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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Mar 07. 2022

얼빠진 선관위의 민낯

민주주의의 꽃 선거, 누가 감히 꽃을 시들게 하는가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양일간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사전 투표가 실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유권자 4419만 7692명 가운데 1632만 3602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하여 36.93%의 최종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와 견주어 10% p 이상 높은 기록이다. 기세가 본 투표까지 이어질 경우 최종 투표율이 80%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역대급'으로 열기가 뜨거웠던 이번 사전투표는 민주주의의 쾌거로 역사에 기록되어야 할 참인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총선에 이어 '코로나19' 상황 아래 치러진 이번 사전투표는 선관위의 얼빠진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참혹한 사건이 되었다.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확진자 및 자가 격리자의 투표용지를 선거관리원이 직접 수거해 가거나 종이가방, 비닐봉지, 골판지 상자에 대충 보관하였고, 배부한 투표봉투 안에 특정 후보에 기표된 용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신원확인 절차를 생략하거나 선거사무원이 '알아서' 처리하기도 했다는 보도가 뒤따른다. 코로나 사태라는 '무적의 논리'로 감싸주기에는 심각성이 상식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처럼 얼토당토않은 선거관리위원회의 행태에 더해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대법원 무죄 판결 당시 대법관으로 있었다는 점이 다시금 떠오르며 '부정선거론'이 불처럼 일고 있다. 과거 몇 차례 선거에서 '부정선거'를 운운하며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자 했던 세력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떠들어대던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선관위다. 확산되는 부정선거론에 따라 '본 투표 보이콧' 또한 꿈틀거리고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선관위는 해당 논란에 "절대 부정의 소지는 있을 수 없다"라고 항변하였으나, 문재인 정부 5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기강 해이'가 선관위까지 마수를 뻗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선관위는 6일 두 차례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선관위는 일련의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발생한 원인으로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할 만큼 높은 참여 열기와 투표관리인력 및 투표소 시설의 제약 등으로 인한 관리 미흡"을 들고 있으나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생전 처음으로 치러보는 선거도 아니고, 확진자 및 자가 격리자를 위한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몇 달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상황이다. 이도 저도 아닌 맹탕 해명은 선관위가 그간 '법률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어영부영 시간만 보냈다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선관위 스스로가 '관리 역량이 없었고 의지도 없었고 그저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는 것을 자백한 꼴이라는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 67조 1항은 대통령 선거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전선거에서는 본인이 기표한 봉투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도 못하게 하였고, 일부 지역 선관위에서는 투표용지 뒷면에 본인의 이름을 기입하도록 했다. 직접선거도 비밀선거도 보장받지 못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선거다. 이에 선관위는 "이번에 실시한 임시기표소 투표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라 해명하였으나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비밀선거와 직접선거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에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애초에 확진자 및 자가 격리자의 투표권 보장에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선거원칙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있었다면 이들의 투표시간과 동선을 비감염자와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 특별선거소를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한다. 적어도 선거사무원이 투표용지를 수거해 '골판지 택배 박스'에 보관하는 멍청한 짓을 할 게 아니라 봉인된 철제 함이라도 대량 구매해서 손수레로 끌고 다녔어야 했다. 심지어는 이 같은 행태에 분노하며 투표를 거부하고 돌아간 사람들의 투표권이 자연스럽게 박탈될 상황에 놓였다고 한다. 현장에 도착해 명부에 사인을 했다는 이유로 투표를 했는지 안 했는지 '구별할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며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에 참여할 권한 자체가 말소된다는 것이다. 투표용지를 구경조차 하지 못했는데 어쩌자는 말인가. 이쯤 되니 대략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간 부정의 여지없이 완벽하게 운영되어 온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세계 각국의 선거관계자들이 '참관'을 올 정도였다. 그들의 눈에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민주주의 선진국이었다. 애석하게도 이번에 사전투표 사건으로 인해 이러한 자부심은 갈 곳을 잃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 수준도 안 되는 행태에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다. 온갖 참극이 벌어지던 5일이 '토요일'이라는 이유로 출근조차 하지 않았던 노정희 선관위원장을 포함하여 책임 있는 자들은 모두 옷을 벗고 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 선관위는 이유 여하를 떠나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이번 사전투표는 역대급 '막장' 선거라는 오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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