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어디서 났어?”
“팀장님이 주셨어.”
“아파서 오늘 연습 못 오신다며?”
“연습실 앞에 놓고 가셨어.”
올 여름, 남편은 회사에서 새로 신설된 밴드 동아리에 들어갔다.
우선 일렉기타, 통기타, 베이스기타, 보컬이 모였고 드럼과 키보드는 지원자가 없었다.
(드러머는 들어왔지만 키보드 칠 사람은 없어서 나중에 객원 연주자 자격으로 내가 합류했다)
일렉을 맡은 분은 다른 팀 팀장이었다.
남편은 종종 말했다.
팀장님이 멤버들에게 자꾸 밥을 산다고.
한번쯤은 자기가 사려고 해도 매번 사주신다고.
팀장님이 독감에 걸려 출근을 못한 날이 있었는데 그날이 마침 밴드 연습날이었다.
팀장님은 연습에 빠져 미안하다며 치킨 네 마리를 포장해서 끝나는 시간에 맞춰 연습실 앞에 두고 가셨다.
치킨 네 마리...
그분은 주는 사람, 기버였다.
애덤 그랜트는 <기브 앤 테이크> 라는 책에서 사람을 세 분류로 구분한다.
기버(Giver), 테이커(Taker), 매처(Matcher)
기버는 베푸는 사람이다.
테이커는 빼앗는 사람이다.
매처는 받은 만큼 주는 사람이다.
며칠 전 밴드 연습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팀장님이 멤버들에게 말했다.
연말이라 준비했다고.
그는 산타 아저씨처럼 우리에게 케이크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내겐 10년 동안 함께 한 단짝 친구가 있다.
그 언니와 나는 나이 차이가 꽤 있지만 금세 친해졌다.
취향이 비슷했다.
좋아하는 공통 분야가 네 개나 겹쳤다!!!
친한 친구가 몇 명 없는 내게 이건 기적과도 같은 인연이다.
그러니 만나면 얼마나 즐겁겠는가.
다양한 주제를 돌아가며 얘기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 언니 역시 주는 사람이었다.
만날 때마다 자꾸 자꾸 뭔가를 준다.
그동안 언니에게 받은 사랑을 셀 수가 없다.
엊그제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가방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야채 스프를 만들었는데 한 번 먹어보라고.
베이글과 함께 먹으라면서 빵까지 챙겨왔다.
야채스프 안에는 샐러리, 감자, 애호박, 양파, 토마토, 파프리카, 양배추, 브로컬리가 들어 있었다.
언니는 문자 그대로 청담동 사모님이다.
부자이지만 소박하고, 베푸는 게 습관이 된 언니를 보며 많이 배운다.
내 주변에는 베푸는 사람이 많다.
부모님과 남편을 비롯하여 나와 가까운 지인들은 모두 기버다.
그들 덕분에 나는 복을 누리며 산다.
기버에게는 향기가 난다.
기버와 가까이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향기가 스며든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기버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