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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인플루언서 친구가 되면 공짜 밥이 생긴다

by 유자와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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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해 있는 밴드 보컬이 블로그를 한다.

보컬에 걸맞게 얼굴도 잘생겼다.

밴드 회장이기도 하다.


회장님이 자기도 책을 좋아해 블로그에 리뷰를 많이 올렸다고 하길래 어떤가 하고 봤는데 블로그가 제법 크다.

협찬 받아 식당을 방문하거나 상품 리뷰를 쓴 글도 꽤 있다.

물어보니 연락 오는 업체들이 많다고 한다.

그 중에서 괜찮은 것만 선택한단다.

이벤트 사이트에서 가고 싶은 식당을 직접 고르기도 한다.

와, 신기하네. 나중에 우리도 데리고 가줘요.


일처리가 빠른 회장님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톡 방에 섭외한 음식점 공지를 올렸다.

그날 다른 약속이 있어 나와 드러머 한명은 참석을 못했다.

아쉽다고 하자 회장님은 며칠 뒤 회사 근처이자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고깃집을 섭외했다.

뭐야? 완전 능력자네.


회장님과 드러머, 그리고 나까지 세 명이 평일 낮 12시 고깃집에 앉아 고기를 구웠다.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식당에서는 고기를 종류별로 내어 주었고 버터밥과 라면까지 서비스로 주었다.

와. 이게 다 공짜라고?

회장님은 입구부터 사진을 착착 찍어 나갔다.

빠르고 정확했다.

전문가다운 모습이었다.


“근데 만약 음식을 먹었는데 맛없으면 블로그에 어떻게 적어요?”

“그럴 땐 ‘지나가는 길에 보이면 들릴 만하다’, 이런 식으로 적으면 되요. 맛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맛있다고도 절대 말하지 않는 거죠.”


다행이 이곳은 동네에서 인기 있는 고깃집이었다.

고기도 좋았지만 김치찌개에서 깊은 맛이 느껴졌다.

잊고 있던 서대문 한옥 김치찜이 떠올랐다.


회장님은 포스팅 하나 작성하는 데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퇴근하면 아이를 돌보고 아이가 잠들면 포스팅을 한다.

원래는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꾸준히 글을 올리던 어느 날 동료 한명이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협찬 받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는 생각했다. ‘어? 나도 블로그 있는데.’


예전에 나도 블로그로 뭐라도 해볼까 싶어 애드센스까지 받았지만 결국 망설이다 포기했다.

맛있는 점심을 대접받으니 그때 한번 시도라도 해볼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쓴 글로 누군가의 배를 든든히 채워 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협찬받아 글쓰는 블로거들을 좋지 않게 여긴 적도 있다.

어차피 광고 아냐?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나는 그들 덕분에 쉽게 정보를 얻는다.

식당을 찾거나 여행지를 고를 때 블로그를 참조하는 경우가 많다.

블로그 글을 통해 필요한 정보들을 얻게 된다.

갈지 말지 선택은 나의 몫이다.


회장님은 지인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기분 좋고 지인들은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아 기분 좋다.

사장님은 식당을 홍보해 기분 좋고 소비자는 맛집을 알게 되어 기분 좋다.


이 글을 쓰는데 총 2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세 번에 걸쳐 글을 더하고 수정했다.

회장님에 비하면 효율성이 극히 떨어지지만, 꾸준히 글을 써서 지인들 마음 한 구석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시집 한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 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멀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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