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말이지

by 유자와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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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아. 아빠는 어렸을 때 강원도 속사리라는 산골 마을에 살았거든. 국민학생 때인가, 동네 형들이 꿩을 잡아 요리한 걸 몇 번 얻어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먹을 게 귀하니 얼마나 맛있었는지 몰라. 꿩은 새콤한 맛이 나거든. 꿩고기는 먹어봤니? 꿩만두 먹어봤다고? 그것도 맛있지.


너 찔레꽃 알지? 찔레꽃 열매가 있거든. 빨간 열매. 열매를 반 잘라 씨앗을 살살 긁어낸 다음에 그 안에 싸이나를 넣는 거야. 싸이나가 뭐냐고? 비누처럼 하얗게 생긴 건데, 아마 독극물 종류(청산가리)였을 거야. 그걸 빻아가지고 그 가루를 씨앗 안에 넣은 다음에 실로 칭칭 묶어서 나무에 다시 매달아 놓는 거야. 그럼 꿩이 열매를 따먹다 죽어버리는 거지. 그걸 언제 다 묶고 있냐고? 배가 고프면 다 하게 돼 있어.


동네 형들이 토끼 사냥도 많이 했어. 토끼는 꼭 다니는 길로 지난다고 해서 토끼가 가는 길을 유심히 봐 두었다가 거기에 올가미를 놓으면 토끼가 잡히는 거지. 그럼. 토끼 고기도 먹어봤지. 맛있냐고? 그때야 맛이 있든 없든 먹을 게 없으니 보이니 대로 다 잡아먹는 거지. 부잣집 빼고는 모두 보릿고개를 겪었으니까.

겨울에 식량이 떨어지면 봄에 감자 나오기 전까지는 풀이든 뭐든 다 뜯어먹는 거야. 풀죽을 쒀 먹었는데 넣을 쌀이 없으니 물로 배를 채우는 거나 마찬가지지. 개구리도 엄청 잡아먹었어. 알 품은 개구리들이 많았는데 나는 알이 싫어서 뒷다리만 먹었거든. 의외로 맛있어. 닭고기랑 비슷해. 너 안 먹어봤지?


여름에는 먹을 게 많아. 동네 형들이 상류에 올라가 싸이나를 물에 풀면 순식간에 고기들이 배를 뒤집고 둥둥 떠올라. 독약 먹고 다 죽은 거지. 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다들 먹을 게 없어 죽을 지경이니 환경 파괴 그런 거 생각이나 했겠어.


계곡에 물고기들이 엄청 많았거든. 그러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그물로 한가득 퍼가고 그랬다니깐. 고기에 독약이 스며들어 있으면 어떡하냐고? 창자나 내장은 다 빼고 먹었지만 그래도 독약이 묻어 있었겠지. 그때야 뭐 그런 거 신경 썼나.

가끔 어른들이 자동차 배터리를 등 뒤에 메고 막대기 두 개를 연결해서 전기를 통하게 한 다음에 물 속에 갖다 대기도 했어. 그럼 전기가 팡 통해서 뱀장어, 메기, 꺽지가 기절해서 떠오르거든. 신기하다고? 겨울에는 물이 차갑잖아. 커다란 쇠망치로 바위를 쿵 하고 두드리면 물고기가 기절해서 떠오르기도 해. 진동 때문에 고기들이 정신을 잃은 건지. 그렇게 해서 물고기 잡고 그랬어. 그때가 언제냐고? 내가 어릴 때니 1960년 초반이었을 거야. 바닷가 사람들은 살기가 그나마 나았다고 하더라. 조개 캐서 먹고 물고기 잡아먹고 그랬대.



며늘아기야, 시어미는 목포 앞바다 하의도라는 섬에서 자랐는데, 그땐 바다에서 고래도 보고 그랬어. 폭우가 온 다음날 학교 가다 보면 물이 넘쳐 도랑에 오도 가도 못하는 물고기들이 많았거든. 갑오징어, 민어, 복어가 바글바글하지. 그럼 돌멩이 하나 들고 복어 배를 박박 비비는 거야. 왜 돌멩이로 하냐고? 복어 배가 까칠해서 손으로 하면 다치거든. 복어는 위험을 느끼면 배를 막 부풀려.


동그란 복어를 신발이나 돌로 살살 문지르면 배는 점점 더 커지고. 충분히 부풀었다 싶으면 그때 발로 팍 밟는 거야. 왜 밟았냐고? 뻥 하고 터지는 소리 들으려고. 그때 친구들이랑 장난 많이 쳤지. 학교 가는 길이라 우선 물고기들을 흙에 파묻어 놓았다가 집에 올 때 다시 파서 가지고 오고 그랬어.


갑오징어는 집에 갖다 주면 엄마가 장에 가서 팔기도 하고. 지금이야 먹지 그때만 해도 바지락이나 고등어는 하도 흔해서 쳐다도 안 봤다니깐.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부지런만하면 반찬거리는 얼마든지 구해. 바다가 마트여 마트.


집에선 닭을 길렀거든. 닭 모이가 뭐였는지 아니? 매미야 매미. 아침에는 습기를 머금고 있어서 매미가 잘 못 날거든. 아침에 일어나 나무를 살펴보면 매달려 자고 있는 매미들이 많아. 그러면 막대기에 거미줄을 잔뜩 감아 매미 날개에 딱 붙이는 거지. 그때 매미 지겹도록 잡았다. 지금 하라면 못하지. 그땐 다 그러고 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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