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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Apr 08. 2024

체력을 기르자


산책을 좋아합니다. 

여행을 떠나면 아침에 숙소를 나서서 저녁때까지 내내 걷습니다. 

여행지에서 대중교통은 거의 이용하지 않습니다. 

구석구석 걸으며 동네가 어떤 형태인지, 무엇이 있는지 살피는 걸 즐깁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오래 걷는 게 버거워지기 시작합니다. 

30대 초반까지는 무릎 관절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언젠가부터 관절들이 느껴집니다. 

두 시간을 걸으면 다리가 아픕니다. 

네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은 무리라고 몸이 항의합니다.

 27년간 전국을 직접 답사한 후 대동여지도를 만드셨다는 김정호 선생님은 정말 위대했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걷는 걸 아무리 좋아해도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집니다. 

예전만큼 산책을 오래 즐길 수 없습니다. 


창작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끈기와 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아프거나 힘이 없으면 창작 속에서 기쁨과 자유를 느끼기보다는 인내와 정신력으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육체의 고통 속에서 정수가 나오기도 하고 작품이 승화되기도 합니다. 

파울 클레, 빈센트 반 고흐, 프레데리크 쇼팽, 존 키츠 등 많은 예술가들이 질병과 싸우면서도 놀라운 창작물을 생산했습니다. 

하지만 창작을 하며 우리가 극복해야 할 건 육체의 쇠약만이 아닙니다. 

몸이 튼튼할 때 건강을 유지하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창작은 내 안의 에너지를 모두 쏟는 작업입니다. 

저는 A4지 한 장 분량의 글을 2시간에서 3시간에 걸쳐 씁니다. 

남들에 비해 작업 속도가 빠른지 적은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 장을 쓰고 나면 기운이 소진됩니다. 

가만히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생각을 글로 옮겼을 뿐인데 산 정상을 등반한 것처럼 기진맥진합니다. 

글쓰기가 미숙하여 그렇기도 하지만 정신적 소모가 많아 그런지 온 몸이 피곤해집니다.


 영화를 찍으려면 필름이 완성될 때까지 촬영 현장에 나가야 합니다. 

공연을 한다면 공연이 끝날 때까지 악기를 연주하거나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책을 내려면 원고가 완성될 때까지 의자에 앉아 글을 써야 합니다. 

전시회를 열려면 전시 작품을 수십 점 만들어야 합니다. 


체력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이 모든 창작활동이 순조롭게 진행될까요? 

위대한 단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 뒤 죽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창작을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오랫동안 창작 활동을 하며 살고 싶다면 기본 체력부터 길러야 합니다. 

스트레칭을 하고 걸어야 합니다. 아령을 들고 스쿼트를 해야 합니다. 

걷기나 등산처럼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 좋습니다. 

체력이 생기면 삶에 활기를 느낍니다. 몸이 가볍고 건강하면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몸 상태가 좋으면 기분도 밝아집니다. 

창작 할 때 집중력이 향상됩니다. 


창작자로 살아가려면 자기 관리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너그럽습니다. 

오늘은 피곤하니 내일부터 운동해야지, 오늘은 기분이 나쁘니 술 좀 마셔야겠다,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실컷 먹어볼까. 

유혹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어요. 


체력 기르는 일은 애를 써야 가능합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 매일 노력해야 합니다. 

저도 체력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 탁구장에 갑니다. 

삼 년째 탁구를 치지만 탁구장에 갈 때마다 귀찮은 마음이 먼저 듭니다. 탁구를 치는 순간부터 신이 나고 운동하고 나면 온몸이 개운하지만 걸어서 5분 거리의 탁구장에 가려면 매번 엄청난 의지가 필요합니다. 


남편은 아침마다 팔굽혀 펴기를 합니다. 

10년 째 지속하고 있는데도 팔을 굽힐 때마다 생각합니다. 

‘오늘은 피곤하니 20개만 할까?’ 


하루 중 시간을 내어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은 체력보다는 의지의 문제입니다. 

괜히 헬스장에서 1년 이용권을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게 아닙니다. 

운동은 습관을 들이면 나아질 수 있습니다. 

쉬워지지는 않습니다. 

운동은 창작이 그렇듯 언젠가는 노력한 만큼 돌려줍니다. 

꾸준히 하다보면 몸에 힘이 생기고 웬만한 일에도 지치지 않습니다. 

창작을 하다 잘 풀리지 않을 때 체력이 있다면 끝까지 버티고 앉아 실마리를 찾기 위해 더듬더듬 나아갈 수 있습니다. 

창작은 엉덩이 힘으로 합니다.


육체적 체력만큼 중요한 건 정신적 체력을 기르는 일입니다. 

정신이 맑으면 맑은 기운이 창작에도 스며듭니다. 

작품을 만들다보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에서 불행한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차분하게 유지하며 지속할 수 있는 정신적 힘이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가 신경질적이고 까다롭고 이기적이고 감정 변화가 심하다면 사람들은 그를 꺼려합니다. 

그가 예술가라면 지인들은 그런 행동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인에게 글 쓰는 사람은 성격이 예민할 것 같은데 털털해서 의외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쩌다 예술가 이미지가 그렇게 굳어 버린 걸까요? 

자기감정도 조절할 수 없으면서 어떻게 창조물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예술 활동을 하느라 고뇌하는 중이니 주변 사람이 내 기분을 맞추거나 응석을 받아주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와 정신의 자유로움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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