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아빠하고 나하고, 엄마하고 나하고

by 유자와 모과

- 아빠. 9월인데 너무 덥지 않아? 다시 여름이 돌아 왔나봐.

- 그래도 햇살이 따끈따끈해야 곡식이 잘 익어.



- 아빠는 수원으로 이사 오니 뭐가 제일 좋아?”

- 너희 집이랑 가까워서 좋고, 거실에 앉으면 하늘이 보여 좋다.


- 아빠, 그래도 그 부탁은 거절 했어야지.

- 너무 빡빡하게 살면 좋지 않아. 손해도 보고 서로 주고받고 하며 살다보면 오히려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오더라.



- 아빠는 산책할 때 무슨 생각해?

- 오리 보면 오리생각 꽃 보면 꽃 생각하지.



- 아빠, 주택연금은 인플레이션 방어가 안 되니까, 연금 받으면 10년짜리 적금 들고 나중에 그걸로 생활비에 보태면 돼

- 내가 80세까지는 살 수 있겠지? 그 이후는 상상이 안 되네.



- 엄마, 건강식품 그만 좀 집착해

- 너는 엄마가 오래 사는 게 싫으니?



엄마가 카톡으로 동영상 하나를 보내왔다.

제목은 ‘오래 살고 싶으면 이것을 절대 먹지 마시오.’

딱히 할 말이 없어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엄마 보고 싶어요.’

엄마에게 다시 카톡이 왔다.

‘무슨 일 있니?’



- 엄마. 전두엽을 발달시키려면 글을 써야 된대.

- 그래? 그럼 나도 컴퓨터로 글쓰기 연습 해야겠다.

한 달 후

- 엄마, 글은 좀 썼어?

- 엄마 바쁘다. 근데 노트북은 어떻게 끄니?



- 나 이제 고기 안 먹을거야. <육식의 종말> 책 읽고 나니 고기가 안 좋은걸 확실히 알겠어.

- 엄마, 고기 좋아하잖아. 끊기 힘들텐데.

- 할 수 있어. 그게 뭐 어렵다고.

한 달 후

- 엄마, 오리 훈제 굽고 있네. 고기 안 먹는다며.

- 가끔 고기도 먹어야 힘이 나지. 우린 노인이라 고기를 먹어 줘야 돼.



엄마 겉옷을 사러 갔다.

- 엄마, 엄마한테는 이 색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 그래? 엄마가 보는 눈이 좀 촌스럽잖니. 네가 더 잘 고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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