 두려움 없는 마음이 돈을 다르게 다루게 만든다.

진짜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돈이 없을 때조차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절대 오래 가난하지도 않는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보다 더 자주, 더 깊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삶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라고.


여기서 말하는 ‘구조’란 단순한 생활의 틀을 넘어서, 내가 어떻게 시간을 쓰고,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일을 선택하고, 무엇에 ‘예스’와 ‘노’를 말하는가에 대한 삶의 방식을 뜻한다.

누군가는 통장에 억 단위의 자산이 있어도, 원하지 않는 일에 매일 시간을 쓰고, 에너지를 갉아먹는 관계에 둘러싸인 채 살아간다.
그 삶은 겉보기에 ‘성공’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면은 언제나 탈출구를 찾아 헤맨다.

반면, 어떤 사람은 많지 않은 수입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의미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속도로 살아간다.
그 삶은 ‘작지만 단단한 구조’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러니까 진짜 중요한 건 ‘얼마나 버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이다.

내 삶이 외부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선택한 구조 안에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가난조차 두렵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그 삶은, 이미 자유로우니까.


우리가 진짜로 바꿔야 하는 건 수입이 아니라 가난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리고 그 시선이 바뀔 때, 부는 더 이상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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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