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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Mar 16. 2022

ICBM과 눈물

文 정부가 5년간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해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8.56%를 득표하며 47.83%를 득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간신히 따돌리고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궤멸 직전에 내몰렸던 보수 진영은 환희에 몸부림쳤고, 5년 만에 권좌를 반납하게 된 진보 진영은 서로가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책임공방에 피를 토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은 10년 주기로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이 번갈아가며 집권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5년 만에―그것도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내 편'에 의해권좌를 내어주게 되었다. 이례적인 결과에 그 원인과 이유를 분석하기 위하여 다각도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필자는 최근 보도된 두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로 조선일보가 3월 14일 자로 단독 보도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 실장은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북한의 핵 미사일 동향과 관련하여 보고하며 북한이 ICBM을 "당장 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임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5년간 공들여온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철저히 실패했다는 고백이다.


「폭파 충격으로 처참하게 깨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연합뉴스 20.06.17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집권한 직후부터 그 어떠한 현안보다 남북관계를 최우선으로 다루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상징으로 자리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개소한 지 2년이 채 되지도 않아 북한의 폭약에 의해 가루가 되었다. 이에 한 술 더 떠 북한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맺은 '9·19 군사합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DMZ 인근에서 총성과 포성을 울려댔다. 애타는 문재인 정부의 마음도 모르고 눈치 없이 군사 도발을 되풀이하는 북한 덕분에 '판문점 선언'이니 '9·19 합의'니 하는 것들은 모두 휴짓조각이 되어 쓰레기통에 처박히게 되었다.


원고를 쓰고 있는 오늘도 북한은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ICBM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오지도 않은 평화가 마치 손아귀에 들어온 것인 양 선전했던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최대 치적의 끝을 알리는 듯했다. 무엇보다도지난 5년간 쏟아부은 예산이 아까운 것은 둘째 치고―어쩌다 대한민국이 불행한 짝사랑에 매달리다 버려지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지 참으로 민망하고 좀스럽기 짝이 없다.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22.03.11


또 하나는 이보다 며칠 전인 3월 10일에 일어났다. 이날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으로 확정된 날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축하의 뜻을 보냈고 낙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위로의 뜻을 보냈다.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매우 당연한 메시지 발표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오전 브리핑에서 위와 같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 하던 중 "낙선하신 분과 그 지지자들께..."라는 부분을 읽다가 돌연 얼마간 울먹인 뒤 이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보도에 따르면 박 대변인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더니 결국 5분여간 브리핑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해괴하기 이를 데 없는 장면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지금 이 사람이 이재명 후보의 대변인인지, 민주당의 대변인인지, 아니면 그저 특정 후보의 열렬한 지지자인지 도통 모를 지경이었다.


「울먹이는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22.03.10


이 장면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정부여당이 보여온 '내로남불' 행태를 이해하는 데 지대한 도움을 주었다. 겉으로는 협치와 국민통합을 외쳐왔으면서도 뒤에서 얼마나 '편 가르기'에 몰두했길래, 다른 누구도 아니고 청와대의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직분도 잊고 감정에 취해 오열을 했을까.


청와대 대변인은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대변인이다. 그런 사람이 전 국민이 바라보는 TV 화면에 나와 '낙선한 그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그저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 있으며, 대변인으로서의 프로 의식이 전혀 없었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국내 한 언론사는 지면 오피니언에서 "벼락 출세한 여성이 질질 짜는 장면"이라고 조롱 섞은 비판을 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놓인 상황이나 직책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상대가 '내 편'이면 활짝 웃으며 포용하고, 반대로 '네 편'이면 울고불고 화내며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작부터 '적폐 청산'이라며 자신들과 대척점에 있는 세력을 싹 다 잘라버린 문재인 정부이니 예상된 수순일 수 있겠으나 해도 너무한 장면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눈물은 오로지 '감성'과 '편 가르기'에 과몰입했던 문 정부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세상을 선과 악으로 이분하고, 스스로를 선이라 규정하며, 선이 행하는 모든 것은 선한 행위라는 논리로 5년을 버텨왔다. 그러나 '선한 행위'들이 돌고 돌아 아무런 업적도 남기지 못한 채 국론만 분열되었다. 심지어는 통탄스럽게도 '선한 세력'끼리도 뭉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똘똘 뭉쳐 '악한 적폐 세력'을 타도하고자 열심히 짖어댔는데,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좇던 닭이 '봉황'이 되어 훨훨 날아가버리니 지붕을 올려다보기에도 민망했는지 이제는 서로를 향해 짖기 시작했다. 자기들끼리도 선악을 그어버리는 이중잣대는 빠짐없이 등장하였다. 그들에게는 극복할 수 없는 어떠한 DNA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지난주, 지독한 산불을 잠재울 봄비가 내렸다. '벚꽃 대선'이 끝이 났으니 대한민국에도 봄날이 올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음에도 봄 같지 않다고 읊조린 선인의 풍류에 한 자만 바꾸고 싶다. 춘래불사춘(春來不思春). 봄이 왔음에도 어지러운 마음에 좀처럼 봄을 생각할 수 없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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