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면서도 침묵한 폭력
"이 정도는 농담이잖아."
"그 애는 원래 좀 예민하잖아."
"딱히 나쁜 뜻은 없었어."
학교, 회사, 군대, 동아리.
단톡방은 공동체의 공식 통로인 동시에, 가장 비공식적인 사냥터다.
누군가 한 명이 조롱당하기 시작하면, 그 방 안의 공기는 급격히 바뀐다.
조롱은 공유가 되고, 말은 짤이 되고, 침묵은 공모가 된다.
그리고 결국 그 사람은, 방을 나간다.
혹은 세상을...
단톡방 괴롭힘은 의외로 사소하게 시작된다.
대답이 없다고 “눈치 없다”고 말하거나, 실수한 걸 캡처해 공유하거나, 없는 말에 ‘ㅋㅋ’만 붙여 퍼뜨리거나.
그리고 그 사소함은 “다들 하는데?”라는 무게를 입고 자란다.
여기엔 명확한 지시도, 주범도 없다. 그런데 피해자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 말들에 둘러싸인 채, 혼자 있는 사람.
문제는, 이 방에선 웃음을 거부하는 사람이 유머를 못 알아듣는 사람이 된다.
기분이 나쁘다고 하면 ‘오버’, 그만하자고 하면 ‘갑분싸’, 방을 나가면 ‘또라이’
그 누구도 명시적으로 괴롭히자고 말하지 않지만, 아무도 멈추자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폭력은 ‘누가 때렸는지 모르는 맞음’처럼 남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공범이 되기 싫어서가 아니라, 피해자가 되기 싫기 때문이다.
“쟤 편 드는 순간 다음은 나일 것 같아.”
“이거 뭐라 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 될 것 같아.”
“그냥 무시하면 괜찮아지겠지.”
이 침묵은 논리로 무장한 방어가 아니다. 불안을 넘기지 않으려는 생존 감각이다.
그래서 이 폭력은 끝이 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면, 대부분의 가해자는 말한다.
“장난이었어요.”, “기억이 안 나요.”, “다 같이 있었던 거잖아요.”
그러면 책임은 흩어진다.
그 순간, 폭력은 집단 속에 증발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폭력, 그래서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 폭력.
그게 바로 단톡방 괴롭힘의 실체다.
거기서도 침묵은 공범이다
“나는 그냥 보기만 했어요.”, “좋아요만 눌렀어요.”, “웃기긴 했지만, 제가 한 건 없어요.”
그 말은 책임을 피하는 데는 유용하다.
하지만 그 말은 누군가의 멘탈을 무너뜨린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
사냥은 칼이 아니라, 방관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