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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Mar 25. 2024

예술 감상은 창조의 자양분

미술관 좋아하세요? 

미술관은 일단 건물이 멋집니다. 

건축물은 여러 사람의 지식, 수많은 시간, 광대한 물질이 모인 결과물입니다. 

잘 지어진 건물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작은 미술관은 작은 대로 거대한 미술관은 거대한 대로 아름답습니다. 


외부와 내부 디자인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미술관마다 고유의 특색이 있어 걷다보면 놀라운 조각 공원이나 숨겨진 비밀 정원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섬세한 휴식 공간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미술관은 쾌적합니다. 

천장도 높은 편이고 넓은 공간에 작품 몇 점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관람객이 적은 시간에 방문하면 숲속을 거니는 기분까지 듭니다. 

공간이 갖는 힘이지요. 


 저는 주로 남편과 미술관에 갑니다. 

예전에는 미술관에 가려면 남편 질문에 답부터 해야 했습니다. 

어느 작가의 작품인지, 작품은 몇 점이 오는지, 작품이 난해하진 않은지, 입장료는 얼마인지, 할인받을 방법은 있는지, 예상 관람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미술관 주변에 맛집은 있는지, 날씨는 괜찮은지, 정말 꼭 가고 싶은지, 재고해 볼 생각은 없는지를 물은 후 마지못해 따라가곤 하였습니다. 


관람이 끝나면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으러 가겠다는 약속과 함께요. 

남편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뒤로는 미술관에 가자고 하면 군말 없이 따라옵니다. 

이 전시회는 어떻겠냐고 먼저 권하기도 합니다. 

다른 작가 작품을 감상하는 게 유익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 뇌는 충격을 받습니다.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구나. 이게 의미하는 건 뭘까, 어떤 재료를 사용했지? 어디서 영감을 받았을까? 질문이 솟아납니다. 

대부분은 작품을 감상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끝납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내 작품과 연결시킬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 당시에는 별 생각 없이 감상했던 작품이 미래에 창작을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뇌는 스폰지 같아서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것을 그대로 빨아들인 후 시간이 지나면 재해석하여 내뱉습니다.


 예술가는 다른 창작물을 감상한 후 자신의 작품에 새롭게 적용시킬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작곡가라면 특정 그림에 감명 받아 음악으로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화가라면 특정 음악을 듣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작품을 접한 후 자신만의 언어로 다시 풀어냅니다.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 연곡 <전람회의 그림>은 그가 빅토르 하르트만 전시회를 방문한 후 자신이 본 이미지를 심상으로 걸러내어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평소에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접하며 자극을 받다보면 무작위로 생겨나는 아이디어 중 일부를 낚아채는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좋은 걸 알아보는 안목은 경험하는 만큼 올라갑니다. 


 예술 감상은 인간이 만든 작품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자연은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 됩니다. 

자연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며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흔한 풍경이라도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때 그 안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장미, 동백, 해바라기, 수선화, 칼라는 길가나 꽃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입니다.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미국 화가인 조지아 오키프는 길을 가다 멈춰 섭니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작은 꽃 한 송이를 캠퍼스에 해부학적인 방식으로 확대시킵니다. 

오키프의 꽃은 캠퍼스 중앙에 단독으로 놓여있고 비현실적으로 거대합니다. 

관객은 그녀의 그림을 보고 그제야 꽃에서 성적인 연상이 가능하며 꽃의 조직 중 일부가 인간의 신체와 유사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누군가는 꽃, 협곡, 호수, 사막, 구름, 나뭇잎을 보며 지나치칩니다. 

누군가는 거기서 영감을 얻습니다. 


마중물을 아시나요? 

지하수를 펌프로 끌어 올리려 할 때 배관 속에 물이 없으면 양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배관 통에 물 한 바가지를 부어주면 내부 공기가 빠지며 펌프가 작동하게 되는데요. 

지하에 있는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한 바가지 물만 있으면 됩니다. 


창작이 막혔거나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을 땐 다른 작품을 둘러보며 아이디어를 얻어 보세요. 

우리가 접하는 예술작품은 창작을 시도할 때 마중물 역할을 합니다. 

내면의 창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한 바가지 물이 되어 줍니다. 

창작이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부지런히 힘을 모아 펌프질을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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