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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Feb 12. 2024

살아온 나의 과거는 고유한 창작재료

출판사를 통해 출판한 저의 첫 번째 책은 <일상이 포레스트>입니다. 

채식과 미니멀리즘에 관한 내용이 담긴 글이었습니다. 

분량이 적긴 하지만 초고를 쓰기까지 한 달이 걸렸습니다. 


몇몇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는데 운 좋게도 다음날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바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원고를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제가 살아온 일상의 일부를 글로 풀어내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창조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지창조’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같은 작품이 머리를 스쳤나요? 

이런. 창작 범위를 너무 높게 잡고 계시네요. 

시선을 천상에서 현실로 확 끌어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창조는 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겁니다. 

살아오면서 내가 학습한 지식이나 경험한 사건을 작품에 적용하거나 재해석하여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창조 작업이 끝내주게 재미있는 이유는 마음속 이야기 중 일부를 끄집어내어 오리고 붙이고 비틀어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조 활동은 은퇴도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머릿속에 있는 걸 꺼내 풀어내면 되거든요. 


 1925년 의사를 꿈꾸던 한 소녀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사고를 당합니다. 

전차가 버스와 부딪치면서 버스 손잡이에 부착되어 있던 쇠 봉이 소녀의 척추와 골반을 관통하였습니다. 

오른발도 처참히 뭉개졌습니다. 

온 몸에 깁스를 한 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소녀의 신체 중 자유로운 부분은 두 손 뿐이었습니다. 

부모는 딸을 위해 누워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젤을 마련해 줍니다. 


소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관찰하며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교통사고 이후 소녀는 자신을 작품 소재로 삼아 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녀는 멕시코의 위대한 화가라 불리는 프리다 칼로입니다. 

칼로는 척추에 철심이 박힌 모습, 유산을 한 모습, 남편 외도로 고통 받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나만의 고유함과 참신함이 있다면 사람들은 관심을 갖습니다. 

이상한 점이 개성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나와 똑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이미 많습니다. 

인류가 지구라는 별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기에 시공간을 뛰어넘는 상상을 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중요한 건 내가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개인적인 것이 새로운 것입니다. 

내 인생은 나만의 해석으로 경험한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했던 사건이나 깨달음도 내게는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내 생각이 다른 이들에 비해 얼마나 독창적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지요. 


만약 내 작품이 호응을 얻고 환호를 받는다면 무언가 참신하거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내 작품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거나 쓰레기 같다고 욕을 한다면 좀 더 실력을 갈고 닦아야겠지요. 

어쩌면 내 작품이 시대를 앞서 나갔거나 그들 안목이 형편없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배웠던 어떤 것이라도 창조 작업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스티븐 잡스는 대학생 때 캘리그라피 수업을 청강하였는데요. 

수업을 들으며 서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사소했던 그 경험은 잡스가 대학을 중퇴한 후 회사를 차려 매킨토시 PC를 만들 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는 글자체와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컴퓨터를 창조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수 년 전 주식에 대해 파고든 적이 있었습니다. 

주식이 뭔지 궁금해 관련 책을 수십 권 읽으며 중요 문장을 따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전세로 신혼을 살다 집을 구매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부동산과 빚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필요한 부분을 적어 놓았습니다. 

그때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의 도움을 받았고 그것으로 책의 임무는 끝이었습니다. 


 저는 인문대생이고 서른 살이 넘을 때까지 문학 속에만 빠져있었습니다. 

경영, 재무, 경제 같은 단어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경계심이 들고 머리가 아팠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그때 습득한 경제적 지식이 두 번째 책 <절약도 공부가 필요해>를 쓰게 되는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책 계약을 맺은 후 다음 책은 어떤 주제가 좋을까 생각하던 중 경제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경제 초보였던 제가 공부를 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글로 풀어내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썼습니다. 

제 이야기를 쓰면 되니 어려울 건 없었습니다. 

다만 놀라울 따름이었죠. 

가계부 한번 쓰지 않았던 제가 경제를 주제로 책을 쓰게 되다니요. 


 창조의 세계에 들어가면 우리 삶에서 버릴 부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배움과 경험뿐만이 아닙니다. 

고통, 슬픔, 분노, 기쁨, 놀람, 환희 모두 창작 재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감정이 내 과거와 만나 부딪치면 불꽃이 되어 활활 타오릅니다. 

불행한 과거가 있으신가요? 창작으로 승화시킬 수 있습니다. 

행복했던 시절이 있으신가요? 창작으로 보여주세요. 


창작은 하고 싶은데 주제가 없다면 과거부터 살펴보세요. 

어디 쓸 만한 게 없는지 찾아보세요. 

과거라는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무언가 작은 것이라도 발견했다면 끄집어내어 반들반들 닦은 후 질문하세요. 

어떤 쓸모가 있을까? 이것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그 순간이 바로 창조의 시작점이 됩니다. 


과거는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에 관해 알려주기도 합니다. 

<창작자들>에서 임순례 감독은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면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좋아하는 게 뭔지는 잘 몰라도 남들 모두가 관심 있어 하는 걸 뒤로하고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라는 말이지요. 

그때는 무심히 지나쳤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내 마음이 어디에 끌렸는지, 무엇을 할 때 가슴이 뛰었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명확해질 때 창작 욕구도 솟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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