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자와 모과 Mar 04. 2024

즉시 실행해보기

수년 전 경제 유튜브를 시청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튜브를 한다면 꾸준히 올릴만한 소재는 뭐가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평소 독서를 많이 하니 책을 소개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생각난 김에 영상을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영상을 찍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검색하니 삼각대와 마이크만 갖추면 되겠더라고요. 


삼각대는 부모님 집에 있던 걸 가져왔습니다. 

마이크는 사야 했습니다. 

남편은 제게 딱 맞는 마이크를 찾기 위해 블로그와 유튜브 영상을 보며 각종 브랜드 성능을 분석했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처음 가졌던 용기와 의욕이 사라져 가더군요.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그냥 가장 저렴한 걸로 주문해줘. 지금 당장 주문 안하면 영상 안 찍을거야.” 


제 마이크는 만 원짜리입니다. 마음에 쏙 듭니다. 

마이크를 알아본다며 좀 더 시간을 끌었다면 마음이 시들해졌을지 모릅니다. 

비싼 마이크를 구입했다면 유튜브를 그만하고 싶을 때 투자한 초기 비용 때문에 부담을 느껴 억지로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곧 마이크가 도착했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하는 데 지불한 총 비용이 만 원이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영상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 영상을 제작 해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추천 책 원고 작성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다른 글을 쓸 시간이 줄어듭니다. 

유튜브가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라 정확한 단어로 문장을 구성하고 책의 논지를 잘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깁니다. 

촬영하다 발음이 틀리면 그 부분을 삭제하거나 처음부터 다시 녹화해야 하는 수고도 큽니다. 

마음에 드는 썸네일을 만들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상상만 하던 것과 실제는 다르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만들어 보았기에 유튜브라는 공간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언젠가는 제 글을 알릴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너무 신중합니다. 

평소에는 대충대충 살아갑니다. 

뭘 좀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봅니다. 

덤벙대던 사람도 꼼꼼해집니다. 


저는 예전부터 그림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검은색 앞치마를 걸치 홍대 거리를 활보하는 미대생이 부러웠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그림 작가 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께 여쭤보았죠. 

“저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요.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 

그분이 대답했습니다. 

“주변 사물을 보이는 대로 그려보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아. 그냥 그리면 되는구나. 

그림을 그리려면 뭔가 어렵고 복잡한 단계가 있을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연필과 노트를 꺼내 주변 사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컵도 그리고 책상도 그렸습니다. 

핸드폰도 그리고 볼펜도 그렸습니다. 그리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게 어떤 의미인지요. 


지금 제 앞에 놓인 나무 의자를 그리려고 합니다. 

대충 보기에는 의자 다리가 똑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펜을 들고 의자를 보이는 대로 그려보면 네 개의 다리 길이가 제각기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사물을 자세히 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남편이 그러더군요. 

가끔 지인들이 카페에 앉아 주변 풍경을 스케치하고 색을 입힐 정도의 그림만 그리면 좋겠다고 얘기한답니다.

남편은 그 정도는 삼 개월만 집중적으로 연습하면 할 수 있다고 대답해 줍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리고 싶다는 말 뿐입니다. 

어떤 펜이 필요할까? 물감은 어디 브랜드가 좋을까? 스케치북은 몇 그램짜리를 써야 할까? 내가 원하는 강좌가 있을까? 

생각이 많다 보면 그리고 싶던 열정은 사그라져 갑니다. 

화가가 되고 싶다면 집에 굴러다니는 빈 종이 한 장을 펼치세요. 

연필을 들고 집 안에 있는 사물을 모조리 그려보세요. 

드로잉이 엉망진창이어도 개의치 마세요. 어차피 볼 사람도 없는걸요.

 

 영화 <귀를 기울이면>의 주인공 시즈쿠는 중학생 소녀입니다. 

시즈쿠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세이지와 친구가 되는데요. 

세이지는 중학교를 졸업하면 바이올린 만드는 장인이 되기 위해 유학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세이지는 진로의 확신을 위해 바이올린 제작 과정을 경험해 보겠다며 두 달간 이탈리아로 떠납니다. 


세이지에게 자극 받은 시즈쿠도 글쓰기에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시즈쿠는 학교 시험공부도 제쳐두고 밤낮으로 장편 소설을 쓰는데 몰두합니다. 

시즈쿠는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야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녀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두 주인공이 창작에 대해 막연하게 상상하지 않고 직접 창작을 해봄으로써 자신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말 그것을 원하는지 스스로 깨달아 가는 걸 보며 이 영화가 창작 세계를 잘 표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작을 거창하게 생각하면 시작도 거창해야 될 것 같아 오히려 주저하게 됩니다. 우물쭈물 하다보면 간신히 끌어 모은 자신감이 사라집니다.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나 때로는 무작정 시도해보는 게 최고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창조를 시작하기 전 수많은 상상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런 방식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게 정말 가능할까?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생각만으로는 뭔가 그럴듯한 게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럴 땐 그 상상력을 그림이든 글이든 음악이든 조각이든 몸짓이듯 실제로 표현해 보세요.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인지 한낱 뜬구름인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뜬구름이라면 버리면 됩니다. 

의외로 괜찮다면 거기서부터 구체화시키면 됩니다. 


중요한 건 머릿속으로 계획만 세우고 있다가는 뜬구름이고 뭐고 다 사라져 버린다는 거죠. 

예술가는 다른 사람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동안 춤을 추고, 점토를 빚고, 글을 쓰고, 멜로디를 작곡하고, 실험을 합니다.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창작을 도전해 보세요. 

이전 05화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늦어도 괜찮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