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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초콜렛과 와인을 이길 수 있겠니?

by 유자와 모과
로이스초콜렛.jpg


일본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초콜렛을 선물로 주었다.

로이스 생 초콜렛 말차 맛이다.

실컷 담소를 나누고 집에 오니 밤 11시.

남편은 이미 침대에 누웠다.


재빨리 씻고 자려고 하는데 초콜렛이 마음에 걸린다.

입에서 살살 녹을텐데.

딱 하나만 먹어볼까.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입안으로 가져간다.

살살 녹는다.


하나 가지고는 안되겠는걸.

냉장고에서 와인을 꺼내 따른다.

아참, 나 목감기 걸렸지.

술 마시면 안 될텐데.

이미 늦었다.


밖에는 보슬보슬 눈이 내리고 와인은 부드럽게 넘어간다.

초콜렛은 말해 무엇하리.

남편을 깨워 함께 먹고 싶지만 그는 이미 꿈나라로 입국했다.

와인 한 잔에 초콜렛 7조각이 사라진다.


마스다 미리의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행복한 수다>에서 친구들은 식사를 하며 이런 대화를 나눈다.

“역시 맛있는 것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해.”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것은?”

“뭐라고 대답하는 남자가 멋있을 것 같아?”

“생맥주.”

“나는 ‘카레’일 듯.”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먹는 건 아무 상관없을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을 만나고 전화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을테니(너무 진지한 대답인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지수가 급격히 올라가는 타입이라 먹는 것에 관심이 많긴 하다.

다른 건 절제를 잘하는 데 음식 앞에서는 마음이 약해진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침대에 눕는다.

만족스러운 디저트 타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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