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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돈의 신 23화

25. 돈 걱정을 멈추는 연습

심리적 빈곤 vs 심리적 부유

by 한자루




같은 도시, 비슷한 소득, 비슷한 생활비.
그런데 누구는 하루 종일 돈 걱정에 시달리고, 누구는 웃으며 말한다.
“돈이요? 뭐,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거잖아요. 잘 되겠죠.”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어떤 사람은 월급 500만 원에 항상 가난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월급 250만 원으로도 여유를 느낀다.
그건 단순히 돈의 양 때문이 아니다. 돈과 맺고 있는 관계 때문이다.


우리는 돈을 자꾸 '객관적인 대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돈은 심리적인 존재다.
어떤 사람에게 돈은 ‘안전’이고, 어떤 사람에겐 ‘위협’이며, 어떤 사람에겐 ‘힘’이고, 또 누군가에겐 ‘숫자’다.

결국 돈은 우리가 가진 감정과 상처, 욕망의 거울이 된다.
그래서 ‘얼마를 버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돈을 어떻게 느끼고, 다루고, 믿느냐이다.


심리적 빈곤 상태에 빠진 사람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늘 모자람을 느낀다.

소비는 곧 죄책감이고, 저축은 불안의 임시방편이다.

돈을 위해 일하다가 삶 전체를 놓쳐버리기도 한다.

그 상태에선 돈이 인생을 통제하게 되고, 자신의 감정마저 지배당하게 된다.
그리고 끊임없이 “더 벌어야 해”, “아직은 부족해”라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반면, 심리적 부유함은 거대한 저축이 아니라, 마치 작은 텃밭 같다.

누군가의 기준으로 보면 작고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직접 가꾸고, 내가 원하는 템포로 자라고, 계절마다 다른 기쁨을 주는 그런 공간.

그런 텃밭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크진 않지만, 내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선 불안보다 신뢰가 자란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적 감각이다.

돈 걱정을 안 하는 사람은 단지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돈과의 거리감, 돈에 대한 통제감, 그리고 자기 삶에 대한 주도권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돈을 느끼는 나의 방식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사람은 돈의 많고 적음으로 불안을 판단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해석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

그 신뢰감이 바로, 심리적 안전 자산이다.

이런 심리적 안전 자산이 있다면 불안은 줄어들고, 걱정은 작아진다.


돈 걱정을 멈춘다는 건, 현실을 무시하거나 낙관적으로 살자는 말이 아니다.
그건 돈과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불안을 줄이는 소비 습관을 만들고, 나만의 재정 기준을 세우고, 내가 돈을 다룰 수 있다는 감각을 키우는 일. 그게 바로 진짜 ‘경제적 안정’의 시작이다.


돈 걱정을 멈춘 사람들은 돈을 과장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돈을 자기 자리에 두고 쓴다.

그 담담하고 단단한 태도가 우리를 심리적 부유함으로 이끈다.

심리적 부유함은 마치 오래된 서랍 속 편지 같다.
세월이 지나도 버리지 못한 글귀처럼, 지금 내게 꼭 필요한 말을 조용히 들려준다.

“괜찮아. 너는 이미 충분해.”

그 감각은 거창하지 않다.
커다란 통장 잔고처럼 숫자로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하루를 대하는 마음, 예기치 못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 무언가를 선택할 때의 눈빛에서 드러난다.

그건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의 골조 같고, 낡았지만 제 위치를 지키는 가구 하나 같다.

심리적 부유함이란, 삶을 잃지 않기 위해 돈을 다루는 법을 아는 것.
그리고 결국엔, 돈보다 더 귀한 것을 지켜내는 감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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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