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사의 일본대사 임명설이 흘러나온 당시부터 일본 정계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는혹평이 터져나왔고, 이에 더해 청와대가 아그레망을 신청하기도 전에 성급하게 내정 사실을 발표해버린 탓에 일본의 불쾌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강 대사가 지난 1월 부임했음에도 모테기 도시미츠(茂木敏充) 외무상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도 만나주지 않고 있다. 도대체 일본 정계는 지일파(知日派) 정치인의 대표 격인 강 대사를 왜 이렇게까지 싫어할까? 단서는 강 대사의 과거 행적에서 찾을 수 있다.
강창일 대사는 국회 독도특별위원회 위원장이던 2011년, 일본과 러시아가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열도'를 방문했다. 강 대사는 당시 '쿠릴열도는 러시아 영토'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계는 즉각 반발했고 강 대사를 비롯한 일부 한국 의원들의 "일본 입국 금지"까지 언급됐다.
또 하나는 바로 '천황'문제다. 2019년 2월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천황의 사과가 필요하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는데, 이를 두고 강 대사는 "천황이 위안부 피해자를 위문(慰問)했으면 한다는 취지"라고 두둔했다. 대사 부임 직전, 이와 같은 발언은 '문 의장의 생각을 설명한 것'이라 해명했으나 강 대사에 대한 일본인의 반감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에 더해 "일본 천황을 '일왕(日王)'이라 불러야 한다"는 강 대사의 과거 발언까지 재조명됐다.
일본인에게 있어 '북방영토'와 '천황'은 역린이자 성역이다. 일본 자민당(自民黨)의 외교부회(TF) 회장인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참의원은 위와 같은 강 대사의 '과거 주요 발언'을 정리해 트위터에 올리며 "끔찍하다"라고 비난했다.
일본 도쿄대학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내 대학교에서 일본학과 교수, 국회의원 시절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역임한 강창일 대사는 정치권 대표 '일본통'으로 손에 꼽힌다. 그와 함께 의정활동을 했던 한 전직 의원은 강 대사에 대해 "일본에 대한 이해가 많고 멀리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분"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에 대한 이해가 깊은 강 대사가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라고 덧붙였다.
전언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재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강 대사를 너무 박대할 경우 일본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만 각인되어 귀임한 뒤 오히려 한일관계의 장애가 될 수 있다"라며 우려했다고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한일 정계의 큰 가교 역할을 해온 강창일 대사이니 만큼 '과거사'를 비롯한 현안 해결과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다.그럼에도 일본 정치권의 노골적인 강 대사 패싱은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현 상황을 보건대 한일관계에 획기적인 대전환이 있을 같지는 않다. 그러나 엄중한 한일관계를 풀어보겠다는 강 대사 본인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현재의 난관을 이겨내고 맡은 바 임무를 다 해 부디 좋은 결과를 들고 돌아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