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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돈의 신 24화

26. 부의 중독

부의 중독은 숫자가 아니라 상태다

by 한자루




중독이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낯설고 불편하다.
우리는 중독을 술이나 담배처럼 몸을 망치는 무언가에 쓰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독은 생각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은밀하게 우리 일상의 중심을 점령해 들어온다.

중독은 ‘좋아하는 것’과 다르다.
좋아하는 것은 기쁨의 선택이지만, 중독은 불안을 견디기 위한 반복이다.

중독은 스스로 통제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 대상이 나를 통제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어느 순간 그 대상이 ‘돈’이 되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 더 벌고 싶다는 욕망.

이 모든 것들이 정말로 ‘부’ 자체에 대한 열망일까?

사실 그 이면에는 잃지 않으려는 공포가 있다.
안정감, 자존심, 기회, 관계, 돈은 모든 것을 지켜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돈이 없을까 봐, 더 못 벌까 봐, 남보다 뒤처질까 봐 불안해한다.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돈을 벌고, 계획하고, 모으고, 불리려 한다.

문제는, 그 과정이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욕망은 달성되는 순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크기로 되돌아온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그 정도 벌면 만족할 것 같아.”
하지만 그 정도에 도달하면 곧바로 그 위의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부의 중독은 통장의 숫자가 아니라, 욕망의 회로가 끊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중독의 무서운 점은 겉으로는 ‘성공처럼 보인다’는 데 있다.

수입이 늘고, 투자 성과도 좋고, 타인보다 앞서 있는 듯하지만 내면은 점점 예민해지고, 조급해지고, 불안이 기본값이 된다.

내가 돈을 가진 것이 아니라, 돈이 나를 잡고 흔든다.
그 순간, 우리는 부자가 아니라 중독자다.


부의 중독에서 벗어난다는 건, 돈을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돈을 삶의 ‘전부’로 삼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 첫걸음은 삶의 다른 기준을 복원하는 일이다.

수익이 아니라 의미를 중심에 둘 수 있는가? 비교가 아니라 감사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가? 소비가 아니라 표현으로 돈을 쓸 수 있는가?에 대해 망설임없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돈 없이도 나를 지탱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누군가에겐 그게 글쓰기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가족, 음악, 산책, 관계, 신념일 수 있다.

그 영역이 클수록 돈은 삶에서 ‘큰 비중’이 아니라 ‘적절한 자리’로 돌아온다.


진짜 부자는 더 가진 사람이 아니라, 더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는 돈에 휘둘리지 않고, 돈 없이도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고, 돈의 흐름을 보되, 거기에 삼켜지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진정한 부자이며, 부의 중독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그냥, 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돈은 필요하다. 부도 중요하다.

하지만 부에 중독되면 삶의 방향이 사라진다.

마치 나침반이 자석에 붙어 방향을 잃는 것처럼.

부에 중독되지 않는다는 건, 돈을 내 삶의 일부로 돌려놓는 작업이다.
그것이 진짜 부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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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