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병원에 갔습니다.

by 유자와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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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왼쪽 눈이 점점 침침해지는 것 같다고 하여 함께 병원에 갔다. 가는 김에 백내장 검사도 같이 하려고 유명하다는 안과를 찾아갔다. 대학병원에 온 건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정신없이 접수를 하고, 기다리고, 검사 하나 받고, 기다리고, 검사 하나 받고 기다리고를 반복했다. 몇 번의 검사를 거쳐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화면을 보면서 간결하게 대답했다.

“백내장이네요.”

엄마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기 원했지만,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나 역시 백내장에 대한 사전지식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의사는 왼쪽 뿐 아니라 오른쪽 눈도 진행되고 있으니 둘 다 수술을 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상담은 3분 만에 끝났다.


지인에게 병원 체험 사례를 듣긴 했다. 의사가 기계적이다, 진료시간이 짧다, 설명이 빠르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어라, 궁금한 게 있으면 간호사한테 물어봐라 등등. 지금까지 건강검진 외에는 병원 갈일이 거의 없었기에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와보니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간호사는 우리를 상담실로 데려 갔다. 그녀는 백내장 수술 진행 방법과 비용에 관한 내용을 순식간에 설명했고,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질문 몇 개를 던질 수 있었다. 진료를 마친 엄마는 밖을 나서며 말했다.


“혼자 왔으면 하나도 못 알아들었겠다. 너무 복잡하고 정신없네.”


엄마에게 말은 안했지만 나도 같은 심정이었다.

‘와. 어르신들이 병원 갈 때 자식이 함께 가면 좋다는 게 이래서였구나.’


아빠가 며칠간 변을 볼 때마다 피가 섞여 나와 외과에 모시고 간 적이 있다. 의사 선생님은 항문 검사를 한 후 모니터로 사진을 보며 말했다.


“치질이네요. 내치핵이 많이 부었어요.”


아빠는 원래 치질이 있었기에 출혈 원인이 항문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아빠는 피가 장에서 고여 있다가 또르르 떨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아빠가 아닌 나를 쳐다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아빠는 의사 선생님 바로 앞에 앉아 있었고 나는 구석 의자에 앉아 있던 상황이었다. 질문한 사람은 아빠고, 아빠가 환자인데 왜 나를 보고 설명 하지? 나는 얼른 일어나 아빠 옆에 서서 설명을 들었다. 치질 때문이 아닌 것 같다는 아빠 말은 무시되었다(결국 아빠 말이 맞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다니며 살펴보니 종종 의사와 간호사가 노인을 아기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모는 소외된 채 의사가 자녀에게 부모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노인이 되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한 간호사는 아빠에게 고집불통이라고 말하기도 했고(내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도), 엄마가 제대로 설명을 못 들어 다시 묻자 귀찮은 표정을 숨기지도 않고 대답하기도 했다. 청력이 약해진 노인에게 똑같은 대답을 반복해야 하니 짜증이 난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건 노화로 인한 결과이지 노인 잘못이 아니다.



아빠가 여름이건 겨울이건 밖에 나갈 때마다 선글라스를 챙기는 걸 보고 해가 그렇게 싫으냐고 물었다. 아빠는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눈이 불편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올해 나는 처음으로 낮에 산책을 할 때마다 선글라스를 쓰기 시작했다. 글쎄, 왠지 햇빛이 눈가에 직접 닿으면 불편한 기분이 든다.


잊고 살 때가 많지만 우리 모두는 언젠가 노인이 된다. 많은 경우 눈과 귀는 침침해지고 어깨와 허리는 굽어져 마음과는 달리 걸음걸이가 느려진다. 만성질환과는 친구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질병도 잦아진다. 노인은 의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간절하고 소중하다.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병원을 방문한 어르신을 존중히 대해주는 병원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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