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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Oct 18. 2023

26. 자갈치


대중을 사로잡는 후크송(hook song)이 있다. 특정 멜로디나 파트를 반복해서 딱 한번 들었을 뿐인데도 자꾸 귓가를 맴도는 노래들 말이다. 위키피디아 사전에서는 성공한 후크송이 되려면 네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한다. 세련된 리듬/비트의 반복, 따라 부르기 쉬운 반복부분의 멜로디와 가사, 곡 전체의 간결함, 짧은 곡 길이가 그것이다. 


이제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후크송 하나를 같이 불러보자.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귀여운 뚜루루뚜루 바닷속 뚜루루뚜루 아기 상어!’ 귀여운 아기 상어를 떠올리니 기분이 좋아진다. 핑크퐁에서 만든 동요 ‘상어가족’은 2020년 11월 유튜브 누적 조회수 1위를 찍었고, 2022년 1월 최초 100억뷰 돌파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이것이 바로 후크송의 힘이다.


 가요로 넘어오면 대중에게 후크송을 널리 알린 두 그룹이 있다. 원더걸스의 ‘Tell Me’와 소녀시대 ‘Gee’를 기억하시는지요. ‘텔 미 텔 미 테테테테테 텔미’ 후렴구에 맞춰 전 국민이 꼭지점 춤을 추었고, ‘지 지 지 지 베이비 베이베’ 가사에 맞춰 개다리 춤을 추었다. 


그러다 불현듯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가 유튜브에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떼를 지어 ‘오빤 강남스타일 오오오빤 강남스타일 강남스타일’을 어설프게 따라 부르며 말 춤을 추는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가히 강남 스타일의 시대였다. 싸이 스스로도 어리둥절할 만큼 ‘강남스타일은’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그로 인해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졌다.

 

 그리고 ‘문어의 꿈’이 있다. 2021년 가수 안예은이 발표한 곡인데, 처음 이 곡을 듣자마자 가사와 멜로디에 폭 빠져버렸다.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나는 문어 잠을 자는 문어/ 잠에 드는 순간 여행이 시작되는 거야’ ‘문어의 꿈’은 후크송은 아니지만 한번 들으면 자꾸 자꾸 생각나는 곡이다. 조카 하율이도 따라 부르는 걸 보면 확실하다. 주인공이 문어라 그런 건지 재미있는 가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곡이다. 물론 나와 남편도 때때로 ‘야 아아아 아아 야 아아아 아아’ 후렴구를 합창한다. 


 1983년 농심에서 나온 자갈치는 주인공이 문어다. 맛도 모양도 문어라고 명확하게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왜 과자 이름이 문어가 아니고 자갈치인가? 찾아보니 부산 자갈치 시장을 따온 것이라 한다. 온갖 해산물을 파는 자갈치 시장이니 당연히 문어도 있겠지. 자갈치는 내 친구 은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다. 그전까지는 자갈치는 얘들이나 먹는 과자라고 생각했다(새우깡은 어른이 먹는 과자다). 그러다 은진이가 좋아해 덩달아 먹기 시작했는데, 어라? 생각보다 맛있네? 먹다보니 이제는 나도 좋아하는 과자가 되었다. 


자갈치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갈치는 문어 모양보다는 꼴뚜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어가 0.11% 들어 있다고 하지만 문어 맛은 전혀 나지 않는다. 원재료명을 살펴보니 맨 마지막에 군어육조미분말과 합성향료가 적혀있다.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나긴 하지만 절대로 문어 맛은 아니다.


 문어는 똑똑하고 지능이 높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단기와 장기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학습 능력도 있다. 문어마다 장난기가 있거나 수줍음이 많다거나 하는 등 각자만의 확실한 성격을 보인다고도 한다. 문어는 꿈을 꾸는 동안 몸의 색도 바뀐다. 한 해양학자가 문어와 1년 동안 교류한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보고 나면 문어를 먹는 행위가 꺼려 질지도 모른다. 그럴 때 우리에겐 맛도 모양도 문어인 자갈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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