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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Jul 13. 2021

한일관계, 요즘 어때? ②

도쿄올림픽과한일정상회담

외교부는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로 협의 중인 내용이 연일 일본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양국 외교 당국 간 협의 내용이 일본의 입장과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양 정부 간 협의가 지속되기 어렵다"라며 일본 측이 '신중히'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은 한국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경우 정상회담을 실현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일본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共同通信) 또한 "15분"짜리 정상회담이 될 수도 있다는 총리 관저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협의 내용을 유출'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 있을까? 일례로, 동경방송 TBS는 '한국 정부 관계자'와의 전화 취재를 근거로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1박 2일 일정으로 방일"하고자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주요 언론사들 또한 '정부 관계자'나 '여권 관계자', 익명의 '핵심 관계자' 등의 발언을 소개하며 문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정상회담의 준비 과정을 여러 차례 보도했다. 한일 양국 정부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동원하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 하는 것일까? 한일관계에 박식한 전문가들과 주변 외신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좀처럼 명쾌한 답은 얻을 수가 없었다. 청와대를 비롯한 한국 정부는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일관되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있는데, 어떠한 "성과"를 바라는 것일까?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자.


최초에는 도쿄올림픽을 남북관계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고자 했던 것 같다. 국내외 언론은 물론 각계각층이 전문가들 모두 한 입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쏟고자 한다는 분석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 체육인의 축제인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난 2018 평창올림픽 때와 유사한 비판이 일 우려가 있었다. 일본 또한 자국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는 한국에 대해 썩 유쾌하게 생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전망과 기대는 결국 몇 차례 간곡한 메시지 발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불참한다 선언함으로써 또 다른 '짝사랑'으로 끝나버렸다.


그렇다면 2018년 7월에 내려진 한국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엄격화 조치 즉 '수출규제'의 해제를 원하는 것일까? 일본에 의한 수출규제 사태가 발생한 지 꼬박 2년이 지났다. 지난 7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산업 성과 간담회에 참석해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냈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소부장 산업은 '국산화'와 '수입원 다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냈고,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으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수출규제를 풀고자 한다면 이처럼 모순된 상황이 어디 있을까? 그렇기에 이번 문 대통령의 방일과 정상회담의 "성과"로 수출규제 해제를 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인다.


세 번째로, 강제동원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치적, 외교적 해결을 들 수 있다. 이 부분 역시 이제 와서 무언가를 하기에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곤혹스럽다", "바람직하지 않다" 등 변화된 언급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무언가 계획하고 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정부가 정치적, 외교적 해결에 나선다는 것은 결국 문 대통령 본인이 그렇게도 미워하고 날카롭게 비난했던 박근혜 정부 당시의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의 답습일 뿐이다.

이에 더해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를 풀고 싶으면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 등에 얽힌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의 해결안을 직접 들고 오라는 입장이기에,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외교 분야를 오랜 기간 취재해온 한 기자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누구에게? 미국에게.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남북관계에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인도태평양전략'과 '쿼드' 등 미국의 안보 전략에 있어 한미일 협력 특히 한일 간의 밀접한 관계는 매우 중요한 전제가 된다. 그렇기에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양새를 미국에 보여줌으로써 미국으로부터 남북관계 진전의 실마리를 얻으려는 이라는 견해다.

이 기자는 문 대통령이 과거부터 보여온 한일관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생각하건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거대한 타협이나 획기적인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며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봤다. 나아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한일관계를 파탄 낸 장본인'이라는 일부의 비난과 오명을 쓰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지금까지 짚어 본 가운데 그나마 가장 일리가 있다.


끝으로, 음모론에 가까운 그러나 현실성이 아예 없지는 않은 시나리오가 있다. 일부 식자들의 말에 따르면, 현재 미국을 위시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공고한 가운데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식적인 자금줄은 일본이 유일하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가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할 당시, 일본으로부터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금' 성격으로 유상 무상 차관을 받았던 사례와 같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국교를 단절한 북한을 대신해 한국 정부가 나서 일본이 북한에게 '돈을 꽂아주는' 대가로 수출규제 해제에 더해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바탕 외교 협상을 벌인다.

그렇다면 꽉 막힌 한일관계가 조금은 부드럽게 풀려나갈 것이고, 북한에게도 음지 양지 양면에서 돈줄이 생기는 것이다. 숨통이 트인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혹은 한국-북한-일본 3자 회담 등 대찬 퍼포먼스를 친히 열어줄 가능성 또한 있다.

북한은 가뭄에 단비인 '자금'이 생겨서 좋고, 일본은 '납북자 문제'와 과거사 문제를 일거에 해소해서 좋고, 한국은 한일관계 개선과 평화 퍼포먼스라는 선전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 좋다. 한국 북한 일본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서로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도쿄올림픽 계기로 부상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정상회담 이슈에 대해 톺아보았다.

오늘 13일, 일본 정부가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2021년 방위백서'를 채택했다. 가뜩이나 "유감이다, 불쾌하다" 하며 날을 세우고 있는 와중에 이런 악재까지 겹치니 좀처럼 앞날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이번 주말이면 도쿄올림픽에 참석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이 출국한다. 다음 주 23일 개회식 전날에 정상급 손님들을 반기는 리셉션이 예정되어있다. 그렇기에 늦어도 이번 주 중에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기간 헌신해온 시민단체 간부 A 씨는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 "왜 가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정말 가긴 가는 건지, 가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눌 건지, 양손에는 어떤 성과를 들고 올 것인지 속 시원하게 알 수 있길 바란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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