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Fado)는 포르투갈의 전통 음악으로서 유네스코의 무형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사랑받고 있는 이 파두 음악이 한국에 처음 알려진 것은 80년대 중반, 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사용되면서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우리에게 파두를 알린 아말리아 로드리게스를 시작으로 여러 파두 가수들이 한국에 알려졌습니다. 최근 포르투갈을 여행하시는 분들 중에서 파두 공연이 있는 카페를 찾아 가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더군요.
이렇게 우리에게 알려진 파두 음악은 리스본의 서민층으로부터 19세기에 시작된 파두 음악입니다. 그런데 포르투갈에는 리스본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게 발전해 온 파두가 있습니다. 오늘은 또 다른 파두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먼저 음악을 한 번 들어 보시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dcFAcjXZKWY
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것이 10여 년 전이고 3백만 명 이상이 이 영상을 보았는데 아마 그중에는 제가 본 100 여 번도 포함이 되어 있을 겁니다. 음악 때문인지 아니면 이 음악을 들으며 울고 있는 사람들 때문인지 이 음악을 들으며 저도 여러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포르투갈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많이 찾으시는 리스본과 북쪽에 있는 도시 포르토 사이에는 코임브라(Coimbra)라는 유서 깊은 도시가 있습니다. 이 도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의 하나인 코임브라 대학이 있습니다. 1290년 리스본에서 처음 세워졌지만 그 이후 200년 이상 코임브라와 리스본 사이를 왔다 갔다 움직이다가 1537년 최종적으로 코임브라에 안착한 대학이지요.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옥스퍼드나 볼로냐 대학에 비해서는 200 년 정도 후에 생긴 대학이지만 파리의 소르본 대학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었으니 아주 오래된 대학이지요.
이 대학의 젊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파두의 전통이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영상에서 검은 망토를 걸치고 노래를 부르는 이들과 역시 같은 색깔의 망토를 입고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모두 코임브라 대학의 학생들입니다.
19세기에 리스본의 알파마(Alfama)와 같은 서민들이 주로 살던 지역에서 가난한 노동자들과 선원들 그리고 그들과 이어진 선술집과 사창가 등에서 시작된 파두는 점차 중산층과 귀족 층에까지 퍼지게 되었는데, 그렇게 알려진 파두 음악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과 함께 코임브라에 전해집니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여러 지역과 아프리카, 브라질 등 식민지 다양한 곳에서부터 온 대학생이 가져온 각 지역의 전통 음악과 중세 이래 이베리아 반도와 유럽 전역에서 내려오던 음유시인(Trubador)의 전통이 파두와 다시 어울려지면서 코임브라 만의 파두 전통이 만들어집니다.
당시에는 남자들만 대학에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코임브라 파두는 전통적으로 남자들이 부르는 파두였고 지금도 대개 그러합니다. 여자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들이 대부분인 리스본 파두와는 다른 점이지요. 그렇게 남성들이 부르는 노래들이다 보니 파두에 쓰이는 포르투갈 기타도 낮게 조율이 되고 스페인 기타가 마치 베이스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불려지던 노래들이다 보니 코임브라 대학의 교복과 마찬가지인 검은 망토를 두르고 노래하는 전통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리스본에서 불린 파두에서는 고향을 떠난 뱃사람들의 향수와 그런 뱃사람들을 기다리는 가족과 연인들의 기다림, 이별, 그리움, 상심 등이 노래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코임브라의 파두에서 노래하는 주제는 리스본의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도시의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코임브라 대학과 일반 시민들이 살던 지역 사이를 연결하는 계단 길에서 젊은 학생들은 이 도시의 여성들과 마주치게 되었고 밤이면 그녀들이 사는 집 앞에 가서 그녀들에게 구애하는 세레나데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코임브라 파두 음악의 중요한 주제 중 한 가지가 되었습니다. 대개의 경우 혼자만의 짝사랑이고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음악은 더 애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는 대학과 대학이 있는 도시 코임브라와 그곳을 흐르는 몬데고(Mondego) 강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 있습니다. 특히 졸업과 함께 그곳을 떠나야 하는 슬픔과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는 파두는 매 년 5월에 불렸습니다. 대학의 졸업식이 열리는 시기에 펼쳐지는 퀴에마 다스 피타쉬(Qiema das Fitas)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세레나타 모뉴멘탈(Serenata Monumental) 행사에서 매 년 새로운 노래가 만들어지고 또 불려집니다. 이 행사는 코임브라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의 계단에서 열리는데 학생들로 조직된 파두 그룹이 노래를 만들고 다른 학생들 앞에서 연주합니다.
위에서 들으신 음악이 바로 그 행사 중에 불린 노래인데, 매 년 작곡되는 작별의 발라드(Balada de Despedida) 중에서도 자주 불리는 1988/89 학년 졸업생들이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영상에서는 이 노래가 2013년에 다시 불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 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강물과 시간에 대해 아쉬워하면서 이 도시에 다시 돌아올 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노래의 후렴구에서는 자신들이 입고 있는 검은 망토(Cappa Negra)를 노래하면서 이 도시의 모든 비밀들을 감싸 떠나겠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대학과 도시에 대한 노래와 함께 20세기 중반부터는 독재정권 하에 있던 포르투갈의 현실에 대해 비판하면서 매우 현실 참여적인 주제로 만들어진 코임브라의 노래들이 있는데 이 이야기는 코임브라 파두의 전설적인 가수인 주세 아폰수(Jose Afonso)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다른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지금도 코임브라를 방문하시면 코임브라 파두를 소개하는 작은 박물관에서 매일 열리는 공연을 보실 수 있다고 합니다. 아래에는 코임브라 대학에서 만든 영상인데 이 대학의 시계탑 위에서 학생들로 만들어진 파두 그룹이 앞서 소개한 작별의 발라드를 부르고 있습니다. 코임브라 도시의 전경과 대학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에 가셨을 때 여유가 된다면 이 도시에 가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afMtNcHX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