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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Jul 20. 2022

尹 대통령, 추락하는 지지율

'사적 채용' 논란과 한숨 나오는 인식 수준

윤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역대 대통령의 '기본 소양'쯤으로 여겨지는 국회의원조차 해 본 바가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은 오로지 이 점에 기인한다.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윤 대통령에게는 응당 정치인이라면 가지고 있었을 다양한 분야에 걸친 '인재풀'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당장에 말이 잘 통하는 주변 인물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런 상태로 치열하게 선거를 끝내고 봤더니 결국 주변에는 '아는 사람'이거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정계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에 밝지 못한 윤 대통령이 이처럼 '실수 아닌 실수'를 남발하는 데는 측근들의 잘못이 크다. 전적으로 측근의 조언에 의지하여 국정을 운영하고 있을 윤 대통령이니만큼 그의 실책은 모두 주변 인물의 오판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헛발질을 주문하고 있는 측근 그룹의 중심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있다.


권 직무대행은 윤 대통령과 어린 시절부터 교류해온 소꿉친구이자 이른바 '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중심인물이다. 그에게는 윤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물심양면 여당을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어쩐지 그의 행보가 불안하다.


오마이뉴스는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인이자 모 사업가의 아들 A 씨가 대통령실에 '사적 채용' 됐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 했다.


이날 저녁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A 씨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잘 안다. 내가 추천했다"라고 말하며 대통령실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가볍게 시인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A 씨는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에 발 벗고 나섰던 강릉 지역의 청년이다.


그러나 이처럼 훌륭한 청년인 A 씨가 어쩐 일인지 대통령실 직원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자 권 직무대행은 당시 대통령실의 인선을 총괄하고 있던 장제원 의원에게 "(A 씨를 대통령실에)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다". 권 직무대행은 '강릉 촌놈'인 A 씨가 최저임금보다 조금 나은 월급을 받으며 서울생활 할 것을 걱정하였는지 "(장 의원이 A 씨를)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더니 9급에 넣었더라"라고 불평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당의 실력자인 권 직무대행이 대통령실 인사권에 "압력"을 행사했고 심지어는 채용 급수까지 상세하게 체크하고 있었음을 자백한 것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인사를 휘두르고 있음을 자백한 것도 골때리는 일이지만, 진짜 문제는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의 인식 수준이 너무나도 처참하여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감을 못 잡고 있다는 점에 있다.


권 직무대행은 스스로 자백한 '사적 채용'이 전방위적 비판에 휩싸이자 SNS를 통해 "언론에서 언급하는 행정요원은 제 추천이 맞는다"라면서도 "대선 캠프에서 역량을 인정받아 인수위와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게 됐다"라며 능력에 따른 채용이었음을 강조했다. 해명을 원했다면 이쯤에서 말을 끝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문재인 청와대에서 25세에 1급 비서관에 오르며 비판받은 박성민 전 청년비서관을 언급하며 "낙하산 1급을 만든 민주당이 노력으로 성취한 9급을 감히 비판할 수 있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민주당은 항상 그렇듯이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기준으로 남을 비판한다"라고 덧붙였다. 바로 이 부분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문제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을 바라보며 공인되지 않은 권력은 어떻게 부패하는가에 대하여 톡톡히 배웠다. 측근 그룹으로 구성된 이른바 '비선 실세'의 공권력 남용에 더 없는 분노를 느꼈다.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과 가까운 무리들이 즉 민변과 참여연대, 각종 시민단체가 어떻게 주요 공직을 꿰차고 앉는지를 지켜보았다. 문 정부가 특정 이념과 인연을 고집한 덕분에 우리 사회는 갈등과 혐오의 구렁텅이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박근혜와 문재인을 보며 우리 국민은 다짐했을 것이다. 다음 지도자는 꼭 공정하고 상식적인 사람을 뽑아야지! 그 다짐의 산물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게 '문재인만큼만' 하길 바라지 않는다. 못난 문재인 때문에 윤석열을 뽑았으니 그보다 훨씬 잘하라고, 문재인 정부가 무너뜨린 공정과 상식을 재건하라고 주문했다. 그 어느 누구와 비교해 '걔만큼 잘해보라'는 게 아니라 진짜 그냥 잘! 하라는 말이다.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도 채 되지 않아 '사적 채용'이니 '윤핵관'이니 하며 온갖 불경스러운 사건이나 생산하고 있어처참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도 여당도 반성은 하지 않고 "문재인도 했던 건데 왜 우리한테만 뭐라 하느냐"라는 식으로 고집을 부리고 있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게 당연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일했던 한 지인이 있다. 그는 최근 필자와의 만남에서 인수위 근무 에피소드를 말해주었다. 때는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약 2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략 이쯤 하여 'BH 인사'가 발표됐다고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다양한 출신의 인사들이 한 데 섞여 지낸다. 사무처 당직자부터 지역구 당협위원회 관계자와 국회의원실에서 차출된 보좌진들까지. 인수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불철주야 뛰어온 '핵심 인력'들의 용광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BH'로 가고자 하는 (입 밖으로는 감히 꺼낼 수 없는) 공공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의 '슬림화'를 발표했고 기존 450여 명 규모에서 1/3로 확 줄인 150명만이 '성은'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BH 인사' 발표는 비극이 됐다.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우며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업무에만 몰두했다. "축하한다"거나 "아쉽게 됐다"와 같은 인사치레조차 할 수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성과와 역량을 알기에, 지금껏 얼마나 고생해왔는지를 알기에 감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대통령 윤석열'을 완성하기 위해 수개월을 쏟아부어 헌신하였던 이들에게 '대통령실'이란 그런 의미였다.


온갖 업무의 산더미 속에서 희생해온 직원들은 내팽개치고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자녀'를 채용하는 것이 과연 공정과 상식에 맞는 행동인가. '내 사람'의 꿀 같은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희생당한 '이름 없는 누군가'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18일 리얼미터의 주간 동향 발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선거 득표율 48.6%를 크게 밑도는 33.4%의 국정지지율을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63.3%에 육박했다. 국민 셋 중에 둘은 윤 대통령에 대하여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19일 아침 출근길에서 기자가 치솟는 부정 평가의 원인을 묻자 "원인은 언론이 잘 알지 않나? 그 원인을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라고 답했다. 여느 때와 같이 툭 튀어나온 대답이었겠지만 묘한 불쾌함이 느껴졌다. 윤 대통령은 이달 초 '만취 음주운전' 전력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박순애 사회부총리를 임명하며 "야당과 언론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빗대어 생각해보면 지지율 하락 또한 '야당과 언론의 공격'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필자에게 "골프와 정치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느냐"라고 물었다. 모른다고 답하자 그는 "골프나 정치나 고개를 들면 무조건 망한다"라고 말했다. 내가 친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보고 싶어 고개를 들어버리는 순간 공의 궤적이 틀어져버리는 골프와 같이 정치 또한 쓸데없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면 망한다는 말이었다. 

오로지 자신의 실력을 믿고 땅만 바라보며 채를 휘둘러야 비로소 잘 풀리는 골프와 마찬가지로 정치도 그저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우직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혹여 정치인이 오만과 고집에 사로잡혀 고개를 치켜세우고 다닌다면 그 순간 그의 정치는 망해버린 것이다.


잘못했다면 사과 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과의 달인'이었다. 잘못한 게 있으면 즉시 고개 숙여 사과하고 "다시 잘해보겠다"라고 다짐하며 우직하게 나아갔다. 지금의 정부여당이 떠들어대는 "내가 뭘? 쟤보다는 낫잖아?"와 같은 한심한 인식 수준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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