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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Feb 26. 2024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늦어도 괜찮다

창조 활동은 빨리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특히 몸의 일부를 사용하여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과 무용 분야는 어릴 때 시작하는 게 유리합니다.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운 사람과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처음 접한 사람은 손가락이 기억하는 감각이 달라 학습 속도도 달라집니다. 

몸 속 뼈가 자리 잡기 전 말랑말랑한 상태일 때 배운 무용과 골격이 갖춰진 성인이 시작하는 무용은 차원이 다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어린 시절을 놓쳤습니다. 

이제야 창작이란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니 현실에 맞춰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20살에 발레를 처음 시작한 이원국 발레리노를 아시나요?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농구, 수영, 축구, 보디빌딩, 피아노, 서예 등 아들이 조금이라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권했지요. 

그는 삼 일만 지나면 싫증을 냈습니다. 

발레도 엄마 제안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의의로 흥미가 생겨 잘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는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보통 발레는 뼈가 굳기 전인 초등학교 입학 전에 시작합니다. 

성인이 다 되어 하겠다고 나섰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상태였습니다. 


이원국은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가 수능을 치른 후 22살에 무용학과에 입학합니다. 

그는 대학생 때 국립발레단 무대에서 주역을 맡았고 졸업과 동시에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습니다. 그

가 얼마나 무용에 몰두하였을지 상상이 되시지요? 

이원국은 2년 후 국립발레단 수석단원으로 뽑혀 주역 무용수를 맡았습니다.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2004년 이원국 발레단을 창립해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2023년 암 투병 후 56세에 무대에 복귀한 최고령 발레리노이기도 합니다. 

이원국은 지나가버린 인생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발레에 임했고 몸을 단련시켰습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책을 쓴 요나스 요나손 작가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천 만부 이상 팔린 이 소설은 그가 마흔 여섯 살에 처음 쓴 소설입니다. 원래 요나손은 미디어 회사 사장이었습니다. 

평소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심한 스트레스가 건강을 망치고 있다는 의사 말을 들은 후 회사를 매각합니다. 

그리고 회사 일을 하며 틈틈이 구상해 왔던 소설을 집필하게 된 것이지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습니다. 

그녀는 70살이 넘자 관절염이 심해져 바느질이나 자수를 하기 어려워 졌습니다. 

딸은 소일거리라도 하라며 엄마에게 화구를 사다 줍니다. 

그녀는 75세에 처음으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가 그린 따뜻한 풍경은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모지스는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에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100세 생일에는 뉴욕시에서 ‘모지스 할머니의 날’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녀는 1600여 점의 그림을 남겼습니다. 

100세 넘어 그린 작품도 250점입니다. 

92세에 쓴 <내 삶의 역사>라는 자서전에서 모지스는 말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늦은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한 사바타 도요도 빠트릴 수 없겠군요. 

그녀의 취미는 일본 무용이었습니다. 

아흔 살이 넘자 허리가 아파 춤을 출 수 없게 됩니다. 

아들은 낙담해 하는 어머니에게 시를 써보는 건 어떠냐고 권했고 그녀는 쓰기 시작했습니다. 

도요는 98세에 장례비로 모아 둔 돈을 털어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판했습니다. 

이 시집은 160만부가 팔렸습니다. 

시인은 창작을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 머뭇거리는 우리에게 주눅 들지 말라고 합니다. 

있는 힘껏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격려를 덧붙입니다. 

‘자, 일어서서/다시 해보는 거야/후회를/남기지 않기 위해/’(너에게 1 중에서)


 창조 활동에 늦은 시기란 없습니다. 

몇몇 성공한 분들의 예시를 들었을 뿐이지만 현실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늦은 나이에 창작을 시작합니다. 

당신 주변에 그런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고요? 

그렇다면 당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저는 30살부터 틈틈이 글을 썼습니다. 

그 글을 모아 책을 출판하려는 계획은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작가가 되길 바랐지만 지금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했지요. 

35살 때 작성한 5년 뒤 목표 중 하나가 책 출판하기였는데요. 

장기 목표는 원대하게 잡는 편이라 목표를 적으면서도 45살쯤 돼야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10년 간 글쓰기를 연습하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썼습니다. 

‘어차피 이미 늦었는데 좀 더 늦어지면 어때’ 라고 생각하니 글이 안 써져도 괴롭지 않았습니다. 

글이 잘 안 풀리면 다른 주제를 쓰면 됩니다. 

그것도 안 되면 잠시 글쓰기를 멈추고 다른 일에 몰두하면 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는 마음에 부담을 주기 싫었습니다. 


좋은 문장을 만들려 노력하고 거친 문장을 다듬으며 기초를 닦는 학습의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문장이 조금씩 나아지고 엉성한 문장이 튼튼해질 때 기쁨을 느꼈습니다.

 ‘시간은 많아. 조급해 하지 말자.’ 스스로를 다독이며 제 속도에 맞춰 글을 쓰다 보니 마흔이 되기  첫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창조 활동에서 기쁨을 얻는 데 중점을 두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창조성은 내가 창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발현됩니다. 

내 안의 창의성은 잠재된 상태이기 때문에 스스로 발견해야 합니다. 

모지스 할머니와 도요 할머니는 뭔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라는 관념에 갇히지 않았습니다. 

용기를 내어 붓과 펜을 들었기에 아름다운 작품을 창조할 수 있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것이 두렵다고요? 

지나간 세월을 만회하려면 더 노력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어쩌면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맛보았기에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겁날 게 없습니다. 


몸을 일으켜 마음의 창조성을 깨우세요. 

내가 이제부터 너를 좀 사용할 테니 협조해 달라고 부탁하세요. 

오랜 시간 잠들어 있었던 창조성이 몸을 풀고 활동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세요.

출발이 늦었다면 서둘러 달려가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창조성이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준비운동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선긋기부터, 무용을 하고 싶다면 스트레칭부터 시작합니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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