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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Jun 16. 2021

'얀센 백신'
직접 맞아보았다

30대 외신기자 아저씨의 생생 후기

지난 14일, '얀센 백신'을 맞았다. 이로써 필자는 코로나에 내성을 지닌 '신인류'로 다시 태어났다.


병원에는 예약 시간보다 30분 일찍, 16시 반경에 도착했다. 병원에 대기 인원이 몰려 한참 기다렸다는 둥 후기가 있어 접종에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몰라 예정보다 일찍 방문했다. 병원은 의외로 한산했다.


접종 전 절차는 간단했다.

접수창구에서 신분증을 확인한 뒤 체온을 체크하고 예방접종 예진표를 받았다. 예진표에는 개인정보 활용과 접종 관련 정보 발신을 위한 연락처 활용 등에 대한 동의 여부가 쓰여있었다. 간단한 자가진단 문항도 있었다. 임신 중인지, 평소와 달리 아픈 증상이 있는지, 과거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는지 등 현재 나의 몸이 백신 접종에 적합한 상태인지를 물었다. 혈압 측정까지 마친 뒤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예진표」

진료실에서 다시 한번 몸 상태를 점검했다. 담당 의사가 청진기로 흉부를 청진했고, 지병이 있는지, 평소 먹고 있는 약이 있는지, 심각한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재차 확인했다. 혹여나 이상반응이 있을까 몇 번이고 신중하게 건강 상태를 묻는 과정이 꽤나 믿음직스러웠다.


의사 진료 후 곧바로 접종실에 입장했다. 접종 담당 간호사는 백신을 주사기에 옮기며 주사 부위가 부어오를 수 있다며 "붓기가 있으면 얼음찜질을 하라"라고 안내했다.


얼마 만에 맞는 주사일까. 오른손잡이인 필자는 왼팔 어깨 삼각근에 주사를 맞았다. 바늘이 근육 깊숙이 꽂혔다. 약이 들어갈 때 근육을 따라서 꽤나 묵직한 뻐근함이 느껴졌다. 몇 해 전 심한 감기를 앓느라 맞았던 엉덩이 주사와 그 느낌이 흡사했다.

접종 부위에는 일반 밴드를 붙여줬다. 소아과에서는 '뽀로로' 밴드를 붙여준다던데... 아쉬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 백신 접종 대상자가 있다면 부디 소아과에 가서 접종하기를 추천한다. 이왕에 똑같이 아플 거면 귀여운 게 좋지 않은가. 귀여우면 '만사 오케이'다.

「소아과에서 접종을 받으면 일반 밴드(좌)가 아니라 '뽀로로' 밴드(우)를 붙여준다고 한다」

접종 후 15분에 맞춰진 전자 타이머를 주고 대기실에 앉아있으라 안내받았다.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백신 접종 안내문을 읽었다. 백신 접종자 대부분이 겪는 두통, 근육통, 오한, 발열 등 부작용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와 함께 당일 목욕 금지, 음주 및 운동은 하지 말 것, 이상 반응 있을 시 즉시 병원 방문할 것 등 주의사항이 적혀있었다.


주사 맞은 자리의 뻐근한 통증은 접종 후 5분 정도 지나자 가라앉았다. 생각보다 빨리 가셨다.

대기실에 앉아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 비서 구삐'의 접종 증명 카톡이 도착했다. 서둘러 백신 접종 인증 어플을 설치하고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질병관리청 전자 예방접종 증명 애플리케이션 'COOV ' 화면」

병원을 나와 약국에서 타이레놀과 비접촉식 전자체온계를 구매했다. '타이레놀 품귀현상' 때문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약사가 말하길, 정부에서는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복용하길 권장하고 있지만 '이부프로펜'과 같이 유사한 성분의 약을 복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한다.


필자는 비교적 백신 부작용이 늦게 온 편이다. 주변 지인들의 사례를 보면 접종 직후부터 열이 올랐다는 경우도 있었고, 대부분 5시간쯤 지나서부터 두통과 고열을 겪었다고 했다.

그래서 오후 4시 반쯤에 접종했으니 잠들기 전쯤부터는 고생하겠구나 예상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11시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체온을 재보니 36.8도로 아주 약간 올라있을 뿐이었다. 밤새 고생할 수도 있으니 해열진통제를 한 알 복용하고 잠을 청했다.


새벽 3시가 조금 지난 시간. 문득 추운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 나도 모르게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오한이 느껴졌고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서둘러 체온을 측정해 보니 38도가 넘어있었다.

접종 전에 읽었던 '뉴시스' 기사에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추웠다"라고 해서 설마 그럴까 웃어넘겼는데 정말이었다. 국내 최대 민영 뉴스통신사 공감언론 '뉴시스'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올랐다.


도통 다시 잠 들 수가 없었다. 수시로 소름이 끼쳤고 솜이불로 전신을 둘둘 말고 있었음에도 추위가 느껴졌다. 한여름 밤에 추워서 이불을 덮고 있는 스스로의 모양새가 너무도 우스꽝스러웠다.

그렇게 자는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몽롱한 상태로 두어 시간쯤 있었을까. 이번에는 고열과 발한(發汗)이 찾아왔다. 방금까지 추워서 덜덜 떨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온몸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왔고 땀이 줄줄 흘렀다. 입고 있던 러닝셔츠가 다 젖어버릴 정도로 땀이 났다. 발열을 잡겠다고 물을 한 통 가까이 마셨음에도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커녕 땀으로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갔다. 둘둘 말고 있었던 이불은 이미 내팽개친 지 오래였다.


고열에 근육통까지 합쳐져 어느 방향으로 누워도 불편했다. 등을 대고 눕자니 땀과 고열로 뜨거워서 견딜 수 없었고, 옆으로 눕자니 골반과 어깨가 저릿저릿 아팠다. 손목 팔목 관절도 아프고, 다리를 어떻게 둬야 할지 팔을 어떻게 둬야 할지 모든 게 불편했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며 아침을 맞았다.


출근을 해야 했다. 전날, 백신 부작용 정도야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해 연차를 쓰지 않았다. 필자는 그저 어리석은 애송이였다.

당장 출근 준비를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야 했는데 목 위로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머리가 너무 무거웠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자 심한 두통을 느꼈다. 마치 몸과 머리가 분리된 듯 흔들흔들 붕 뜬 느낌관자놀이를 꽉 누르는 지끈거리는 두통이 멈추지 않았다. 열은 오를 대로 올라서 38.5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고열에 온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백신 접종 이튿날 아침, 체온이 38.5도까지 올랐다」

결국 회사는 쉬기로 했다. 도저히 사무실에 앉아있을 몸 상태가 아니었다.

그대로 타이레놀을 한 알 더 먹은 뒤 침대에 몸을 맡겼다. 두피에서 두근거림이 느껴지고 근육통은 그새 더 심해져서 눕지도 앉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 배는 또 고팠는데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식욕이 솟는다는 후기 또한 볼 수 있었는데 필자는 그렇지 않았다.


한숨 자고 눈을 뜨니 정오가 조금 지나있었다. 밤새 뒤척이느라 부족했던 잠을 보충해준 덕일까 몸상태는 많이 나아졌다. 두통과 근육통은 여전했으나 발열은 조금 가라앉아 37도 전후로 유지됐다.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해결한 뒤 타이레놀을 한 알 더 먹었다. 세 알째였다.

조금 견딜 만 해지니 밤새 흘린 땀으로 찝찝해진 몸을 씻고 싶어 졌다.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생긴 듯했다. 따뜻하게 온수 샤워를 하고 나니 부쩍 가뿐해진 느낌이 들었다. 두통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고 간단하게 집안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시간이 지나 접종한 지 24시간이 되자 거짓말처럼 몸 상태가 돌아왔다. 딱 하루만 고생하면 된다더니 맞는 말이었다. 발열도 거의 사라졌고 두통도 가라앉았다. 식욕도 돌아와서 저녁 식사로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옐로우 피자'를 시켜먹었다. 대한민국 대 가나 축구 경기도 마음껏 봤다.


하루 사이에 지옥을 맛보고 돌아오니 건강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전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우리는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일상을 박탈당한 채 지내왔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보건당국의 피땀 어린 노력과 더불어 시민의 적극적인 방역 참여로 아주 조금씩이나마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지금의 고통은 언젠가는 지나간다. 백신 접종으로 지옥을 맛보고 오니 해탈의 경지에 다다른 것일까. 우리 모두 잠시만 참고 견디다 보면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훌쩍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 조금만 더 힘내자. 코로나 위기를 극복한 '신인류'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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