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지인이 돌아가셨다.
급작스런 사고였다.
어느 지하실에 내려가다 미끄러져 머리를 부딪쳤다.
정신을 잃었는데 발견이 늦었다.
몇 시간 후 응급차에 실려 갔지만 뇌출혈이 심해 손을 쓰기 어려운 상태였다.
의사는 질병에 의한 뇌사로 사망했다고 판정했다.
분명 사고였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사고로 처리하면 절차가 복잡해 병으로 처리한 것이다.
그분은 생전에 장기기증을 한 상태였다.
장기기증자가 뇌사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경우 장례식장 비용은 국가에서 부담한다.
찾아보니 여기에도 조건이 따른다.
만약 환자가 산소호흡기를 끼고 병원으로 오는 도중 사망하면 이송 비용 일부를 유가족이 부담한다고 한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내 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기도만 했다.
그렇게 질병사로 마무리 되려나 싶었는데 경찰이 나섰다.
다행히 지하실에 CCTV가 있었다.
CCTV를 살펴본 경찰이 이게 어떻게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냐며 의문을 제시했다.
경찰 덕분에 그분의 사망 사유는 정정되었다.
가족들은 비용 부담 없이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뇌사로 장기 기증을 할 시 장기 기증센터에서는 기증자와 이식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적합판정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 시간동안(하루 정도) 유가족은 뇌사자를 의무 연명치료하며 대기해야 한다.
기다리는 유족의 마음은 어떠할까?
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 개선이 필요하다.
돌아가신 분은 60대였지만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 하셨다.
간도 튼튼해서 6명에게 간의 일부를 나눠 줬다고 한다.
그분의 죽음으로 여러 사람이 새 생명을 얻었다.
부모님도 오래 전 장기기증 서약서를 작성했다.
증서를 지갑에 넣고 다니신다.
언젠가 이별할 때가 오겠지만 얼마만큼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로가 이정도면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오래 사시면 좋겠다.
세상을 떠나는 데는 순서가 없다.
내일 아침 살아서 눈을 뜰 거라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오늘에 전념해야 한다.
죽음은 삶의 길이를 통제한다. 그러나 삶의 깊이를 통제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전념하기는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적인 시간을 인정하는 대신, 제한 없는 깊이를 추구하겠다는 결정이다.
<전념> 피트 데이브스