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이방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이야기

by 김코알라

돌이켜 보면 정말이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기본적인 취재 요령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광화문 촛불집회에 투입됐던 신입 기자는 어느새 5년 차를 맞이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새다.


2016년 하반기에 시작된 나의 외신기자 생활은 100만 시민의 함성에 가슴이 뜨거웠던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해 영하 28도 혹한에 손발을 덜덜 떨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지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첫걸음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얼굴을 마주한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으로, 때로는 유럽으로 때로는 동남아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역사의 발자취와 함께했다. 외신기자라는 직업 덕분에 이 세상 모두가 기억할 역사적 순간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영광스럽다.


26살의 막내 기자가 5년 '짬밥'을 먹는 사이,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 직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어냈다. 대한민국 건국과 함께 시작된 좌우, 진보 보수의 갈등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며 점점 더 양극단으로 치달았다.


한편으로 2006년 첫 핵 실험 이후 지독하게도 우리를 괴롭혀온 북한의 핵 미사일 무력 도발은 9년간의 보수 정권을 거치며 그 수위를 더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북한의 눈엣가시였던 보수 정권이 권좌를 내주었지만 북핵 문제를 비롯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여전히 엄중했다.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자욱한 안갯속이다.


나는 지난 5년간 외신기자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사회 저변에 깔린 온갖 문제들과 마주했다. 한민족 최대의 난제인 남북통일은 물론이고 불행했던 과거에 기인하는 강제동원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소녀상 등의 외교 갈등, 진보 보수의 대립을 조장하며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꼬일 대로 꼬여버린 국내 정치까지.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라 믿었던 모든 문제들이 여전히 그대로 남아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


그렇기에 더는 늦기 전에―나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현장을 누비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조금은 정제된 글로써 정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취재해온 사안들에 대하여 '무엇이 문제이며 어째서 여태껏 해결되지 않았는지' 필자 개인의 의견을 조금씩 가미해가며 글을 써보고자 한다.


부족한 실력으로 꾸려온 취재 기록을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하기에 혹여나 잘못된 정보를 발신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부디 나의 글을 통해 당시의 현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길 희망한다.


누군가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


2020년 12월 16일

외신기자 김호진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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