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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Apr 08. 2022

[월말정산] 말로 보는 정치 이슈
(3월)

윤석열 대통령, 김정숙 '옷값', '전장연' 논쟁

[월말정산]은 매월 세간의 이목을 끈 주요 '말말말'을 모아 정치 이슈를 소개합니다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교체됐다. 20년 이상 장기집권을 꿈꾸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기껏 5년을 버티고 허무하게 권좌를 내주고야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곧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리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신속하게 추진했다.


한편으로 정권 말기에 다다른 문재인 정부는 때아닌 '영부인 옷값'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권이 여러모로 어수선한 마당에 이제 곧 여당의 대표가 될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어쩐 일인지 장애인 단체와의 입씨름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달도 보통이 아니었다. 3월의 말말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집무실 이전△김정숙 옷값 논란△이준석-'전장연' 대립이다.


■尹 결국 '별의 순간' 잡았다... 정치 새내기가 만들어낸 波亂의 '정권교체'


3월 10일 00시 31분, 운명이 갈렸다. 개표 시작부터 줄곧 근소차로 리드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개표 5시간 만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게 선두를 내주고야 말았다.


◎3월 10일

이재명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

이재명 "尹,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길 간곡히 부탁"


이른바 '골든 크로스'가 일어난 지 3시간이 넘어서자 이재명 후보가 시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문불출하며 애만 태우던 이 후보는 10일 새벽 3시 45분께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라며 패배 승복을 선언했다.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성을 내지르며 박수를 쳤던 더불어민주당은 참혹한 결과에 말을 아꼈다. 승자독식구조의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한편으로,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잔치집이었다.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은 이미 지지자들로 가득했고 시끌시끌 노랫소리와 둥둥 울리는 북소리로 마치 한낮의 축제와 같았다. 지지자들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당선인을 기다리며 새벽 추위가 떠나가라 "윤석열! 대통령!"을 몇 번이고 외쳤다.


◎3월 10일

윤석열 "오늘, 밤이 참 길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주민과 지지자를 만나 하나하나 악수를 나눈 뒤, "밤이 참 길었다. 그동안의 응원에 감사드린다"라고 짧은 소감을 말했다. 이른 저녁부터 모여든 지지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여태껏 서초동 '아크로비스타'가 이토록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을까.


◎3월 10일

윤석열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 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겠다"

윤석열 "李-沈,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큰 기여... 심심한 위로 말씀드리고 싶어"


윤 당선인은 국회도서관 지하 대강당에 차려진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더운 여름부터 모두 함께 땀 흘리면서 또 추위에 떨면서, 여기까지 뛰어준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라며 당직자와 관계자를 두루 격려했다.

목이 빠져라 기다린 지지자 또한 잊지 않았다. 윤석열 당선인은 당사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대국민 감사 인사를 갖고 "국민께서 저를 이끌어주고 지켜주셨듯이, 저도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만 제대로 모시는 사람이 되겠다"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정계의 샛별로 떠오른 윤석열 당선인. 별다른 대안이 없어 고심하던 야당에 한 줄기 빛과 같이 나타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더니 결국 대통령의 권좌까지 쟁취해냈다. 어쩌다 보니 대한민국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사례가 되었다. 줄곧 보아왔던 정치판에 전혀 새로운 인물.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국민의힘이 보여줄 앞으로의 5년은 어떠한 모습일까. 


■청와대는 죽어도 들어가기 싫다?... 막 내리는 북악산 시대


◎2월 15일

윤석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월 서울 중심부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선거운동 출정식'에서 '광화문 시대'를 외쳤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는 안을 수 차례 공약한 바 있다. 이는 87년 민주화 이후 반복적으로 시도되어온 '脫 청와대' 행보다. 문재인 대통령도 '퇴근 후 광화문에서 시민과 맥주를 마시겠다'라는 공약한 바 있다.


◎3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쉽지 않은 문제임을 절감"

윤석열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 상징인 청와대에서 벗어나기 더욱 어려워"


그러나 '광화문 시대' 공약은 지켜지지 못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현재 국방부와 합참 등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는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계획했던 광화문이 아닌 용산으로 선회한 이유에 대하여 경호상 시민 불편 초래와 시설의 완전 이용 불가 등을 들었다.


◎3월 17일

탁현민 "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3월 18일

김병주 "청와대 용산 이전 비용 1조 이상"


◎3월 21일

설훈 "1조 원 더 들어갈 수 있다. 국방부, 합참, 예하부대 다 옮기면 연쇄 반응 일어나"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의 반응은 싸늘했다. 인수위원회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예비비를 496억 원으로 추산한 것을 두고 '못해도 1조 원은 들어간다'라며 혈세 낭비라 헐뜯었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역사와 행사의 격조 등을 이유로 '우리가 알아서 관리하겠다'라며 국민에게 공개하겠는 청와대 부지에 깔고 앉겠다는 양 배를 째고 나섰다.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여론조사 결과 '반대한다'는 응답이 53.7%로 '찬성한다'는 응답 44.6%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다. 필자 또한 청와대 부지를 공원화하여 국민에게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시내로 이전하는 것에는 포괄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문제는 시기와 방법이다.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안에 청와대를 어떻게 깨끗하게 비워낼 것이며, 국방부와 합참 등 군사시설의 이전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해낼 것인지, 도대체 왜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인지 걱정과 의문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주변에서 천천히 좀 하자며 조언을 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윤석열 당선인의 '진짜' 의중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선녀의 날개옷을 훔친 것은 나무꾼인데... 김정숙 여사의 '옷값'은 누가 냈나?


사건의 시작은 2019년 3월이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당시 "납세자는 예산 사용 내역을 알 권리가 있고, 공무원은 집행내역을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며 김정숙 여사의 옷값 등과 관련한 사용내역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2022년 2월 김정숙 여사의 의전과 관련한 비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청와대는 비밀이 보장되어있는 '특활비'를 공개할 수는 없다며 항소했다. 이 소식이 세간에 알려지며 이른바 '김정숙 여사 옷값 논란'이 전 사회적 화제로 떠올랐다.


◎3월 29일

청와대 "金 의상에 특활비 사용? 전혀 사실 아니다"

청와대 "金 의류 구매는 모두 사비... 지원받은 의상은 반납하거나 기부했다"


옷값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이어지자 네티즌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 등지에서 활동하며 '김정숙 여사가 지금까지 입은 옷과 장신구'를 전수 조사했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김정숙 여사가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 착용하였던 의류는 코트, 롱 재킷, 원피스 등을 포함하여 178벌, 패용한 장신구는 스카프, 목걸이, 반지 등 207개였다.


불 번지듯 퍼지는 '옷값' 논란에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식 활동 수행 시 영부인으로서의 활동을 위한 의전 비용은 엄격한 내부 절차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수준에서 지원했다"라고 해명했다. 신 부대변인은 또한 "특수활동비가 국방, 외교, 안보 등의 사유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점을 빌미로 무분별하게 사실과 다르게 주장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3월 30일

이준석 "특활비 지출 사례 나오면 모든 내역 공개하고 옷 반납하고 가야"

김재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공개하지 않는 것은 더 큰 화를 부른다"

강민국 "특수활동비를 쓰지 않았다면 공개하면 될 일, 무엇이 두려워 감추나"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장한 바 있으며, 문 대통령 주변의 인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당시 "옷값이 뇌물인지, 대통령비서실 예산인지 밝혀라"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고, 국민이 하나하나 '전수조사'를 하게끔 들었다. 이를 보고 있자니, 특활비 폐지에 대한 진실되고 강력한 의지와 '옷값=뇌물'의 등식을 머릿속에 넣고 살아온 인물들의 행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누가 누구랑 싸우고 있는 것인가.


◎3월 31일

청와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의혹 보도 있었지만 인내해왔다"

청와대 "인내와 선의에도, 최근 며칠간의 상황은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만료까지 앞으로 한 달여 남았다.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둘러싼 공방은 아마 문 대통령의 임기 만료와 함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활비를 집행하였든, 사비를 지출하였든, 어떤 뒷얘기가 있었든 간에 모든 기록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어 30년간 비공개 처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개해야 마땅한 사안은 공개하고, 숨겨야 할 일이 있다면 들키지 말아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유독 숨길 일도 아닌데 꽁꽁 숨기고 켕기는 행동을 하다가 일을 키우는 경향이 짙다. 임기 말에는 임기 동안의 공과를 따져보고 후대에 귀감이 될 '레거시'를 남기는 작업에 몰두해야 함이 마땅하다. 다 끝나가는 마당에 '이 옷은 누구 옷이냐, 내 돈이냐 네 돈이냐' 쩨쩨하게 따지고 있으려니, 이게 다 무슨 쓸데없는 정력 낭비인가 싶다.


■이준석-'전장연' 대립... 불가피한 '인권투쟁'인가, 시민을 볼모로 한 '불법시위'인가


이준석 당대표는 지난 1년간 대표직을 수행하며 수많은 '기행'을 보여왔다. 상식과 공정을 강조하며 공천심사에 '자격시험'을 도입한다던지, 중앙당 대변인을 '토론배틀'로 뽑더니 심지어는 대통령 후보를 모아놓고 '압박면접'까지 진행했다. 이 대표는 결국 그간 '성역 중의 성역'이라 일컬어졌던 '장애인' 이슈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3월 25일

이준석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

이준석 "지하철 출퇴근하는 시민이 왜 투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이준석 대표가 지적한 것은 바로 전장연의 '지하철 점거 시위'의 부당성이다. 지난해부터 장애인 이동권 주장하며 지하철 점거 시위를 수차례 반복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행태가 시민을 볼모로 한 시위라는 것이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정당한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출퇴근 시간에 집중하여 휠체어를 이용해 지하철 출입문을 막아서는 시위를 해왔다. "마음껏 욕하라. 근데 우리에게 욕하는 만큼 서울시와 교통공사, 지자체에도 이야기하라". 전장연은 스스로의 행동이 '욕먹을 짓'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처절한 대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요구했던 엘리베이터 100% 설치에 대하여 서울교통공사가 2024년까지 완료할 것을 약속하였고, 이미 서울시내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설치율은 92%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전장연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고, 연간 1조 원의 적자를 보는 서교공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월 28일

여영국 "李, 자신은 혐오자가 아니라 강변하지만 혐오 정치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배진교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 중단하라"


◎3월 29일

고민정 "SNS 자판 두드릴 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동하라"

박지현 "(李 발언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본질 외면한 부적절한 발언"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국가인권위원회는 일제히 이준석 대표의 발언이 '장애인 혐오'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얼마니 하며 앵무새처럼 SNS 자판이나 두드릴 게 아니라, 전장연의 처절한 몸부림에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치 지난 세월 수많은 여성단체와 더불어민주당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이 대표를 '여성 혐오자'라 낙인찍고 조롱했을 때와 같았다. 이 대표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사과할 생각 없다"라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자 전장연은 돌연 태도를 바꿨다. 여론의 추이가 이상하게도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생각보다 서교공이 '엘리베이터 100% 설치' 약속을 덥석 받아들이니 안달이 난 듯했다.

이들은 점차 '평생교육시설 운영비''장애인 지원주택 10만 호 공급', '복지예산 증액' 등과 같은 곁가지 사안을 교묘하게 섞어가며 시위를 이어갔다. 기본 30분에 길게는 1시간가량 지하철이 연착되는 마당에 극심한 출퇴근길 스트레스를 느낀 시민들은 점점 등을 돌렸다.


◎3월 31일

전장연 "이준석, 100분 토론하자"

이준석 "100분이 뭔가, 1대 1로 무제한 토론하자"


사태는 돌고 돌아 결국 '토론배틀'로 귀착됐다. 과연 지난 시간 동안 전장연이 보여온 모습은 시민을 볼모로 한 '불법 시위'인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정당한 투쟁'인가. 오는 13일 jTBC에서 생방송으로 토론회를 연다. 지리한 말싸움이 아닌 실질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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