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 눈에 이상이 생겼다

by 유자와 모과

“하림아, 엄마가 아무래도 눈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현관문을 열고 부모님 댁에 들어서자마자 엄마가 말한다.

수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어제 오후에 갑자기 눈에서 벼락이 번쩍 번쩍 치는거야.

2년 전에도 한번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오른쪽에 비문증이 생겼는데

이번에는 왼쪽 눈이 그렇네.

네이버에 찾아보니 이걸 광시증이라고 한대.

지금은 괜찮아졌는데,

망막 박리 현상이라고 빨리 병원에 가라고 적혀 있어서.

블로그 글 쓴 병원에 전화해서 문의도 해봤는데 광시증이 맞다고 하네.”


광시증? 망막 박리?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둘 다 무시무시한 느낌이다.

작년에 엄마는 백내장 진단을 받았지만

시력이 나쁘지 않아 지금까지 그냥 놔뒀다.

내년에 수술을 하려고 계획했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다음 달에 엄마는 손목 골절로 심어놓은 핀을 다시 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만약 눈 수술을 먼저 받는다면 손목 수술은 몇 달 후로 미뤄야 할 거다.

엄마는 핀을 빼는 수술을 해야 할지 눈부터 해결해야 할지

힘들게 고민하다 눈을 선택한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 후 점심을 먹고 얼른 집으로 돌아온다.

마음이 급하다.


광시증과 망막 박리 증상에 대해 찾아본다.

엄마 말이 맞다. 눈에 번개가 친 느낌이거나 시야를 커튼이 가리는 느낌이 든다면 망막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나 건강 이상으로 잠시 생기는 경우도 많다.

망막 박리 판정을 받는 비율은 15% 라고 한다.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등 눈에 관련된 질병 글을 모조리 읽어본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몇 주 전 친구 어머님이 백내장 수술을 한 병원에 대해 물어본다.

여의도 성모 병원에서 했는데 눈 관련해서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준다.

수술도 잘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언니에게 전화를 건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친구인지라 언니는 작년에 백내장 수술을 했다.

영등포 김안과에서 했다고 한다.

성모병원도 방문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고 정신이 없어서 김안과로 바꿨다고 한다.

김안과는 개인병원이지만 시력 전문이고 역사도 오래되어 여의도 성모만큼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그 친구 어머님도 영등포 김안과에서 했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졌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김안과가 좋겠다고 말한다.

병원이 전화 연결이 계속 되지 않아 카톡으로 친구 추가를 한 후 예약을 했다.

오후가 다 갔다.

진이 빠진다.

책 읽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

저녁 무렵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하림아, 서울 사는 엄마 친구에게 전화해 봤는데

친구 지인이 김안과에서 눈 수술하고 결과가 안 좋아서 고생 많이 했대.

친구가 성모병원에서 하는 게 나을 거 같다는데?”


짜증이 솟구친다.

오후 내내 병원 알아보고 고민해서 결정했는데

친구 한마디에 병원을 바꾼다고?

김안과가 얼마나 좋은 병원인데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러냐고 소리친다.

하지만 별 수 있나.

이미 안 좋은 말을 들었으니 병원을 바꾸고 싶을 거다.

여의도 성모병원은 훨씬 복잡하고 기다리는 시간도 많을 거라고,

엄마가 선택한 거니 불평하지 말고 의사 말 잘 따르라고 차갑게 대꾸한다.

예약한 걸 취소하고 다시 성모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새로 예약을 시도한다.


자꾸 화가 난다.

이 분노는 어디서 오는 걸까?


앞으로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다녀야 하는 날들이 버거워서일까?

백내장이나 망막 관련 수술을 받으면 몇 주 동안은 자주 병원에 가야 한다.

엄마를 모시고 병원을 오가는 날은 글쓰기도, 운동도, 책읽기도 하기 어려울 거다.

엄마 눈에 큰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끊임없이 든다.

만약 엄마가 시력을 잃게 되면 남은 생을 어떻게 적응하시지? 극단적인 생각도 밀려온다.

걱정을 떨치려 청소를 하고 책을 읽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수술 당일 날은 어떻게 집에 오지?

서울까지 차를 끌고 갈 용기는 나지 않는다.

택시비를 계산해보니 35000원이 나온다.

백내장 수술만 한다면 오른쪽 왼쪽 두 번에 걸쳐 해야 하니 택시비만 7만원이다.


일 년에 한 번 탈까 말까한 택시인데.

나이가 들수록 돈이 필요하다는 말은 진실이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몸의 노화를 막을 수는 없고

치료를 받으려면 돈이 든다.

하다못해 택시비라도 든다.


엄마는 그나마 수원에 살아 지하철을 탈 수 있지만

지방사는 사람의 상황은 이보다 더 어렵다.

서울 유명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병원 근처에 숙소를 구해 방값을 지불하며 치료를 받는다.

매번 서울에 올라오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을 환자 촌이라 부른다고 한다.


병원 방문은 다음 주다.

일주일 동안 초조해 하며 기다릴 걸 생각하면 울고 싶다.

부모님이 아플 때마다 마음 컨트롤이 잘 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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