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자와 모과 Mar 11. 2024

모방하고 반복하며 자신만의 창작품 만들기

피카소 그림은 초등학생도 그릴 수 있을 만큼 쉬워 보입니다. 

뭐야. 저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 싶은 작품도 있지요. 

피카소는 11살 때 이미 정밀한 소묘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피카소는 어릴 때부터 재능이 있었지만 그의 배움은 평생에 걸쳐 계속되었습니다. 


1901년 피카소는 화상이었던 볼라르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요. 

화랑은 다양한 화가의 화풍을 모방한 작품으로 가득 찼다고 합니다. 

피카소는 기존의 전통적인 양식을 먼저 흡수하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으로 발전시켜 나간 것이지요. 


 모든 창조는 모방에서부터 옵니다. 

<전도서> 1장에서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기록하고 있듯 인간이 만든 모든 작품은 이미 있던 것을 토대로 발전했습니다.

인간이 만든 최초의 창작은 자연을 모방한 것이었겠지요. 

인간의 창작물 중 모방 없이 이루어진 작품이 있을까요? 

모방은 창작을 낳고 창작은 또 다른 모방을 낳습니다. 

창작과 모방이 서로 맞물려 예술 세계가 형성되고 작품이 탄생합니다. 

창조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관찰하며 조금씩 자신만의 세계를 더해 가면서 이루어집니다. 


 태어날 때부터 영재라 불리던 창작자들도 모방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작곡가 바흐는 당대의 모든 음악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바흐는 놀라운 독창성과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는 작곡 실력이 있었습니다. 

이미 범접할 수 없는 재능을 가졌지만 그는 열정적으로 다른 이들의 작품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숀버그가 쓴 <위대한 작곡가들의 삶>에 따르면 바흐는 ‘새로운 음악을 들으러 갈 수만 있다면 어디든 달려갔고, 직접 듣지 못할 때는 언제나 악보를 읽었다’고 합니다. 

그는 ‘비발디의 작품들을 모방하고 필사했을 뿐만 아니라 비발디의 협주곡 양식을 자신의 협주곡에 그대로 옮겨’ 심었습니다. 

바흐는 평생 주변의 음악적 자원을 끊임없이 배우고 흡수해 자신만의 것으로 변형시켰습니다. 


 천재라 불리는 이들도 더 나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배웁니다. 

모방은 다른 이들이 어떻게 작품 활동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평소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의 작품부터 찾아보면 됩니다. 

글을 쓰고 싶으세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문장을 필사해 보세요.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모국어인 한글로 글을 쓸 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자음과 모음 40자가 주어집니다.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단어를 만들고 이 단어를 직조하여 문장을 쌓아 올리는 방식은 수 만 가지입니다. 

어떤 작품은 치밀하고 우아합니다. 

어떤 작품은 구멍이 숭숭 나고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건 나중 문제입니다. 

우선은 자음과 모음을 합쳐 가방, 나무, 사과 등 단어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단어와 단어를 어떻게 엮는지, 문장의 기본 형태는 어떠한지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기본 규칙을 알아야 그 틀을 깰 수도 있습니다. 

기본을 익히고 나면 흰 바탕에 화려한 색을 넣든 수를 놓든 마음대로 활용 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었습니다. 

긴 글은 어떻게 구성하는지, 뼈대는 어떻게 세우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말 문법에 관한 책을 보며 바른 문장 쓰기를 연습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수필과 시를 필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게 글을 잘 쓰는 데 정말 도움이 되냐고요? 

저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글쓰기도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소설, 시, 에세이, 비평, 대본. 기본 양식을 알면 대략적이라도 내가 어떤 분야와 잘 맞을지 혹은 도전해 볼만한지 느낌이 옵니다. 

실낱같은 희망이 드는 분야가 하나라도 있다면 시작해 보는 거죠.


 반복 연습도 중요합니다. 

반복을 함으로서 엉성함이 정교함으로 바뀌어 갑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과 네 개가 있습니다.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 애플의 사과입니다. 


세잔은 르네상스 이래로 서양화를 지배하던 원근법 규칙을 깨뜨린 화가였습니다. 

세잔이 그린 그림에는 사과가 종종 등장합니다. 

그는 평면적 구도에서 입체감을 주기 위해 둥근 과일에 주목했습니다. 

그 중 오래두어도 잘 썩지 않는 사과를 선택했습니다. 


세잔은 사과 위치를 신중하게 배치한 후 다양한 색체 변화를 주어 깊이를 표현했습니다. 

세잔의 사과들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도 개별적으로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흔하디흔한 사과 한 알을 그리기 위해 세잔은 몇 번이나 붓을 들었을까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누구의 사과도 아닌 ‘세잔의 사과’가 탄생한 것이지요. 


 남편은 틈틈이 주변 사물을 그립니다. 

그림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눈앞에 놓인 볼펜이나 컵 등을 반복적으로 그리며 연습했습니다. 

그동안 그린 테이크아웃 커피 잔 만 해도 100개가 넘는데요. 

회사 점심시간에 음료를 마신 후 책상에 앉아 바로 그렸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남편만의 테이크 아웃 잔’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군요, 

남편은 인스타그램에서 어반 스케치 작가들을 팔로우 하고 유튜브로 그림 그리는 영상을 봅니다. 

다양한 스타일로 그려보려고 참고하는 거죠. 

다른 이의 화풍을 모방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특색을 찾아 가는 과정입니다.


 뜨개질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우선 안뜨기와 겉뜨기부터 배운 후 도안을 보고 기본 패턴을 연습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이 고안한 다양한 패턴을 손과 눈으로 익히고 나면 자신만의 창의적인 패턴을 만들거나 변형할 수 있습니다. 

재즈로 연주를 하고 싶다면 우선은 연주기법부터 익혀야 하겠지요. 

일정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 기본기를 닦고 다른 음악가의 연주를 따라하다 보면 언젠가는 주제 선율을 마음껏 변형하여 즉흥연주(임프로비제이젼)를 할 수 있습니다.

모방과 반복은 창의적인 작품으로 나아가는 여정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전 06화 즉시 실행해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