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대학원생]
갑자기 대학원을 간다고?

주경야독, 그거 나도 한 번해볼랍니다

by 김코알라

"대학원은 굳이 왜 가려고?"

내가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을 때 나의 친구들은 한입으로 '왜?'를 물었다. 그들의 속뜻이 긍정적이었든 부정적이었든 모든 대화의 끝에는 항상 위와 같은 질문이 따라붙었다. 멀쩡히 직장을 잘 다니고 있고, 꼭 가야 할 필요성이 보이지 않는 지금, 무엇하러 대학원을 가려고 하느냐는 뼈아픈 질문이었다.

글쎄, 나는 왜 대학원을 가려고 마음먹었을까.


주변을 둘러보자.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에 진학한 케이스를 여럿 찾아보니 그 이유는 대체적으로 세 가지로 압축됐다. '학업'과 '스펙' 그리고 '인맥'.


▷학업, 학부에서 다하지 못한 학업에 대한 열망을 채우기 위하여.

스펙, 직장 내외에서의 경쟁력을 갖춰 보다 나은 입지를 쟁취하기 위하여.

인맥, 공통의 관심사를 갖는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기 위하여.


나는 위 세 가지 항목에 모두 해당되는 케이스였다. 이름 없는 지방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운 좋게 지금의 직장에 들어오고 보니 이른바 'in 서울' 출신의 동료들이 즐비해있었다. 지난 5년간 말 못 할 '학력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분야에 걸친 넓은 지식이 필요했는데, 사회학, 법학, 정치학 등 메이저 사회과학 분야를 전공한 동료들에 비해 '일본학과'를 졸업한 본인은 그 지혜로움이 비할 바가 못됐다.

마지막으로 'in 서울' 대학 출신 간의 끈끈한 인맥형성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같은 대학, 같은 학부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삼삼오오 모이는 모습이 부럽기 그지없었다.


대학원을 가고자 하니 이번에는 '어느 대학원의 어느 전공'을 선택할지가 문제였다. 학부에서 배운 알량한 지식을 심화할 것인지, 전혀 다른 분야로 나아갈 것인지, 놀고먹으며 사람이나 많이 사귀고 올 것인지..., 일단 딱 인맥만을 위해 매년 돈 천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낭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기껏 큰돈을 들여 대학원을 다니는 마당에 뭐라도 제대로 배워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대학원 선택의 기준 또한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처음에는 학부에서 배운 내용을 심화시켜 볼까 하는 마음에 '외국어대학원'을 고민했다. 하지만 '외국어 원툴'로 미래를 그리기에는 시대가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직업, 기자 생활에 도움이 되는 '언론대학원'일까? 이것 또한 지난 5년간 현장에서 박치기하며 배운 지혜보다 훨씬 뛰어난 무언가를 배울 것 같지 않았다. (언론대학원에 다니는 모두에게 미안하다).

평소의 관심사와 업무에 도움이 될 전공. 나아가 제2의 직업까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야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정치'였다. 평소 취재 영역의 대부분은 '정치'에 관련되어 있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 국회, 정부, 외교, 정책 등에 대한 공부를 할 필요가 있었다.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보다 깊게 이해하고 얄팍한 지식이나마 전문성을 갖고자 함이었다.


두 번째로 '괜찮은 대학인가'. 바야흐로 '너도 나도 석사' 시대. 어쭙잖은 대학원을 나와 이도 저도 아니게 될 바에야 졸업이 어렵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대학원을 가고자 했다. 적당히 '학위 장사'에 놀아나며 2년 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내 이름으로 된 석사 논문 한 편을 남길 수 있을 만큼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가가 중요했다. 그렇기에, 긴 역사를 지니며 전문성 있는 전임교수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겸임교수를 보유하고 있는가, 졸업 동문들이 사회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학부-대학원 모두 학술 연구에 열의가 있는가를 판단 척도에 두었다.


마지막으로 '직장 생활과 함께 할 수 있는가'. 아무리 멋지고 훌륭한 곳이라 해도 직장 생활과 병행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나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 자가용이 없는 관계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한 곳, 퇴근 후 수업 개시 전까지 이동할 수 있는 곳 등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했다.


이외에도 몇몇 작은 고민들이 있었지만 대학원 선택의 기준은 대개 이러했다.


결국 나의 선택은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지방자치전공이었다. 1978년 설립 이래 오랜 역사 속에서 훌륭한 교수진의 지도 아래 약 5천여 명의 동문을 우리 사회 곳곳에 배출해낸 대학원이다. 많은 후보 사이에서 단연 손에 꼽히는 선택지였다. 게다가 집에서 가깝다는 점에 가산점을 두둑하게 주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헬스장도 귀찮다고 안 가는데, 학교라고 다르겠는가.


막상 결심이 서니 행동은 일사천리였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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