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코알라 Apr 29. 2022

[월말정산] 말로 보는 정치 이슈  
(4월)

민주주의는 사망했다

[월말정산]은 매월 세간의 이목을 끈 주요 '말말말'을 모아 정치 이슈를 소개합니다


긴 말이 필요 없다. 4월의 '말말말'은 △'검수완박'이다.


'86 민주투사'가 선보이는 민주주의 몰락의 길... '검수완박' 그 끝은?


박병석 국회의장은 7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보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동안 멈춰 있던 '검찰개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요청한 것이었다. 대선 기간 중 여론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잠시 멈춰두었던 검찰개혁이 재차 궤도에 오른 것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검찰개혁은 민주당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남국, 김용민, 최강욱, 황운하 등 20여 명의 초선의원으로 구성된 이른바 '처럼회'가 주도해 왔다. 이들은 그동안 윤석열 당선인과 한동훈 검사 그리고 검찰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극단적 강경파인 '처럼회'가 검찰개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진짜 목적'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그리고 그의 아내 김혜경 씨의 "의혹"을 감추고 수사를 막는 것이 아니냐는 날카로운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4월 7일

윤호중 "(검수완박) 文 임기 내 처리... 제2의 한동훈 막겠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법사위 보임이 있던 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을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170석이 넘는 거대 정당의 힘으로 야당을 찍어 누르고 법 개정을 밀어붙인 뒤 문 대통령 임기 내 마지막으로 열리는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로지 '검찰개혁'이라는 대명제에 눈이 멀어 민주적 절차성을 무시한 채 내달리려 하는 민주당의 계략에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법조계, 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4월 10일

권성동 "(검수완박) 이재명, 김혜경 보호하기 위한 만행... 천인공노할 범죄"


국민의힘은 검찰개혁의 주도세력이 親문재인-親이재명 강경파로 구성된 '처럼회'라는 점을 꼬집으며 검수완박은 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부부를 보호하기 위한 만행이라 지적했다. 민주당이 독단적인 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의사 행위를 저지하는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4월 11일

전국검사장회의 "국민적 공감대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고 충분한 논의나 구체적 대안도 없이 (검수완박을) 성급히 추진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께 돌아갈 것"


졸지에 밥숟가락을 빼앗기게 생긴 검찰은 전국검사장회의를 개최하는 등 이례적으로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이들은 회의에서 민주당이 강행처리를 예고한 검수완박에 대하여 "검찰의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면 검찰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게 된다"라며 사법정의와 인권보장 등 검찰의 존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의 '단체행동'을 불순한 저항 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급진적인 검찰개혁의 당위성으로 삼았다.


◎4월 12일

민주당 "검찰의 행태를 볼 때 더 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다"

박지현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서 지고,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마무리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스물여섯 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여의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내 온건파들이 '속도조절'을 주문했으나, 親문재인-親이재명 강성 지지자의 호위를 받는 '처럼회' 등 강경파들에 의해 묵살됐다.

경찰 고위 간부 출신으로 '처럼회'의 핵심인 황운하 의원은 "검찰이 자신들을 마치 입법, 사법, 행정에 버금가는 특별한 조직으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하며 "검찰이 반발하는 모습은 오히려 검찰개혁이 왜 시급한지를 보여준다"라고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열변해왔다.


◎4월 13일

정의당 "무리한 강행 처리, 더 큰 후과 만들 수밖에 없다... 반대 당론"

국민의힘 "수사권을 빼앗는 데 급급할 뿐 (수사권 조정은) 나중 문제라며 미루고 있다"


애초부터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반대하던 국민의힘에 더해 '민주당 2중대'로 불리던 정의당마저 민주당의 강행 돌파 의지에 반대하겠다 당론을 정했다. 민주당은 당연히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던 정의당마저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수 꼼수 계산에 골몰했다.


떠들썩한 정계와 별개로 검찰 또한 엉덩이가 뜨거웠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권 아래 "똘똘한 애완견"의 자세로 검찰개혁을 고분고분 이행해 왔는데, 결국 밥숟가락마저 갈취당하게 생기니 돌연 사표를 제출하고 나섰다.


◎4월 17일

김오수 "검수완박 둘러싼 갈등과 분란, 국민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

김오수 "(사직서 제출) 의원님들이 한 번 더 심사숙고하는 작은 계기라도 되길 기대"


수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일선 검사들 또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검사뿐 아니라 '법조계'로 얽히는 각계각층이 검수완박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한 마디씩 거들고 나섰다.


◎4월 12일

민변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더라도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

대한변협 "명분도 없고 국민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아... 형사사법 시스템에 큰 공백 초래"


◎4월 18일

법원행정처 "형사절차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내용.. 이런 입법은 못 봤다"

전국고검장회의 "개정안, 문제점이 너무 많아 실무상 운영 어려워... 냉정한 이성 되찾길"


◎4월 19일

전국평검사회의 "귀를 닫고 아무런 대안도 없이 강행처리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4월 20일

전국부장검사회의 "권력 있는 범죄자는 법망을 빠져나가고 국민은 억울한 피해 입을 것"


'쇠 귀에 경 읽기'란 이런 것일까? 법률 좀 안다는 '전문집단'이 모두 나서 검수완박의 강행 처리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음에도 민주당은 귓등으로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4월 14일

김남국 "검찰의 잘못된 수사, 먼지털기식 수사, 전관예우 심각"

강욱 "검찰, 정치적 중립성 개선 논의 본 적이 없는데, 권한이 줄 것 같으니 집단행동한다"


◎4월 18일

김용민 "입법 사안에 법원행정처가 이래라저래라... 국회가 우스워 보이나?"

박홍근 "4월에 매듭짓겠다... 앞으로 기회 없을 것"

황운하 "만약 수사 기소 분리됐다면, 나는 절대 기소되지 않았을 것"

검찰 "결국 자신의 기소를 되갚아주기 위한 법안 추진이라는 '셀프 인증' 아니냐"


심지어 민주당은 멀쩡히 있던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들었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안이 체류할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쁘락치'로 심어두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소위원회의에서 안건조정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민주당 3인+무소속 1인으로 조정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저열한 꼼수 중의 꼼수'였다.


◎4월 21일

양향자 "민주당, 이런 식으로 통과시킨다면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양향자 "(강경파에게) '검수완박 처리하지 않으면 文 청와대 사람 20명 감옥 간다'라고 들었다"

양향자 "지금 상황은 '처럼회'가 민주당이다"

박용진 "소탐대실은 자승자박, 5년 만에 정권을 잃고 얻은 교훈"


검수완박을 둘러싼 지리멸렬한 정쟁에 참다못한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들고 나왔다.


◎4월 22일

박병석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국민과 함께 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박병석 "대선 때 갈갈이 찢어지고 상처가 났다. 더 이상의 상처, 결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한다"


박 의장은 검찰개혁법안의 4월 중 처리를 포함하여 △검찰 특수부 축소 및 검사수 제한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민주당이 위원장과 위원 과반을 맡는 '사법개혁특위' 구성 등 8개 조항을 포함하는 중재안을 양당 원내대표에게 제안했다.


◎4월 22일

권성동 "중재안은 양당이 회의 통해 합의한 내용... 수용하기로 했다"

박홍근 "민주당은 국회의장 중재안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조국 "(중재안 합의)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눈물겨운 분투 덕분"

조정식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어... 세밀한 보완 필요"


양당 원내대표는 얼마지 않아 수용 의사를 밝혔다. 양자 모두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큰 틀에서 국회의장 중재안을 받아들인 만큼 한 달여간 지속된 검수완박 사태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4월 22일

김오수 "모든 상황에 책임지겠다"


양당 간의 합의에 따라 검수완박에 대한 정치적 논의는 일단락 지었으나, 검찰의 입장은 그렇지 못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겨우 '1년 6개월' 늦췄을 뿐인 검수완박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직 반려'가 있은 지 일주일 만이다. 김 총장의 사의 표명에 이어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를 비롯하여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전국의 현직 고검장 6명 또한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상 초유의 검찰 지휘부 총사퇴다.


◎4월 25일

권성동 "검찰 수사에서 선거 범죄, 공직자 범죄 제외... 재논의해야"

이준석 "부패한 공직자 관련 검찰 수사권 박탈...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윤석열 "국민을 이기는 정치 없다... 민주당도 국민 대다수의 깊은 우려 잘 알고 있을 것"

김오수 "시기만 잠시 늦춘 것에 불과... 중재안에 동의할 수 없고 명확하게 반대한다"


정치인 간의 합의는 합의가 아니라고 했던가... 국회의장 중재안에 잉크가 마르지도 않은 25일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난주에 맺었던 합의를 '재논의' 해야 한다며 사실상 파기를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또한 배현진 대변인의 입을 빌려 '우려'의 뜻을 전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검수완박에 반대한다고 단호히 밝혔다.


◎4월 25일

윤호중 "국민의힘이 합의 파기하는 즉시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

윤호중 "(검사 집단행동) 삼권분립, 민주 헌정에 대한 정면 도전... 선동한 검사들 강력 처벌"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중재안 합의를 파기한다면 곧장 170석의 거대한 힘을 이용해 강행돌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봐줄 때 알아서 기어라'는 위압감이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윤 비대위원장 또한 검수완박을 둘러싼 검사들의 '전국회의' 등을 "불법행위"라고 규정지으며 '빼찌'도 없이 까부는 것들은 싹 다 집어넣어야 한다는 식으로 강력 처벌을 주장했다.


합의 파기의 결과는 처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저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었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수완박'을 강행 처리하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민주당은 오후 11시 30분경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민주당 소속 의원 3명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 2명 그리고 '위장 탈당'으로 '쁘락치'가 된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조정위원으로 참여했다. 상정된 안건에 상호간 이견이 있을 경우 '조정'을 위해 최장 90일간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안건조정위원회이지만, 겨우 17분만에 '민주당 3+민형배 1'의 과반으로 회의는 종결됐다.

안거조정위원회에서 처리된 안건은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전제 하에 소위원회를 뛰어넘고 바로 전체회의에 회부된다. 온갖 꼼수와 수작질로 뒤덮인 안건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다. 그럼에도 전체회의에 오른 '검수완박' 법안은 단 8분만에 민주당의 단독 '기립표결'로 가결됐다.


◎4월 27일

권성동 "부작용과 국민의 원망은 모두 민주당이 짊어져야 한다"

전주혜 "수정안인지 합의안인지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절차를 모두 무시한 법안 처리"

박병석 "국민의힘 합의안 번복... 국민께 드린 약속은 지켜져야"

박병석 "중재안 수용한 정당과 국회 운영 같이 하겠다 천명했다... 국회 본회의 소집"


27일 오후 5시 국회는 '검수완박' 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비롯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생각이지만,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수가 없다. 그저 손발이 묶인 채 거대 정당의 횡포에 휘둘릴 뿐이다.


한편으로 더불어민주당은 '회기쪼개기' 전략으로 늦어도 내달 3일까지는 모든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생각이다. 국회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점을 이용하여 임시회기를 잘게 쪼개 법안을 하나 하나 통과시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만료 전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3일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통상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국무회의를 오후로 미루거나 4일 이후 임시국무회의를 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의 강행 처리를 위해 국회가 행정부의 국무회의 일정까지 간섭하고 나섰다. 월권 중의 월권이자 꼼수 중의 꼼수가 아닐 수 없다.


◎4월 26일

장제원 "文, 국민이 원하는 것 잘 판단하고 거부권 행사하리라 믿는다"


◎4월 29일

권성동 "文의 마지막 뒷모습이 무책임과 탐욕에 얼룩지지 않기를 바란다"

권성동 "검수완박의 위헌성과 국민적 우려와 반대 목소리 전하겠다... 공식 면담 요청"


더이상 쓸 수 있는 방법이 남지 않은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이 '입법거부권'을 행사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권교체 '뽕'에 취해 칠렐레 팔렐레 하고 있던 무능한 소수 야당의 말로가 참으로 씁쓸하다.


결국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처리되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법조계의 반대, 국민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수당의 폭력성을 앞세워 목적을 달성하고야 말 것이다. 지금의 행태가 국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사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저 눈앞에 놓인 알량한 이득에 눈이 멀어 민주주의를 팔아먹고 국민의 권익을 냉팽게 칠 뿐이다.


1980년대 전두환 대통령은 다수당의 앞도적 힘을 악용해 '법적 절차'를 준수하며 민중을 짓밟았다. 그시절 잔혹한 독재에 대항하여 몸을 내던졌던 '민주투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2022년 4월. 자칭 '민주투사'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죽여버렸는지,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매거진의 이전글 [월말정산] 말로 보는 정치 이슈 (3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