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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Jul 08. 2022

이준석 당원권 정지 6개월!?

유례없는 '토사구팽' 시나리오... 비극의 클라이맥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당대표가 윤리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징계 처분을 받은 것은 국민의힘과 그 전신이 되는 역대 어느 당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정치권에 화려하게 등장한 뒤 파란만장한 정치 일생을 보내온 이 대표에게 또다시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들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7일 저녁 제4차 회의를 열고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를 심의했다. 지난 몇 차례의 회의 과정에서 이 대표와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공공연히 대립해왔다. 이 대표가 징계 사안과 의혹에 대하여 소명하고자 회의 출석을 몇 번이고 요청하였으나 윤리위원회가 거부했다든지, 윤리위원회가 회의록 작성 없이 진행됐다든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징계 절차를 불필요하게 장기화했다는 등 주제를 가리지 않고 설전이 벌어졌다. 종국에는 윤리위원회 심의 자체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벌이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이양희 위원장은 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단에게 "요즘 너무 터무늬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윤핵관에 의해 기획된 징계다, 윤리위원회를 해체할 권한이 당대표에게 있다는 등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라며 이준석 대표의 과거 발언이나 그를 옹호하는 측에서 흘러나오는 '뜬소문'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이 대표에 대하여 "헌정 사상 처음으로 30대 젊은 청년이 대표로 선출돼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그가 당대표이기 때문에 고도의 도덕적 기준을 요구받는다면서 "수사기관의 결정에 따라 윤리강령과 규칙을 판단한다면 윤리위원회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는 검경의 수사 결과가 있기 전에라도 정치적 결단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날 회의에는 이준석 대표가 직접 출석하여 본인을 둘러싼 의혹과 징계 사안에 대하여 상세히 소명하였다. 이 대표는 소명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뭘 해온 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 1년여 선거기간 동안 몸이 상하도록 승리만을 위해 달려왔음에도 지금의 처지에 놓이게 된 점을 상기하며 "대선에서 승리하고도 어느 누구에게도 축하받지 못했다.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하고 나니 곧바로 공격당하고 면전에서 무시당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한 이 대표는 "뒤에서 한없이 까내리고는 그다음 날 웃으며 악수하자고 달려드는 사람을 마주친다"라고 설움을 토로하며, 자신과는 달리 당의 선거 승리가 아닌 '다른 생각'을 품고 있을 당내 일부 인사들에 대한 낙심을 내비쳤다.


이준석 대표의 소명절차는 약 3시간 진행됐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에 재차 기자들 앞에 나타난 이 대표는 "소명절차에 성실하게 임했다. 윤리위에서 질문한 내용을 제 관점에서 정확하게 소명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리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을 의식한 듯 "오늘의 절차를 통해 당의 많은 혼란이 종식되기를 기대한다"라며 현장을 떠났다. 회의 참석 전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며 말을 흐렸던 것과는 달리 말투에서는 약간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8일 새벽 3시. 결과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였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당대표에 대한 징계 의결이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준석 대표의 소명에 대하여 관련자들의 소명 내용과 녹취록, 언론에 공개된 각종 사실 자료, 이 대표가 당 전체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한 결과 이 대표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라고 보아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판단하였다. 다만 이는 이른바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해당하는 판단으로 당초 발단이 되었던 '성상납' 의혹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준석 대표는 윤리위의 징계 의결에도 불구하고 당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이 대표는 이날 아침 KBS 라디오에 출연해 "윤리위원회 규정을 보면 징계 처분권이 당대표에게 있다. 저는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다"라며 윤리위의 결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을 명확히 했다. 이 대표는 우선 징계 처분을 보류한 뒤 향후 가처분 또는 재심 등의 절차를 밟을 생각으로 전방위적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자진사퇴'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른바 '윤핵관'의 입장은 달랐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리위원회의 징계 의결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라며 당 대표의 권한은 이미 중지되었고 원내대표인 본인이 "직무대행"을 수행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은 10일간의 재심 요구 기간을 들어 최소 열흘 간은 대표직이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 측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어떤 조항을 가지고 그렇게 해석했는지 모르겠지만, 권 원내대표가 과대해석을 한 것 같다"라며 해석을 부정했다. 그는 "윤리위원회 규정에 당대표가 징계 대상이 되었을 때 제3자가 징계를 처분하는 단서조항이 없다"라면서 "결국 이준석 대표가 원하는 만큼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여당의 분열 행태가 갈수록 태산이다. 멀리서 보면 이 모든 잡음의 원인이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의혹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의도에 한 발 들어가면 결국 이 모든 것은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저열한 밥그릇 싸움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징계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당대표 탄핵을 강행한 뒤 조기 전당대회를 여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하고 '윤핵관'의 핵심 인물인 장제원 의원이 당 사무총장을 맡는 매우 구체적인 '포스트 이준석 플랜'까지 거론되고 있다. 권력을 향한 집착과 투쟁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윤리위원회의 심의가 한창이던 7일 저녁 jTBC는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성상납' 의혹을 폭로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단독 보도를 송출했다. 이로써 '성상납' 의혹 자체가 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하여 특정 세력이 계획한 '정치공작'이 아니냐는 전개가 가능해졌다. 이 대표는 KBS 라디오에 출연해 "해당 보도에 익명 처리된 부분을 바로 보자마자 식별할 수 있었다"라며 '윗선'의 정체에 대해 짐작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건전한 갈등과 논박을 통해 사태가 종식되기는커녕 점차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결국 너도 나도 너덜너덜해진 뒤 본질은 잊히고 그저 반목과 가십만 남게 될 판국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인사인 모 의원실에서 근무하던 A 보좌관이 퇴직했다. 수년간 여의도의 현실을 목도해온 그는 퇴직에 즈음하여 "정치는 추악하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분명 정치 또한 인생의 일부일 터인데, 가까이 보나 멀리 보나 어쩜 이렇게도 한결 같이 추악한 비극인지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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