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누군가의 발끝에서,
내가 바라는 내일까지

행운의 토끼발

by 한자루




어릴 적 TV나 만화 속 외국 아이들이 가방에 털이 복슬복슬한 ‘토끼발’을 달고 다니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대체 그건 뭐지? 장난감일까, 액세서리일까?
그러다 한참 후에야 그것이 행운을 부른다는 부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단순했죠. “왜 하필... 토끼 ‘발’일까?”

토끼는 귀엽고 빠르고 순한 동물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다리 하나를 잘라서 주머니에 넣거나 목걸이로 걸고 다녔습니다.
말 그대로, 누군가의 다리 하나를 떼어내어 나의 내일을 위해 들고 다녔던 겁니다.


토끼발을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 건 고대 켈트족, 그리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민간신앙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왼쪽 뒷발이 가장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고, 무덤 근처에서 잡힌 토끼의 다리는 더욱 강력하다고 믿었습니다.

토끼는 땅속에서 살고, 밤에 움직이며, 죽음과 연결된 세계와 가깝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니 그 발을 지닌다는 건, 마치 운명의 흐름에 끼어들 수 있는 권한을 얻는 일처럼 여겨졌던 것이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복’을 위해 무언가를 자르고, 희생시키고, 지니려 했습니다.
'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질문 앞에서, 토끼는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겠지만요.


사실 행운의 토끼발이 진짜로 운을 가져다준다는 합리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그저 그것을 손에 쥐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더 든든했을 뿐입니다.
중요한 시험을 보러 갈 때, 계약을 앞두고 있을 때, 혹은 사랑을 고백하기 전날, 우리는 이유 없이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작은 무엇인가에 실어 놓고 싶어 합니다.

토끼발은 복이 온다는 증거가 아니라, 복을 바라는 우리의 태도였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삶엔 늘 알 수 없는 순간들이 있고, 그 순간들 앞에서 우리는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기도를, 눈에 보이는 무언가에 걸어두고 싶은 거죠.

그게 나무에 매단 종이일 수도 있고, 토끼의 뒷발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미신은 한 가지 물음을 남깁니다.
그건 정말 ‘행운’이었을까요, 아니면 ‘위로’였을까요?

우리가 쥐고 있는 것이 누군가의 잘린 다리라면, 그 복은 너무 쉽게 얻어지려 했던 건 아닐까요?

토끼의 발은 절대 자발적으로 우리에게 오지 않았습니다.
그건 누군가의 생명과 교환된, 조용한 폭력 위의 믿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토끼발은 잔인함과 따뜻함, 불안과 소망이 뒤섞인 상징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복을 원하고, 또 얼마나 불안을 피하고 싶어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다리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발로 하루를 걸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복이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조금씩 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낸다면, 그 발걸음 자체가 이미 ‘복’이 아닐까요.

행운은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불안 속에서도 한 걸음을 내딛는 우리의 마음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