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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cide Mio Aug 10. 2024

인공지능 세상에서 내 머리로 생각하기

챗 GPT 가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보았던 유튜브 동영상이 있습니다.  그 동영상을 만든 분은 인터넷으로 돈 버는 여러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분에 따르면 챗 GPT를 이용하면 글 쓰느라 고생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블로그에 올릴 글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을 포스팅해서 그에 따르는 광고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 얼마나 쉬운지 이야기하시더군요. 그리고 이런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블로그의 글의 내용이 어떨지는 둘째치고 라도 이처럼 인공 지능을 이용해서 만들어지는 미디어, 특히 글과 이미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작 년에 미국의 한 출판사에서는 인공 지능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공상과학 소설을 출간하려는 예비작가들의 투고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새로운 출판 투고를 받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말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도 전자책으로 셀프 출판이 가능하고 보니 아마존 같은 곳에는 인공 지능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무수한 글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글뿐만 아니라 인공 지능이 만든 이미지와 이제 곧  동영상도 본격적으로 나오겠지요. 당연한 순서이겠만 그렇게 만들어진 미디어를 이용해서 우리가 생각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관심을 모으고 그것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이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공 지능이 만들어 내는 미디어는 경제적인 목적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에도 사용이 되겠지만 가짜 뉴스나 거짓 정보를 쉽게 만들어내는 일에도 이용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선거에서는 이런 기술을 본격적으로 이용한 이들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입니다. 인공 지능의 성능이 높아지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만들어지는 정보들이 점점 더 많아지겠지요. 물론 지금도 얼굴 사진을 제공하면 마치 그 사람을 직접 찍은 것처럼 보이는 가짜 사진을 만드는 인공 지능 소프트 웨어가 있고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기존에 만들어진 동영상과 목소리까지 인공 지능을 이용해 내가 원하는 대로 가공하는 일이 가능해지고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Open AI에서 발표한 Sora 가 만들어내는 동영상은 그것이 인공 지능이 만든 동영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본다면 실제 사람이 촬영한 것처럼 생각하게 할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내가 본 사진이나 읽은 글이 인공 지능이 만든 것이라는 점을 알고 난 이후에도 그것들이 내게 남긴 영향력을 지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여기에 적용될 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는 가짜 동영상을 누가 만들어서 배포했다고 칩시다. 보는 사람들마다 그 사람에 대해 분노하고 그중에는 그럴 줄 몰랐다 혹은 그럴 만한 사람이었다 등등 여러 가지로 반응을 하겠지요. 그런데 며칠 후 그 동영상이 가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사람들의 생각이 다시 과거에 그 동영상을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 동영상이 어떤 식으로든 내가 미래에 내릴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만일 그 며칠 사이에 선거와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 있었다면 어떨까요? 


위의 예는 특정한 사람에 대한 것이지만 우리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들 중에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나 역사, 정치, 문화 등 많은 영역에서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들이 많습니다. 그것들이 당장 현실적인 부분에 사용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보아버린 것을 잊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가 본 것이 특이하거나 충격적일 수도록 더 기억에 남지요. 그리고 나중에 그것과 관련하여 우리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 기억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인공 지능으로 만들어낸 가짜 정보 때문에 피해를 입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자신의 나쁜 행동이 기록된 정보에 대해 그것이 가짜 정보라고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다음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오는 도널드 트럼프의 말과 행동이 한 예가 되겠지요. 그가 처음 출마했던 선거에서는 여성을 비하하는 녹음 파일이 공개되었고 그것이 그저 남자들끼리 락커룸에서 하는 농담인양 가볍게 치부를 했습니다. 만일 같은 일이 지금 벌어진다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가짜 정보라고 하겠지요. 실제로 그런 가짜 음성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을 혼란스럽습니다. 이게 과연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어떻게 판단해야 할는지, 등등 사람들의 머리를 지치게 만듭니다.  그러다 보면 더 이상 판단하는 일을 포기해 버리고 내가 접하는 정보가 무엇이든 간에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공 지능과 가짜 정보에 대해 생각할 때면 저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과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떠 올립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반복된 거짓말 때문에 결국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양을 다 잃었던 양치기의 이야기를 기억하실 텐데요. 이 이야기를 가짜 정보와 우리 사회와 비교해 보면 과연 “우리”는 누구일까요? 거짓말하는 양치기도 우리 중에 있겠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양"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거짓말 때문에 늑대에 잡혀 먹히는 존재가 바로 우리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여러분께서도 경험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제 소셜 미디어 계정에는 제가 관심 있는 분야(예를 들면 작은 집, Small House, 이나 서재 디자인)와 관련되어 호기심을 끌만한 이미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가 팔로우하거나 친구 관계를 맺은 적이 없는 이들인데 제 타임라인에 그런 이미지들이 올라오고 저도 모르게 그것을 눌러보는 일도 있습니다. 막상 가보면 온라인 쇼핑몰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페이지로 연결이 되더군요. 그런 이미지를 보면 볼수록 과연 이것이 실제로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서서히 그 이미지들이 인공 지능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런 이미지들에 대해서 클릭을 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며 제가 표시한 관심은 그 이미지를 올린 이들이 다시 판매할 수 있는 정보가 되어 버렸지요.  “이 계정은 이런저런 것에 관심이 있으니 그에  맞는 광고를 보낼 수 있다.” 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래서 이제 저는 제 눈길을 끄는 이미지가 올라오면 아예 눈을 돌려버립니다. "이것도 보나 마나 인공지능이 만든 것이니 누를 필요가 없어" 하고 넘어가는데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이렇게 하면서 진짜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이나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정보를 보면 일단 의심을 하고 보는 습관이 들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이 첨성대에 기어올라가서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인공 지능이 등장하기 이전에 책 속에서 이미 그 사진을 보았던 저는 그러려니 했습니다만 그것을 처음 접한 분들은 당장 인공 지능으로 합성한 사진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이것은 교육의 수준이나 나이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인공 지능이 만들어내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그것들이 실제 존재하는 정보인지,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이 만든 정보인지 아니면 인공 지능이 만들어낸 정보인지 판단하기가 힘든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인공 지능이 만들어낸 정보가 모두 거짓 정보라는 말은 아닙니다. 거짓 정보를 설득력 있게 만들고 그런 정보를 대량으로 빠른 시간에 만드는 일이 인공 지능을 통해 더 쉬워졌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내가 접하는 정보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그러다 보면 판단하는 그 자체를 포기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걱정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되십니까?


저는 한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제가 12살 무렵이 되었을 때 그 섬에는 처음 자동차가 들어왔습니다.  그때까지 섬의 한 마을에서 옆에 있는 마을로 갈 때는 모든 사람이 걸어 다녔습니다. 그 길을 걸으면서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섬에 차가 들어오고 버스 노선이 생긴 지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아 더 이상 마을과 마을 사이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물론 빠른 시간에 다른 마을로 가서 볼일을 보는 데 차를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바뀌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없었을까요? 


이미 인공 지능은 우리 사회에 던져져 있고 나와는 무관하게 그것은 점점 더 우리 사회 속으로 파고들 것입니다. 그곳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제대로 판단하면서 살아가기 위한 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교육을 우리 아이들에게 해야 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비록 귀찮고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해도 당장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동시에 명심할 일은 그러한 비판적인 수용을 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늘 생각하고 스스로 점검해야 합니다. 왜 내가 이런 판단을 내리는지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왜 내가 이것을 믿고 저것은 믿지 않는지, 어떻게 보면 우리 주위에 있는 정보 보다도 우리 자신에 대해 더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공 지능을 이용해서 정보를 만들고 그것을 여러 가지 목적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입니다. 목적에 따라서 인공 지능은 유용한 도구 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공 지능을 언제, 어떤 목적에서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 달린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저는 인공 지능을 이용하면서 내가 가진 생각하는 능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자주 걱정이 됩니다. 늘 걸어 다니던 길을 이제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약해지는 다리 근육처럼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다음 글에서는 생각하는 근육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읽으시는 분들의 의견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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