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오리와 사랑에 빠졌어요.

by 유자와 모과

나 어릴 적 엄마는 교회 뒷마당에서 닭을 키웠다. 나는 가끔 모이를 주며 닭이 그걸 쪼아 먹는 걸 구경하고는 했다. 그 당시 엄마가 닭을 애지중지하며 키웠다는 사실을 어른이 되어 알게 되었다. 엄마는 변명하듯 말했다.


“볼일이 있어서 집을 비울 때마다 닭들이 밥을 잘 챙겨 먹을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너희들 밥걱정보다 닭 모이를 더 걱정했다니까. 닭들은 혼자서 못 챙겨 먹잖니.”


“와. 우리 엄마. 자식보다 닭을 더 사랑했네. 계모 맞아. 근데 그때 그 닭들은 다 어떻게 됐어?”


“다 잡아먹었지. 비위 약한 니 아빠가 그때 닭 잡고 한동안 닭고기를 못 드셨잖아.”


엄마는 닭에게 정을 흠뻑 준 후로 동물 키우는 걸 두려워한다. 정 주면 매일 신경 써야 돼서 큰일 난다고. 그런 엄마가 요즘 다시 사랑에 빠진 대상은 오리다. 엄마가 매일 운동 하러 가는 일월 호수에는 사시사철 귀여운 오리들이 동동 떠다닌다.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뿔논병아리, 물닭 등 다양하다.


“너희는 뭐 먹고 사니? 오늘은 먹을 게 좀 있니?”


엄마는 오리에게 말을 건다. 오리 새끼가 몇 마리인지 관찰한다. 힘내라고 응원도 한다. 나는 엄마에게 오리가 열심히 수초를 뜯어먹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날이 추워지면서 엄마의 근심이 시작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오리 발이 춥지는 않을지, 먹을 건 구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마침내 한겨울이 되어 저수지가 꽁꽁 얼어붙으면 염려는 극에 달한다.


“어머머. 물이 다 얼었네. 오리들은 다 어디 갔을까? 얼음 밑에서 못 나오고 있는 건 아니겠지? 다른 데로 날아갔겠지? 그치? 걔네 날 수 있지? 오리야. 오리야.”


엄마는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내내 오리만 찾는다. 함께 걷는 나는 안중에도 없다. 마침내 얼지 않은 호수 가장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오리를 발견하면 활짝 웃으며 말한다.


“여기 있네. 잘 살아 있구나. 배는 안고프니?”


엄마가 호수를 돌 때마다 오리가 춥지 않을지 하도 걱정을 하기에 오리 체온이 사람보다 훨씬 높아(과장을 좀 보탰다. 사실 나도 모른다) 인간만큼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해 주었다. 깃털이 물에 스며들지 않아 차가운 물 속에서도 몸을 보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엄마는 그제야 안심하는 듯하다. 그 뒤로 엄마는 호수 주변을 걸을 때마다 되묻는다.


“하림아, 오리가 사람보다 온도가 높으니 재네 안 춥겠지? 그치?”


아빠도 오리를 좋아한다. 아빠는 좀 더 침착한 편이라 엄마처럼 드러내놓고 티를 내지는 않는다. 담담한 어조로 어느 오리가 새끼를 낳았는지, 부모 오리가 새끼 훈련을 어떻게 시키는지 설명한다.


“저기 봐봐. 부모 오리가 아기 오리 주변을 따라다니는 거 보이지? 근처에서 지켜주고 있는 거야. 저번에는 엄마 오리가 먼저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는 시범을 보이니까 아기 오리들이 그걸 보고 따라하더라. 신기하지. 저기 오리들 사이에 백로 한 마리 보이지? 저 백로는 오리와 친구 인가봐. 항상 오리들과 같이 있어. 백로는 잠수를 못하나봐. 저 봐. 머리만 물속에 담그잖아. 그러면 잠수를 하던 오리들도 그걸 보고 머리만 물속에 쏙 집어넣는다니까. 귀엽기도 하지.”


아빠 핸드폰 사진첩에는 오리와 가마우지가 호수 위를 날아가는 사진, 새끼 오리들이 줄지어 떠 있는 사진, 오리가 물속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사진으로 가득하다. 오리에 푹 빠진 부모님과 운동하는 시간이 좋다. 엄마 아빠, 저랑 동생보다 오리를 더 생각하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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