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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Feb 19. 2024

한계를 규정짓지 말자

      거지와 목사   

  

우리 아빠 산 아래서 목회할 때

거지가 찾아왔대요

돈 좀 주이소

우리 엄마 천 원 한 장 없었죠

지금 저희도 돈이 없네요, 식사 하시겠어요?

거지는 밥 한 공기 먹고 엄마가 건네 준 목도리 목에 두르며 말했대요

나보다 가난한 사람은 첨 봤수다

우리 엄마 얼굴이 빨개졌댔죠 

하나님 눈시울도 붉어졌겠죠     




시 참 좋지요? 제가 썼습니다... 

부모님이 오래 전 작은 교회에서 목회 하실 때 있었던 일입니다. 

엄마가 세월이 흐른 후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그 장면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어 시로 표현해 봤습니다. 

이런 시는 어떤가요?     



                  대부 I


“따라하지 마라 올레꿀빵. 내가 원조다.”

통영꿀빵이 협박한다.

“형님, 저는 지역구일 뿐입니다.

경주 황남빵이나 천안 호두과자와 다를 바 없지요.

저희가 쳐야 할 건 전국구인 붕어빵입니다.”

올레꿀빵이 대답한다.     

붕어빵 기습 받고 쓰러지다.     


                              II     

붕어빵은 병상에서 아버지 국화빵의 환영을 본다.

‘우리 때도 적은 많았지. 찹쌀떡. 군고구마. 군밤.

당시만 해도 찐빵은 내 친구였고 우린 팥앙금을 공유했다.

하지만 찐빵은 더 많은 걸 원했어.

그는 사업 확장을 위해 중국산 팥앙금을 도입했다.

난 생각이 달랐지. 위험하다고 판단했어.

거기서 우리는 갈라졌단다.’     

붕어빵 의식을 되찾는다.  

   

                          III     

붕어빵의 독백

‘아버지 저는 합법적으로 세계에 진출하려 노력했어요.

상대방에게 절대 거절 못할 제안으로 프랑스 붕어빵과 일본 붕어빵을 인수했지요.

하지만 적은 가장 소중한 걸 노렸습니다.

단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웠을 뿐인데...

이제 지쳤습니다. 

제 뒤는 튀김 소보루가 이을 겁니다.’     

붕어빵 숨을 거둔다     



이건 또 뭐냐고 물으신다면, 이것도 제가 썼습니다. 

제주도에 놀러갔다가 올레꿀빵을 발견했는데요. 먹다보니 통영꿀빵이 떠오릅니다. 

원조가 어딜까 생각하다보니 꿀빵들이 서로 다투는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영화 <대부> 대사를 패러디하여 썼습니다. 

갑자기 왠 자작시냐고요? 

창작 분야에는 한계가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이런 것도 시가 되냐고 따지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과거에는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보면 감탄만 했습니다.  

‘와. 대단하다. 화가는 정말 멋져. 색감이 끝내주네.’ 

그림을 직접 그려본 이후부터는 미술관에 가면 ‘나도 따라할 수 있을까? 어떤 재료를 사용했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예술가의 작품은 나와 전혀 상관없고 감히 접근할 수도 없는 창조 세계였습니다. 

그림을 그려보니 어쩌면 나도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가능성으로 바뀌게 됩니다. 

관객에 머물지 않고 작가 입장으로 감상 영역이 확장됩니다. 

감상자에서 창조자의 시각으로 변합니다. 


시인으로 등단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제가 시를 쓸 수 없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저는 이따금 시를 쓰고 시상을 문장으로 다듬어가며 즐거움을 느낍니다. 

언젠가는 소설을 쓸 수도 있습니다.

‘정말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계를 정하려는 마음이 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써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포기하면 안 되지.’ 


우리는 창조를 할 때 멈칫합니다. 

그건 나와 맞지 않아. 나는 그 분야에 약해. 이렇게 어려운 걸 내가 할 수 있겠어. 잘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잘할지 못할지는 직접 해 봐야 합니다. 

남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을 사는 거니 두려움과 맞서 시도해 봐야 합니다. 

하나의 스타일에 정착하지 말고 다른 것도 시도해 보세요. 

해 봤는데 나와 맞지 않으면 조용히 그만 두면 됩니다. 

그리고 다른 우물을 파 보는 거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세요. 

어떤 종류의 창작을 할지 미리 정하지 말고 마음을 열어 놓으세요. 

허공에 떠돌던 아이디어가 내 안의 열린 공간을 발견하고 사뿐히 정착할지도 모릅니다.   


우리 안에 창조성은 무한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콩알만한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 길을 탐색해 보세요. 

나만의 춤을 춰 보세요. 

인생에는 문이 하나만 있지 않습니다. 

이 문도 열어보고 저 문도 열어보세요. 

창조의 개척자가 되어 보세요.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저도 큰 용기를 내어 자작시를 공개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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