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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May 17. 2021

지금 해야 할 일은 그게 아니다

안전한 우리 사회를 위하여

*이 글은 필자 개인 블로그에 게시했던 2018.12.12자 논평 연습입니다. 오탈자 수정 및 보완을 거쳐 재게시합니다.


연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하나하나 거론하지 않아도 알만한 굵직한 사고들의 공통점은 바로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안일하고 소홀하게 운영되어온 관리 감독과 사고 방지 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증이 그 저변에 깔려있다. 지난 5년간 외신기자로 근무하며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실시간으로 접하다 보니, 마치 모든 일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듯해 괜히 등골이 서늘하기도 하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앓고 있는 고질병 또한 알게 됐다. 그것은 바로 '사망 사고를 맞이하면 단체로 이성을 상실해버리는 현상'이다. 사건의 발생 원인과 공권력의 대처 따져보고, 향후 재발방지책을 고안함에 있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바로 '이성적인 사고와 꼼꼼한 점검'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대중은 순식간에 사고 당사자와 유가족의 상황에 완전히 녹아들어 버린다. 나아가 사건 사고의 이해관계자와 본인을 동일시하여 이성적 사고를 정지시키고야 만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 사고들을 보면, 감정적 고려를 배제하고 판단하건대, 개인 일상 속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사망한 경우나 업무 중 과실 또는 우발적 사고로 인해 사망한 경우,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에 살해당하는 경우 등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의 사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마치 나 자신 혹은 내 가족이 해당 사고의 당사자인 것처럼 행동한다. 재빠르게 집단을 구성하고 거리로 몰려나와 눈물을 흘린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전국이 애도의 물결에 잠기고 사회 전체가 마비되기도 한다.


물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슬퍼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감정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건의 앞뒤 정황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차별적 애도하고 "진상을 규명하라!" 외치는 것이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감상에 젖어 '눈물을 흘렸다'며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남기고, 헐레벌떡 현장으로 뛰어가 촛불을 켜고, 감히 슬퍼하지 않는 '불순분자'가 있다면 냅다 두드려 패 곤죽을 만드는 게 그리도 중요할까.


개개인이 뭉쳐서 만들어내는 일련의 흐름이 공권력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무자비한 '마녀사냥'을 거듭하고, 카더라식의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것은 결국 수사의 방해가 될 뿐이다. 진정으로 '진상 규명'을 원한다면 수사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묵묵히 지켜보면 될 일이다. 수사 결과 책임 소재가 밝혀진 뒤에 몰려가도 늦지 않다.


어찌 되었건 사건은 이미 발생했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굴러간다. 우리의 역할은 같은 원인으로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안전 인식을 돌아보고 내 주변부터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안전 시스템의 탄탄한 정비를 통해 국민의 불안을 닦아내야 하고, 국민은 국민대로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성숙하고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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