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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운 좋은 사람

by 유자와 모과


“팀 회식 때 뽑기 했는데 1등 당첨됐어.”

“진짜? 상품이 뭔데?”

“에어팟 프로”

“너 아이폰도 아니잖아.”


지난 주 남편 팀에서 송년회가 있었다.

남편은 평소 자잘한 운이 많은 사람이다.

천 원짜리 과자, 오 천원짜리 쿠폰에 잘 당첨된다.

간혹 만 원짜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팀에서 야유회 추첨을 하건, 사다리 타기를 하건 만 원 이상 상품에 당첨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남편이 쿠폰을 보내줄 때마다 자잘한 운이라도 있어 얼마나 감사하냐고 말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렇게 큰 행운이 데굴데굴 들어오다니.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구먼.


총무를 맡은 직원은 남편에게 아직 제품을 사지 않았으니 30만원 상당의 다른 제품을 골라도 된다고 말했다.

남편과 나는 머리를 맞대고 무얼 살까 고민했지만 필요한 게 하나도 없다.


“내년에 일렉 기타 배운다며. 연습용으로 미리 사놓을까?”

“3월은 되야 시작할건데.”

“어차피 그때 되면 사야 되잖아. 창고에 보관해 놓자”


그렇게 해서 귀여운 일렉 기타가 집으로 배달되었다.

운 좋은 남편은 기타를 품에 안고 활짝 웃었다.


<소설가의 귓속말>에서 이승우는 말한다.


‘‘시간과 체력과 돈과 인내’라는 목록은 철저한 자기 관리를 요구하지만, 동시에 철저한 자기 관리만으로 달성되지 않는 영역에 닿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행운이라고도 하고 은혜라고도 불리는 자리이다.’

한 해를 돌아보니 매 순간 순간이 행운이었고 은혜였다.

양가 부모님이 다치셔서 마음 졸였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로 인해 인생이 내 힘과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고 낮아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 감사하다.

내년에 내게 찾아올 수많은 행운도 기대된다.

행운을 놓치지 않도록 매일을 성실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해 본다.

2023년 잘가.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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