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뭐할까?”
“업사이드다운 파인애플 케이크 구워줘”
“그게 뭔데?”
“왜 영화에서 보면 미국 사람들이 남의 집 갈 때 만들어 가는 케이크 있잖아.”
눈이 소복소복 내린 성탄절이다.
20대 후반, 크리스마스 메뉴만 파는 레스토랑에 방문한 이후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하얀 눈을 맞으며 아침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이 행복하다.
예배가 끝나고 남편은 레시피를 검색한 후 케이크를 구웠다.
레시피는 간단하다.
통조림 파인애플을 원형 틀 바닥에 깐다.
버터, 강력분, 우유, 바닐라 익스트렉트, 베이킹 파우더, 설탕, 아몬드가루, 레몬즙, 달걀을 골고루 섞는다.
반죽을 파인애플 위에 붓는다.
180도에 55분 굽는다.
틀을 꺼내 망에 뒤집은 후 식힌다.
끝.
케이크를 한 조각 맛본다.
와, 생각보다 훨씬 맛있는데.
계란빵처럼 부드럽고 파인애플이 있어서 상큼하네.
안되겠어. 우리끼리 먹긴 너무 아까워.
빵 만드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다.
못생기고 탄 빵은 꾸역꾸역 혼자 다 먹지만
예쁘고 맛있게 구워진 빵은 혼자 먹기 아깝다.
다른 사람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솟아난다.
볼테르의 <캉디드> 마지막 부분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러자 마르텡이 말했다.
“추론을 그만두고 일합시다. 일을 하는 것만이 삶을 견딜만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 작은 모임의 구성원 모두는 이런 칭찬할 만한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각자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작은 땅에서 많은 수확을 내게 되었다. 사실 퀘네공드는 몹시 못생겼지만 훌륭하게 빵과 과자를 구워낼 줄 알았다.’
남편은 그림도 잘 그리고 빵도 훌륭하게 굽는다.
게다가 내 눈에는 참 멋지게 생겼다.
삶을 견딜만하게 만드는 방법은 일이 아니라 창조하는 데 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건 흐뭇한 일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케이크를 조심히 잘라 포장한다.
옆 동에 사는 남편 직장 동료에게 케이크 한 조각과 머핀 2개를 갖다 준다.
경비실에는 먹기 편하도록 머핀 4개를 갖다 준다.
조카들에게 가져다 줄 케이크 두 조각을 포장하니 케이크가 몽땅 사라졌다.
만드는 건 오래 걸리지만 없어지는 건 금방이다.
자기야. 우리 먹을 게 없네. 한 판 더 구워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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