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코알라 Jul 25. 2022

'나'의 입 '우리'의 말

대변인에 대한 一考

대변인(代辯人)은 소속 집단의 의견을 대외에 발신하는 최고권위 공식 창구이다. 따라서 말 한마디, 글 한 줄도 신중히 행해야 한다. 언제나 균형 잡힌 정신으로 사려 깊은 언동을 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나 정당의 대변인은 당대표와 집행기구 나아가 정당 전체의 공식 의견을 대신하여 말하는(代辯)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그러나 요사이 언론을 떠들썩하게 장식하고 있는 일부 대변인은 대변인을 그저 '빛나는 직함'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오로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크게 떠벌리고(大辯) 있다.


'인간 아무개'에게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스스로의 감정과 이해를 표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대변인 아무개'는 그렇지 않다.


대변인은 유일무이한 정당의 대변자로 그가 하는 말 한마디와 흔드는 손짓 한 번까지 모두 다 정당의 '공식의견'으로써 의미를 갖는다. 대변인을 흔히 '정당의 입'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이 단순한 비유에 그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변인이라는 특수한 위치에 섰다면 '인간'으로서의 인격과 '대변인'으로서의 직무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아야 하며, 하기 싫은 말이라도 대의에 옳다면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당의 의견과는 다르거나 혹은 관계가 없는 지극히 사인(私人)의 견해만을 늘어놓고 있다면, 이는 그저 본인의 빈약한 주장에 힘을 싣고자 대변인의 권위에 기대는 저열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페이스북'이 정치권의 주요한 소통 창구가 되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안에 대하여 발 빠르게 의견을 발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작용한 듯하다. 그러나 SNS는 그 특성상 단편적인 글쓰기가 주류가 되어 짧은 문단 안에 극단적으로 압축된 의견만이 담긴다는 부작용이 따른다. 오로지 '속도'에만 집중한 나머지 주장에 '깊이'가 없고 공익을 위한 사유(思惟)가 나태해진다.


지지자로 둘러싸인 '페이스북'에 매몰되어 하루에도 수 십 건씩 '소통'을 빙자한 변을 쏟아내고 있는 일부 대변인이 있다. 쉴 새 없는 SNS 삼매경을 보니 '대장경'을 집대성한 그 어느 법무부장관과 같이 중독에 빠져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가 대변인이라는 권위에 기대어 대중의 관심을 끌고자 혈안이 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


이치에 맞는 올곧은 목소리는 굳이 권위에 기대지 않아도 뾰족한 송곳이 주머니를 찢듯 세상에 전해진다. 대변인이라면 대변인답게 '정당의 입'으로써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길 바란다. 대변인의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내'가 아닌 '우리'만큼 무겁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매거진의 이전글 尹 대통령, 추락하는 지지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