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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Aug 03. 2021

日외교관, '문 대통령 자위행위' 논란

말조심 또 말조심!

사태는 지난 7월 16일, 종편 방송사 jtbc의 단독보도로 시작됐다. jtbc는 주한 일본대사관의 고위 관계자가 기자와의 오찬 면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담기 힘든 표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두고 혼자서만 용을 쓰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으나 상대국 정상에게 '성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보도였다.

이후 밝혀진 바, 위 고위 관계자는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尚)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였고 그가 입에 올린 '성적인 표현'은 "자위행위(마스터베이션)"였다. 실언을 하고 아찔해진 소마 공사가 그 자리에서 즉시 사과하고 발언을 철회했다고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가뜩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적 신경전이 한창이던 탓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전개됐다.


최초 보도 다음날인 17일,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최종건 외교부 1 차관은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엄중히 항의했다. 최 차관은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가시적이고 응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할 것" 또한 요구했다. 이에 아이보시 대사는 유감을 표명하였고 우리 정부의 요구를 본국에 즉시 전달하겠다고 했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17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하였다」=외교부=


청와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오후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었던 '도쿄올림픽 계기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차갑게 식어버린 한일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가 하늘로 날아간 것이다.

박 수석은 결정 배경에 대해 "양측 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어 상당한 이해의 접근이 있었다"라면서도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고 덧붙였는데, 이는 즉 소마 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영향을 미쳤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역시 이런 사태에 시민단체가 빠지면 섭섭하다. 신승목 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는 소마 공사의 발언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모욕 및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소마 공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소마 공사가 외교관인 만큼, 서울지방경찰청은 면책특권의 확인 등을 포함해 통상적인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는 지금도 소마 공사의 즉각적인 국외추방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

그간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과 일본이 치고받을 때마다 아무 잘못이 없다 무례하게 굴던 일본이지만, 사태가 사태이니 만큼 일본 정부 역시 현상황을 엄중히 보았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7월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떠한 상황, 어떠한 문맥 하에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외교관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라며 "매우 유감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아이보시 주한일본대사가 직접 소마 공사에게 엄중히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다만, 소마 공사가 조기에 경질성 인사 조치를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는, 재외공관 직원의 인사는 "외무대신이 재임기간 등을 고려하여 적재적소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있다"라며 직답을 피했다.


한일관계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아무리 기자와의 사적인 자리였다고는 하나 해서는 안 될 말이라는 게 있고, 해당 발언은 여지없이 '아웃'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을 두고 한껏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마 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으며, 방일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에게 좋은 꼬투리를 주게 되어 유감이라는 시각 또한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8월 1일부로 소마 공사에게 귀국 명령을 내렸다. 이에 외교부 관계자는 "그간 일측에 응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할 것을 요청해왔다"라며 "출국이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원인제공자인 소마 공사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만큼 약 보름간 이어진 '부적절한 발언' 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그저 한 외교관이 사적인 자리에서 저지른 눈꼴 시린 해프닝으로 유야무야 정리될 것인지, 아니면 한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적 정치적 악재로 똬리를 틀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하겠다. 이러나저러나, 한일관계에 드리운 빽빽한 먹구름은 좀처럼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국과 일본이 화해하는 날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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